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에 합격한 수험생이 ATM 지연인출이체 제도로 인해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해 입학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14일,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수험생 한 명이 입학이 취소됐다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A 수험생은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다. 연세대학교에선 입금 확인을 제때 안한 우리 쪽 과실이라 하는데 우체국 쪽에선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데도 입학취소처분을 통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수험생은 “대학을 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은 노력들이 소용없게 됐다. 열심히 한 보람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 붙였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상황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따르면, A 씨의 부모님은 지인을 통해 기간 마지막 날에 우체국 계좌 이체로 금액을 납부했다. 지인도 이들에게 돈을 보냈다고 알렸으나 19시 경에 입학처로부터 등록금이 납부되지 않았다고 연락받았다고 한다.
A 씨는 “뒤늦게 확인해보니 ATM기의 오류로 실제로 계좌이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전산 오류에 대한 증빙서류를 요구해 서류들을 제출했다. 13일 대학으로부터 최종적으로 합격취소 메일과 전화 통보를 받았다. 수능성적으로도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수시로 합격해 현 입시제도에 따라 정시 및 추가모집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연세대학교 측은 우체국 전산 오류라는 부분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학부모, 학생, 그리고 우체국 관계자 면담을 진행한 뒤 해명했다. 14일 연세대에 따르면, 수험생 측은 100만 원 이상 이체 시 적용되는 ATM 지연인출이체 제도로 인해 등록금 납부에 실패했으며, 관련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납부 완료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ATM 지연인출이체 제도 계좌로 100만 원 이상 입금 받을 경우 ATM을 통해 출금하거나 인터넷으로 자동 이체하려고 할 때 30분간 지연되는 제도다. 보이스피싱 예방차원에서 작년 9월부터 시행됐다.
게다가 연세대학교는 합격자 안내문을 통해 등록금 납부 결과 확인을 사전에 안내하고 기간 내 미등록자를 대상으로 등록금 미납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낸다. 해당 수험생에게도 등록금 이체 실패 후인 오후 두 시 경에 미등록자를 대상으로 발송하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연세대학교 관계자는 “해당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구제 방도를 찾고자 노력했지만, 입시의 공정성 및 다른 수험생들과의 형평성(추가 합경생의 불이익)을 고려해 매운 안타깝지만 원칙과 절차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14일 밤 11시 A 수험생의 담임교사가 딴지일보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 과실을 인정하고 대학 측의 입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께서 지적했듯이 학생 측이 과실도 분명하고 일이 더 커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많았던 것 같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갈거라고 한다. 순박하고 우직한 학생이라 마음이 더욱 아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