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자유를 준 역대급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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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자유를 준 역대급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 부산 서구 안소희
  • 승인 2019.02.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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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 안소희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주인공의 이 대사 하나가 나를 영화관까지 이끌었다. 감독이 웃기려고 작정했다는 소문이 자자한 영화 <극한직업>이 바로 그것이다. 난 코미디 영화는 잘 보러 가지 않는 편이다. 과거 내가 본 코미디 영화는 슬랩스틱 등으로 억지 웃음을 강요하거나 웃음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약자를 비하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한직업>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개그 없이 쉴 새 없이 나를 웃겨댔다.

영화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들이 범인을 잡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로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사진: 네이버 영화 캡처).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웃으려고 본 영화에서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불편한 부분'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다.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은 앞서 영화 <스물>, <바람바람바람>을 제작했다. 둘 다 코미디 장르지만 다루는 내용이 상당히 나에게 불편했다. <스물>에서는 성관계와 관련된 대사가 많이 등장했고, <바람바람바람>에서는 불륜을 희화화했다는 평이 있었다. 이렇게 이병헌 감독의 기존 영화에 대해 관객이 평가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예고편에서는 재치 있는 대사와 상황으로 관객을 제대로 웃겨보겠다는 감독의 다짐이 엿보였다. 그래서 개봉 당일 영화를 관람했다. 아니나 다를까, 약 두 시간 동안 극장 안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개성 있는 배우들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고 반장 역을 맡은 류승룡은 이전에 개봉한 영화 <염력>, <7년의 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해 ‘믿고 거르는 류승룡’이라는 안타까운 수식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로 그는 그 수식어를 당당하게 떼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딱 맞는 옷을 입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역을 맡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가 자신과 잘 맞는 연기를 할 때 얼마나 그 역량이 크게 발휘되는지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의외로 코믹한 연기가 잘 어울리는 배우도 있었다. 바로 진선규다. 그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위성락 역을 공포스럽게 잘 소화해내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범죄도시>의 흉악범 이미지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코미디 영화에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으나 기우였다. 영화 초반부에 가장 큰 웃음은 진선규로부터 시작됐다. 그가 열심히 뛰는 동료들 옆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여유롭게 달리는 장면에서 함께 앉아 있던 관람객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던지 아직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아마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연기자를 뽑으라면 범죄 스릴러, 코미디 어떤 장르에도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평을 얻은 진선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외의 고퀄리티 액션장면

마약 범죄 조직을 소탕한다는 내용답게 후반부에 액션장면이 등장한다. 사실 코미디 영화라서 액션 장면의 질을 기대하지 않았고, 싸우는 과정에서 이상한 슬랩스틱 코미디만 안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액션 장면은 생각보다 수준이 높았다. 이 액션 장면을 통해 앞선 내용에서 허당 같고 모자라 보이던 마약반 한 명, 한 명이 그래도 형사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일깨워줬다. 적절한 효과음으로 타격감은 물론, 이때까지 마약반이 했던 고생을 돌려받듯 통쾌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고 반장이 좀비라는 복선 아닌 복선이 풀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류승룡과 마약 조직의 수장인 신하균이 펼친 대결 장면은 너무 길어서 살짝 지루하기도 했으나 영화를 망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영화 <극한직업>은 오랜만에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동안 한국 영화가 드라마 등에서 한류에 일조했다면, 앞으로는 한국 코미디 영화가 한류 바람에 돛을 달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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