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를 보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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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를 보고 난 뒤
  • 부산시 사상구 김해영
  • 승인 2019.03.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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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문화올레길] 부산시 사상구 김해영

올해는 3.1절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TV에서 일본에 맞서 싸운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많이 내보냈다. 나는 그 많은 영화를 거의 다 봤다. 그 영화 중에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동주>이다. 동주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와 그의 사촌인 송몽규 열사의 일생을 담은 영화다.

#동주와 몽규에 관계에 대하여

이준익 감독은 인터뷰에서 윤동주는 결과가 훌륭한 사람이고, 송몽규는 과정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에 덧붙여서 송몽규를 통해서만 윤동주를 알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 이유는 영화 <동주>를 보게 되면 알 수가 있다. 몽규는 동주보다 뛰어난 문학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 능력을 과감하게 버리고 오로지 이념과 행동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반면, 동주는 이념이 아닌 시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에 시를 열심히 적었다. 그러나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자신의 청춘 희생을 다 버린 자신의 친구 몽규가 겪는 고통에 비해서 자신의 시는 너무 쉽게 적혀져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 영향으로 탄생한 시들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송몽규 열사가 없었다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을 알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1941년 경 윤동주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처음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계기는 지인의 소개이었다. 나는 영화 이름만 보고 윤동주에 대한 삶이거니 하고 봤고, 시작하는 장면이 흑백이라서 좀 당황했으나 시간이 흐르면 색이 나타나겠지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내 예상과 다르게 동주는 끝날 때까지 색이 입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색이 입혀진 영화보다 더 집중력 있게 <동주>를 봤다. 오히려 색이 입혀진 영화보다 더 색감을 느끼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이유가 왜 그런가를 고신해 보니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 때라는 시기에서 생각하니 답이 나왔다. 그 시절의 젊은이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낼 수 없었고 자신의 조국을 조국이라고 부르지 못했던 암흑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나는 윤동주 시인이 아닌 그저 동주의 시점에서 더 영화를 집중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또 흑백 필름에 담긴 감성은 담담하게 흘러가는 영화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듦으로써 색이 있는 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줬는지도 모르겠다.#흑백 필름에 담긴 감성

#담백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

동주는 진행하는 내내 한 편의 거짓도 없이 윤동주라는 사람의 일생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자극적이지도 않고 일부러 감성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마치 소금기 없는 백숙과 같은 영화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았고 끝나서도 울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에 묻어나오는 그 담백함이 나를 집중시켰고 다 보고 난 뒤에는 자극적인 영화를 볼 때보다 더 큰 먹먹한 감정과 여운이 남게 됐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흘러도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볼 것 같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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