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항해' 러시아 화물선 광안대교와 충돌, 다리 상판 5m 구멍...시민들 "대형 사고 안 난 게 천만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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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항해' 러시아 화물선 광안대교와 충돌, 다리 상판 5m 구멍...시민들 "대형 사고 안 난 게 천만다행"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3.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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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장면 생생하게 시민에 찍혀 TV에 방영...광안대교 일부 차량 통제, 수명 단축 우려도 / 신예진 기자

부산 항만 부두를 출항한 직후 부산 광안대교로 이해 불가한 상황에서 돌진해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이 비난의 대상에 올랐다. 시민에 의해 활영돼 비교적 선명한 화질로 전국 TV에 방영된 러시아 화물선의 광안대교 충돌 장면은 배가 돌진해서 교각 상판을 들이 받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충돌 당시 교각 바로 위로 차량들이 여러 대 달리고 있던 상황도 그대로 보여줬다. 이를 지켜 본 시민들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아찔해 했다.

1일 부산해양경찰서는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 호 선장 러시아인 A 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 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해사안전법 위반, 선박파괴 등이다.

지난달 28일 씨그랜드 호는 오후 4시 23분쯤 부산 광안리 앞바다에서 2층교량인 광안대교의 하판 교량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광안대교 하판이 찢어져 지름 5m짜리 구멍이 생겼다. 또 씨그랜드 호는 광안대교를 들이받기 전 요트 등 다른 선박들과도 부딪혀 요트를 파손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씨그랜드 호는 지난 27일 오후 9시 부산에 입항해 28일 오후 4시쯤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해경은 충돌 직후 수사관을 현장으로 급파해 조사에 나섰다. 해경은 화물선에 대한 정선 명령을 내린 뒤 선원들의 음주 여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선장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6%로 나왔다고 해경이 발표했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은 혈중알콜농도 0.03%다.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 B 씨와 조타사 C 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의 조사를 받고 있는 A 씨는 음주 운전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광안대교를 충돌한 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며, 배가 광안대교로 향한 이유에 대해서는 "조타실에서 지휘를 내렸지만 배를 안전한 각도로 유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반면 해경은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 ‘A 씨의 음주’로 판단하고 있다. A 씨가 술을 마시고 조타실을 지휘해 항해 지시를 내린 자체가 음주 운전에 해당한다는 것. 음주가 아니었다면 A 씨가 항로 변경과 후진을 제때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혈중알콜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A 씨의 음주 시점을 가릴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3분경 러시아 선박이 부산 광안대교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 부산시 페이스북).

씨그랜드 호에 함께 타고 있던 다른 러시아 선원들도 입을 굳게 다문 상태다. 해당 화물선에는 모두 15명의 러시아인이 타고 있었다. 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출항신고도 하지 않았고 도선사 도움도 없이 부두를 떠났다. 따라서 해경은 화물선 내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다만, 씨그랜드 호가 ‘뺑소니’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해경은 충돌 직후 도주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충돌 이후 선박이 항계 내를 벗어나지 않았고, 사고 직후 해상교통관제센터를 호출한 점 등이 고려됐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형 선박의 광안대교 충돌 사고에 여론이 들끓었다. 네티즌들은 “러시아 선박회사에 손해보상 청구하고 선장은 음주운항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한국 법을 얼마나 얕봤으면 이런 정신없는 짓을 저지르다니”, “광안대교 수명 엄청 단축됐을 것”, “러시아 화물선 보험사에 배상청구 꼭 해야 한다”, “제2의 성수대교가 발생하지 않게 꼼꼼하게 확인하자”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만약 단순 사고가 아닌 테러였으면 어쩔 뻔 했냐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그냥 충돌이니 다행이지 테러였다면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면서 “초대형 선박을 통제하지 못한 해경은 업무태만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부산시는 광안대교 진입로 중 사고 구간을 전면 차단하고 오는 3일까지 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이후 대교 정밀 진단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광안대교 본선 구간은 안전하다고 판단해 남천동 메가마트에서 해운대 방향 광안대교 진입램프 구간만 통제 중이다"고 했다. 부산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일대 도로 곳곳에 정체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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