"내 손으로 명화를 그린다"...‘피포 페인팅’ 인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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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명화를 그린다"...‘피포 페인팅’ 인기 확산
  • 취재기자 이혜빈
  • 승인 2015.09.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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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 물감을 세트로 구입해 따라 그리면 명화 완성...그리는 즐거움과 만족감 충만

미용사 정모 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의 한 쪽 벽면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명화가 걸려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그림들은 사진으로 찍은 게 아니라 붓과 물감으로 진짜 누군가가 그린 것이다. 그녀는 여기 있는 그림들은 모두 피포 페인팅(pipo painting)이라고 소개했다. 피포 페인팅이란 그림의 도안에 물감을 이용해 색을 칠하는 것이다. 미용실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그림을 완성시킨다는 정 씨는 “이 그림들은 정해진 대로 색칠만 하면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변모하기 때문에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 사진은 해당 미용실 벽면 선반 위에 걸린 피포 페인팅 완성작이다(사진: 취재기자 이혜빈).

명화 그리기나 퍼즐 페인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피포 페인팅은 구입한 캔버스에 적힌 번호에 맞는 유화물감을 칠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주된 도안은 명화지만, 캐릭터 도안도 있으며 주문제작으로 자신만의 도안을 만들 수도 있다.

피포 페인팅의 가격은 5,000원부터 단체 주문제작인 60만 원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1만 원대에서 3만 원대의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한다. 그 가격은 크기에 비례하며, 캔버스는 두 손 안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도안에서부터 단체일 경우 가로 세로가 1m가 넘는 도안까지 있다.

피포 페인팅은 이용자들의 수준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난이도는 명화의 도안이 얼마나 정교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피포 페인팅의 난이도나 이용자의 수준이 다양해 작품의 완성이 짧게는 이틀 만에, 길게는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피포 페인팅 제품을 구입하면, 그 안에 물감과 붓 등 작품을 완성할 때 필요한 물품들도 같이 들어있어 소비자들이 해당 물품을 화방에서 따로 구입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또한 그림실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도안에 적힌 번호대로 색칠을 하면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완성작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피포 페인팅은 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쿠팡이나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다.

대학생 김예지(23, 부산시 남구) 씨는 소셜커머스에서 ‘명화 DIY’라는 이름으로 피포 페인팅을 처음 접했다. 그녀는 피포 페인팅에 대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색칠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완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씨는 “피포 페인팅 도안을 완성하면 뭔가 작품을 만들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피포 페인팅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김나영(20) 씨는 피포 페인팅을 두 작품 구입했지만 한 작품은 아직 미완성으로 남겨뒀다. 그녀는 색을 정교하게 칠하는 데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고 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김나영 씨는 피포 페인팅에 대해 “아무래도 두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너무 지쳐 중간에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성대 미술학과 박소현 교수는 사람들이 퍼즐이나 십자수에 빠지는 것과 같이 피포 페인팅에 시간과 공을 들여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자기 만족감이 있을 것 같다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사람들은 피포 페인팅이 명화 원화와 거리가 있거나 예술성이 떨어지더라도 손쉽게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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