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목욕탕서 불...대형참사 우려에 가슴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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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 목욕탕서 불...대형참사 우려에 가슴 ‘철렁’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2.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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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화재 발생 20분만에 진화...'스프링클러' 없어 화 키워 / 신예진 기자

대구 도심 목욕탕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 부재로 인한 ‘인재’로 드러났다.

화재는 19일 오전 7시 11분쯤 대구광역시 중구 포정동 7층짜리 건물 4층 남자 사우나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50여 대와 소방관 145명이 투입하는 등 대대적으로 진화작업을 벌였다. 그 덕에 화재 발생 20분 만인 오전 7시 32분쯤 불을 껐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진화에도 인명사고는 발생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화재 당시 이른 아침이었지만 사우나에는 남녀 20여 명이 있었고, 목욕탕 복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기가 탕 내부로 스며들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손님들 대부분 얼굴에 수건 등을 감고 건물 밖으로 대피으며, 결국 건물 내 있던 70여 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가운데 이모(64), 박모(74) 씨 등 2명이 숨졌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숨진 2명은 40~50대로 남탕에 쓰러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70대 남성 1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독한 상태라고 한다. 또 아파트 층에 문이 잠긴 가구가 있어 경찰이 일일이 문을 열고 추가 수색을 진행 중이다.

건물에서 무사히 대피한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복수의 언론에 "대피방송도 비상 알람도 전혀 안 들렸다"며 "그때 창 밖을 보지 않았으면 불이 난 줄 모르고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언론에 우모 씨는 "아침 7시 조금 지나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며 "뭐가 타나 싶어서 집안을 둘러보는데 불이 났다는 소방 비상벨이 울려 신발부터 신고 뛰어나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대구광역시 중구 포정동의 한 건물 4층 남자사우나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상자가 생겼다. 사진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인명 피해를 키운 것은 노후한 건물과 열악한 소방설비였다. 우선 해당 건물은 1977년 건축 허가가 난 뒤, 1980년 7월 준공과 함께 사용허가가 났다. 건축물 대장에는 백화점 아파트 근린생활 시설로 등록돼 있다. 1~2층은 상가, 3~4층은 목욕탕과 찜질방, 5~7층은 아파트로 107가구가 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스프링클러는 3층까지만 설치됐다. 건축 당시 판매시설 용도로 허가받아 3층으로 지어졌기 때문. 이후 건물이 7층까지 증축됐지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특히 불이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4층 역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 피해가 늘었다. 소방법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층수가 6층 이상인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다. 그러나 약 40년 전 지어진 해당 건물은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아울러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대구 중부경찰서는 50여 명의 수사본부를 가동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전기안전공사와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관리인 등을 상대로 건축물 관리 문제를 조사하고 도난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현장은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오전 11시 39분쯤 현장을 찾았다. 행안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사상자마다 전담공무원을 한 명씩 배치해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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