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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설관리직 노조 파업에 여론 와글와글

기사승인 2019.02.08  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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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전기 분회 소속 조합원 무기한 난방 중단 파업..."지성의 전당을 동토로 만드나" / 신예진 기자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대 일부 공간에 난방이 끊겼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 ‘난방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여론은 첨예하게 나뉘었다. 온라인선 노조의 파업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 대학 본부와 중앙도서관, 행정관 등 3개 건물은 지난 7일부터 난방 장치가 꺼졌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 소속 조합원 140여 명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 이들은 서울대에서 기계·전기 설비 업무를 담당한다. 이날 노조원들은 보일러 동파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설비만 가동하고 기계실에 들어가 외부의 출입을 막았다. 다만 중앙난방 시스템이 아닌 개별난방으로 운영되는 난방장치는 계속 가동됐다.

다음날인 8일 오전, 조합원 200여 명은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서울대에서는 오세정 총장 취임식도 개최됐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설관리직에 대한 학교 측의 임금 차별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바 있다. 노조는 "지난해 정부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됐지만, 대학은 여전히 2년 전 비정규직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청소·경비 노동자는 현재까지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고, 복지수당 등 여러 고용조건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분조 노조부위원장은 이날 난방 중단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하며 양해를 구했다. 최 부위원장은 서울대에서 23년째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중앙도서관까지 난방을 끄게 돼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해서 눈물이 난다"며 "울고불고해도 꿈적도 하지 않는 학교에 학생들이 민원을 좀 넣어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몰아치는 한파에 갑작스러운 난방 중단은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도서관까지 난방이 중단되는 사태에 일부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지적이 빗발치자, 이날 학교 측은 중앙도서관 제3열람실 내부에는 입식 대형 온풍기 2개를 가동했다. 그 덕분에 해당 열람실은 24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식입장을 내고 도서관 난방 중단 철회를 요청했다. 총학은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존중한다”면서도 “현재의 상황이 근시일 내에 예정된 시험, 취업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비롯하여 도서관에서 학습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학은 이어 “일반노조에 도서관을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 줄 것을 재차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하면서 서울대 일부 건물에 난방이 중단돼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 서울대학교 홈페이지 캡쳐).

온라인에서는 학생들의 공부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노조의 상황을 이해하는 응원 의견이 맞붙었다. 서울대생이라고 밝힌 네티즌들도 논쟁에 가세하면서 대립은 더욱 뜨거워졌다.

학생들의 공부권 보장을 주장하는 시민들은 “학생들을 볼모로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A 씨는 “왜 내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당신들을 이해해야 하는가? 파업을 하면서 꼭 학생들에게 피해를 줘야만 할까.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은 하고 파업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대생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학생들의 공부권 침해는 피해의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도서관이야 다른 곳을 가면 되지만 공대 건물에는 방학과 상관없이 근무해야 하는 수백 명의 전문연구요원이 출근해 있다. 서울 평균 기온보다도 몇 도가 낮은 추운 곳에 있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파업은 노조의 정당한 권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노동 전문가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동자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곳을 마비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파업 전술”이라면서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따질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파업하게 만든 자본가들에게 따지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하고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성 학장은 스페인 청소 노동자의 파업과 시민들의 동참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스페인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때 한국 유학생들이 거리를 청소하며 자원 봉사를 했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은 “지저분해질수록 파업 효과가 높아진다. 당신들은 지금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학생들을 쫓아냈다. 즉,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파업’을 대부분 나라에서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 권리로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노조를 지지하는 시민 강모 씨도 “도서관 난방 끈 것은 대수가 아니다. 추우면 참거나 다른 곳에서 공부하면 된다. 도서관 핵심 기능인 도서 대출과 논문 검색 원문 제공 서비스는 멀쩡하다. 누가 보면 파업해서 도서관 이용 자체를 못 하는 줄 알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노조의 파업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기계·전기 노조원 파업을 시작으로 다음 주부터 청소·경비 시설관리직 조합원 400여 명이 추가 파업에 합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취재기자 신예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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