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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 스승과 제자의 만남

기사승인 2019.02.12  20: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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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는 제자 보는 기쁨, 모자란 가르침 준 아쉬움 / 김민남

여든 하나 내 인생 길에는 잊을 수 없는 네 분의 스승이 계신다. 한 분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다)에서, 한 분은 중학교, 다른 두 분은 대학에서 가르침을 주셨다. 마음 아프게도 세 분은 지금 이 땅에서 만나 뵐 수가 없다. 하늘 나라에 계신다. 다른 한 분은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을 떠나 서울 근교에 주거하신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은 가을 학예회(學藝會) 때 <친구>라는 동극(童劇)을 통해 우정(友情)을 어슴프레 기르쳐 주셨다. 중힉교 교장 선생님은 삶의 소중함을, 또 대학 은사님은 사람의 무한한 가치를 깨우쳐 주셨다. 

크는 제자를 보는 기쁨 뒤에는 부족하게 가르친 후회가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또 스승 아닌 스승이 있다. 대학 강단과 캠퍼스에서 만난 제자들이다. 오늘은 그 제자들과의 귀한 인연을 새삼 되세겨 보려고 한다. 그들은 지금도 내 앞에서 등불이 되어 환하게 길을 열어주고, 험난한 시절에는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었다. 며칠 전 설을 앞두고 세 제자들이 찾아와 해운대 달맞이길(moon tan road) 근처에서 점심을 같이하고 세상돌아가는 얘기도 나눴다. 어느새 제자들의 시선이 더 깊어졌다. 세상을 내다보는 폭과 거리도 나보다 더 넓어지고 훌쩍 멀리 가 있었다. 큰 보람이고 기쁨이다. 그 며칠 전에는 서울에서 부산 친정 길 오는 제자가 연락을 해왔다. 부산 사는 제자 셋, 서울에서 온 제자 두 명과 동백섬 앞 바닷가 '영화의 거리'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모두 90 학번들이니 캠퍼스에서 만난 지가 무려 30년이다. 내게는 큰 축복이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팔순을 넘긴 스승을 그 멀리 서울, 대전, 광주와 가까이 부산에서, 또 더러는 더욱 바쁘고 팍팍해진 삶 속에서도 찾아오는 제자가 있다는 건 그럴 수 없이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그때 강단 시절을 돌아봐도 늘 야단친 기억만 생생할 뿐, 뭘 얼마나 제대로 가르쳤는지 뚜렷하게 잡히는 게 없다. 며칠 전 이사하고 책들을 정리하다 강의 노트를 발견했다. 들여다 보니 부끄러움만 가득히 밀려왔다. 이걸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공부 제대로 안 한다고 큰소리로 야단했으니 그 때는 얼굴이 너무 두껍고 염치도 책장 위에 잠시 얹어 두었나 보다. 일기장과 제자들 결혼 주례사 메모들도 눈에 띄었다. 참담한 심정은 마찬가지다. 제자들 만날 기회는 앞으로도 없지 않을 거다. 그때마다 밥이라도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내일 수요일 88학번 제자와의 점심 자리에서도 그 '기약'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내 몫은 이젠 없을까. '너희 제자들아, 더 높이 더 멀리 날아 올라라. 작열하는 태양에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한 희랍 신화의 이카로스가 되는 한이 있어도 푸른 하늘로 힘차게 더 높이 날아 올라라' 하고 기도하는 일이다. 내 기도가 하늘에 닿아 제자들이 더 보람있는 '오늘 하루'를 만들고 내일을 알차게 열어 나가길 또 한 번 기도한다.

2019년 2월 12일 묵혜(默惠) 씀.

김민남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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