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적 욕설 '패드립' 난무...온라인 게임판이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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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적 욕설 '패드립' 난무...온라인 게임판이 멍든다
  • 취재기자 김승수
  • 승인 2015.08.1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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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엄마 XXX" 등 입에 담지 못할 말 내뱉어...따지다가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애드립(ad-lib)은 원래 즉흥적인 연설이나 연기를 뜻한다. 요즘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은 즉흥적인 말인 애드립을 줄여서 ‘드립’이라고 한다. 이 드립이란 은어가 발전해서, 젊은이들은 터무니없는 말을 ‘개드립’이라 하고 그런 말을 하는 행동을 ‘드립친다’고 한다.

최근 온라인 게임 상에서 ‘패드립’이란 말이 성행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 등의 온라인 게임들은 인터넷 게임 사이트로 동시에 여럿이 접속해서 게임을 하면서 게임 참여자들끼리 채팅창을 이용해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니네 엄마 xxx,” “니 엄마 x친x” 등 상대 부모를 욕하는 패륜적 언동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패륜 드립, 줄여서 ‘패드립’이라고 한다.

대학생 윤영한(25, 부산시 남구) 씨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할 때마다 두 판에 한 판 꼴로 패드립을 채팅창에 올리는 게임 참여자들을 본다. 윤 씨는 패드립을 볼 때마다 자기감정을 제어 못하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주로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익명성을 무기로 패드립을 치는 사람들은 된통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을 할 때 패드립은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쏟아진다. 게임을 못하는 사람에게 최악의 비난을 내뱉는 게 패드립인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 유저들 사이에는 우스갯소리로 “게임을 잘하려는 이유는 부모님을 지키기 위함이다”라는 말이 유행한다. 게임을 잘해야 그만큼 상대방으로부터 부모 욕을 덜 얻어먹기 때문이다.

▲ 한 인기 게임의 채팅창에서 서로 상대방에게 차마 못할 부모욕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다음 이미지 캡처).

대학생에게 패드립을 한 사람이 어린아이인 경우도 있다. 대학생 이주형(25) 씨는 게임을 하다 심한 패드립을 들어 화를 주체 못하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비겁하게 온라인에서 욕하지 말고 당장하게 전화하라고 공표했다. 그랬더니 욕했던 상대방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 씨는 패드립을 왜 하냐고 따지려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에 따지기를 그만뒀다. 이주형 씨는 “어린 아이가 상대방에게 패륜적인 부모 욕을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게임 상의 패드립에 화가 난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만나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를 이른바 ‘현피’라고 한다. 현피는 ‘현실’과 ‘PK’의 합성어로 PK는 ‘player를 kill한다’의 줄임말이다. 현피는 곧 게임 상에서 만난 player를 현실에서 만나 싸운다는 뜻인 셈이다. 현피는 인터넷 어학사전에도 있을 만큼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박모(24, 해운대구) 씨는 현피라는 단어는 게임하는 사람은 필수로 아는 단어중 하나이며 인터넷 게임 중 패드립이 곧잘 현피로 이어진다고 했다.

온라인 게임 회사는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패드립을 못하게 하기 위해 욕설이 입력되면 자동으로 모자이크 처리가 되거나 * 표로 자동으로 바뀌는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채팅창에 ‘미친 놈’이라고 누군가가 입력한다면, 게임 회사 시스템이 이를 자동으로 잡아내어 ‘*친 *’ 이런 식으로 바꿔 놓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이 시스템의 한계를 파악해서 계속 패드립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친 놈’이라고 쓰면 게임 시스템에 곧바로 걸리지만, ‘미 친 놈’이라고 띄어쓰기를 하면 이 시스템이 이것을 ‘미친 놈’이라는 욕으로 검색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1친1놈’ 이런 식으로 입력해서 검색 시스템을 피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개새끼’란 욕을 ‘개 ㅡ 새끼’로 입력해서 검색 시스템을 피하기도 한다. 신호용(24, 해운대구) 씨는 “패드립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인기 슈팅 게임의 한 채팅창이다. 자동으로 ****처리가 되는 것을 피해 사용자들이 욕설 사이에 숫자를 넣어서 모자이크 처리를 피해 욕설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 특정 용어는 ****처리가 되지만 ‘개’와‘쉐캬’사이에 ‘ㅡ’가 있어 욕설이 그대로 채팅창에 드러나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게임 상에서 일어나는 패드립은 모욕죄 혹은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법 제311조 (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이버 상의 패드립이나 욕설 등을 다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원스톱인터넷 피해구제센터 등이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 최민영(25) 씨는 “사이버 상에서 패드립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채팅이 정지되거나 게임 사이트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민원을 상담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이런 사이트는 피해를 구제하거나 분쟁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패드립과 같은 것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다(사진: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사이버침해 처리기관 화면 캡처).

한 게임회사 게임 운영진 측은 “욕설이나 패륜적인 단어들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금지어 시스템에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겠다”며 “욕설을 한 사람을 적발시에는 채팅 기능을 금지시키는 방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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