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버려지는 강아지∙고양이 등 유기동물 한 해 10만 마리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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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버려지는 강아지∙고양이 등 유기동물 한 해 10만 마리 넘어
  • 취재기자 이민재
  • 승인 2019.03.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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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상처 받고 사람에게 치유 받는다 / 이민재 기자

유기동물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버려지는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구조된 유기동물이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실제로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추측이다.

유기동물이 구조되면 보호센터로 넘겨지지만, 입양이 되지 않을 경우 안락사할 가능성이 높다. 동물보호단체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안락사당하는 동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성대 동아리인 ‘캐리’는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캐리 회장이었던 김보경(23, 부산시 북구) 씨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블랙 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짠하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산책할 때 기분이 좋으면 달리거나 주위의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블랙 푸들은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보경 씨의 다리에 마운팅을 했다. 그런 푸들의 모습을 본 보경 씨는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 마운팅만 하던 아이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오랫동안 같이 산책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센터뿐만 아니라 학교 근처에서도 보경 씨는 유기동물을 위한 보호활동을 하고 있다. 부경대 근처 원룸촌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한 학생이 발견해 캐리에 도움을 청했다. 1년 동안 임시 보호를 하던 중 강아지에게 인식칩 리더기를 갖다 댔더니 놀랍게도 반응을 했다. 강아지 몸에 인식칩이 심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락을 받은 주인의 답변은 의외였다. 강아지를 찾아줘서 고맙다거나 데리고 가겠다는 말을 기대했으나 잘 있는지만 물었다. 김 씨는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을 해온 송민지(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정식으로 유기견을 입양했다. 입양된 ‘누리’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보호소에 맡겨졌다. 공고 기간 30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누리를 눈여겨보던 민지 씨가 가족으로 맞이했다. 민지 씨는 유기동물을 볼 때마다 항상 미안하다. 민지 씨는 “많은 사람이 애견 가게에서 분양받는 것보다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독일의 동물보호센터는 모든 강아지가 입양돼서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다 필요가 없어지면 내다버리는 사람들의 이유도 다양하다. 몸이 아파서, 나이가 들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이사를 해서 등의 핑계를 대며 유기하는 이유를 합리화한다.

송민지 씨가 동물보호센터에서 데려와 키우게 된 ‘누리’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사진: 송민지 씨 제공)

유기동물들은 꼭 동물보호센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거리에도 떠돌아 다니는 동물들이 많다. 이상용(5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길거리에서 발견된 강아지와 인연을 맺었다. 지인이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떠돌던 강아지를 구조해 입양처를 찾았다. 발견됐을 당시 관리가 하나도 안 돼 있었고, 다리를 절던 강아지를 데려가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아파서 버려지고도 두 번이나 파양을 당한 강아지는 그렇게 상용 씨와 만나게 됐다. 강아지에게 ‘순재’란 이름을 붙여줬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가진 순재와 상용 씨가 친해지기란 쉽지 않았다. 다리도 아파서 예민하던 순재는 상용 씨를 피하기만 했다. 상용 씨는 순재와의 친밀감을 위해 강아지 관련 서적을 읽고 친해지는 노력을 꾸준히 했다. 그 결과, 순재는 상용 씨에게 안기기도 하고 옆에서 자기도 한다.

순재가 온 첫 날(왼쪽)과 현재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민재).

SNS에서도 유기동물들을 위한 활동이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유엄빠(유기동물의 엄마 아빠)’에서는 유기동물들을 구조하고, 봉사자들을 찾으며 국내나 해외로 입양 보내기도 한다. 유기동물들의 상태나 구조 현황을 올리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유기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SNS 페이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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