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준비 안 한 중국발 ‘제주 영리병원’...제주도 “허가 취소 절차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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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준비 안 한 중국발 ‘제주 영리병원’...제주도 “허가 취소 절차 돌입”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3.0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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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개원기한인 4일 끝나 청문 절차 진행...의료계 안팎 "개설허가 취소해야" / 신예진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의료법이 정한 개원시한 내에 문을 열지 않아, 제주도가 개원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도는 의료법에 따라 허가 취소 전 관계자 청문을 실시할 예정이다. 녹지병원의 법정 개원 기한은 4일이 마지막이다.

현행 의료법 제64조에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동법 제84조에는 도가 병원의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하기 위해, 당사자 등의 의견을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청문 절차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4일 오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절차에 돌입할 뜻을 밝히고 있다(사진: 제주도 제공).

제주도는 이날 녹지병원 측의 ‘개원 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는 이유를 알리는 공문을 병원 측에 보냈다. 앞서 녹지병원은 지난달 26일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진료 개시 도래에 따른 현지점검 및 허가사항 변경신청 등에 대한 안내’ 공문을 보내자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녹지병원은 “제주도의 개설 허가를 존중하여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제주도는 5일부터 녹지병원에 대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실시를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하기로 했다. 청문주재자 선정과 처분사전통지서(청문실시통지) 교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녹지병원 측은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자, 줄곧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서 녹지병원 측의 개원 허가를 두고 국내 공공의료 서비스 체계 파괴에 대한 여론의 불안이 팽배했다. 그러자 제주도는 녹지병원 측에 비영리 병원 전환을 제시했고, 녹지병원 측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제주도는 내국인 조건부 개설 허가를 결정했다.

이후 녹지병원 측은 병원 운영을 포기할 뜻을 내비쳤다.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는 지난 1월 15일 안동우 정무부지사와 제주도청에서 만난 자리에서 “녹지가 혼자서 이것(녹지국제병원)을 밀고 나가기에는 경험도 없고, 운영할 수 있는 그것도 없다. 더 이상 제주도와 만날 필요도 없고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제주도의 개설허가 조건이 부당하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삭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심지어 녹지병원 측은 제주도의 개원 현장 점검을 방해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제주도는 보건건강위생과 관계 공무원을 통해 녹지병원의 현지 점검을 실시하려 했다. 하지만 녹지병원 측은 공무원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기피했다. 제주도는 이를 개설 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제주도는 병원 측의 점검 거부가 의료법 제64조를 위반한 행위임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제주녹지국제병원의 모습(사진: 더 팩트 박재우 기자, 더 팩트 제공).

제주도는 녹지병원 사태에 대해 “녹지국제병원 측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법률 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고, 이와 별도로 청문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실시해 나갈 방침이다. 녹지국제병원 측도 허가취소처분과 관련된 입장이 있다면 앞으로 청문절차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녹지병원의 개원시한이 종료와 함께 개설허가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절차 시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범국본은 “영리병원은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이른바 의료민영화·영리화 대재앙의 시작이다. 제주 영리병원 허용은 그만큼 치명적이고 위험하다. 개원 허가 취소 결정이 이뤄지도록 투쟁하겠다. 영리병원의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공공병원으로의 전환이다. 청와대와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국민과 도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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