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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한국GM군산공장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기사승인 2019.03.15  1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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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 정장수

칼럼니스트 정장수

지난해 6월부터 이어져 온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 임단협 협상이 회사가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인 지난 8일까지도 노사 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되었다. 노조는 11일부터 다시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조선산업의 침체와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부산과 경남의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차 사태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우려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무려 열 달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임금이다. 노조는 현대기아차에 비해 평균임금이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더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같은 대한민국에서 똑같이 완성차를 만드는데 왜 우리만 계속 차별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반면에 회사의 입장은 르노삼성차의 임금은 전 세계 46개 르노 공장 중 프랑스 공장 두 곳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스페인 공장은 부산 공장의 60%, 터키 공장은 30% 수준이라고 한다.

노조는 국내 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대한민국 안에서의 형평성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전 세계 르노 공장에 비해 이미 최고로 많이 받고 있다는 입장이니 협상의 간극이 녹록지 않다.

둘째는 근무환경이다. 노조는 추가인력 채용, 라인 속도 하향과 함께 인력 전환배치 등에 대한 인사경영권을 기존 노사협의에서 노사합의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르노삼성차의 근무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단일 생산라인에서 모든 라인업을 생산하는 혼류생산방식이라 전환배치의 빈도가 높고, 생산라인 이동속도도 60UPH(시간당 60대 생산)으로 빠른 편이다. 게다가 근무방식도 근로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주야 2교대 방식이다.

노조의 요구에 회사는 난색이다. 이미 자동화 설비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인력충원은 최소화해야 하고, 전환배치 등의 인사경영권을 노사합의로 하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회사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다.

노사 간의 첨예한 대립도 문제지만 르노삼성차를 둘러싼 외부적 여건은 더욱 어렵다. 당장에 9월 이후 생산물량 확보가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르노삼성차를 먹여 살려온 것은 닛산의 북미수출용 SUV모델인 ‘로그(Rogue)’다. 2013년 최악의 경영위기에 처한 르노삼성차를 살리기 위해 르노 본사는 로그의 위탁생산을 결정했다. 부산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규슈 공장보다 품질관리 능력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다는 이유로 협력사인 닛산의 양해(?)를 받아냈다.

르노삼성차는 2014년 8월 로그 첫 생산 이후 해마다 10만 대 이상을 생산했다. 작년 한 해 총생산량 21만 5000대의 절반을 로그가 차지한다. 그러나 9월이면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끝난다. 6년 만에 부산 공장의 인건비는 규슈 공장보다 20% 높아졌고, 품질관리능력은 여전히 규슈 공장이 높다. 르노삼성차가 위탁생산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로그 차기 모델의 물량 배정은 이미 다른 공장으로 결정이 났다. 미국의 스머나(Smyrna) 공장이나 일본의 규슈 공장으로 갈 것이다. 다른 후속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차는 존립 자체가 어렵다. 2교대 방식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연 20만 대의 생산물량이 있어야 하는데, 작년 한 해 내수판매는 9만 369대에 불과하다.

2017년 말 르노삼성차 사장으로 취임한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은 소위 재무통이다. 취임사에서 ‘르노그룹이 설정한 수익성 기반의 지속성장’을 목표로 내세웠을 만큼 재무통의 제일 가치는 수익성이다.

그런데 르노삼성차 노조는 작년 말 초강성 집행부로 바뀌었다. 신임 노조위원장은 선거 당시 현재의 기업노조 체제를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최근에는 민노총과 연대해 공동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무늬만 기업노조지 이미 민노총 산하 지회인 셈이다.

르노 본사는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로그 후속 차량 배정에 관한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이미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연간 10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2%에 불과한 20만 대 생산공장을 위해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길 기대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희망에 불과하다. 르노는 2000년 삼성자동차 인수 당시 6150억 원을 썼고 2017년까지 배당으로만 6180억 원을 회수해 갔다.

후속 수출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9월 이후 르노삼성차의 가동률은 40% 이하로 급감한다. 내수 부진과 겹치면 가동률 30%선도 위험하다. GM 군산공장은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지자 공장폐쇄라는 극단적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부산지역 수출의 20%를 감당하고 있는 르노삼성차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직접고용 4300명에 1차 협력사만 270여 개, 간접고용 5만 명을 넘는 르노삼성이 무너진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지역 정치권, 상공인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노조도 투쟁만 외치며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얻겠다고 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7년 7월 한국GM군산공장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지만 불과 반년 뒤 군산공장은 폐쇄되었다. 회사가 없는데 이제 어디 가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나.

칼럼니스트 정장수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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