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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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 부산광역시 수영구 안신해
  • 승인 2015.06.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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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전쟁, 혁명 등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대 사람들이 겪었을 고초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데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난 후 역사 속 인물들이 멀리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내 곁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아버지 어머니 또한 가까운 역사 속 그 시대에 있던 인물이었다.

1950년 6.25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영화 <국제시장>은 이 시대를 살아온 한 아버지의 삶을 현재와 과거회상을 반복하며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북에 살던 덕수네 가족은 전쟁소식을 듣고 남한으로 피난길에 오른다. 피난 도중 덕수는 여동생과 아버지와 이별하게 되고 어린나이에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아버지와 재회를 약속한 국제시장 꽃분이네서 살아간다. 이때부터 어머니와 동생 둘을 지키기 위한 덕수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주인공 덕수도 꿈이 있고 공부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삶은 항상 뒷전이었다. 가족들이 잘 살 수 있게 돈을 벌 수 있다면 힘들고 위험한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든다. 동생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떠난 독일 파독 광부, 동생의 결혼자금과 꽃분이네 인수를 위한 베트남 파병 등 목숨이 걸린 위험한 곳이지만 가족을 위해 덕수는 희생하고 또 희생한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1983년 이산가족 찾기를 하던 당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 흥남철수 때 헤어졌던 여동생과의 재회장면은 나뿐만 아니라 영화관 안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영화 <국제시장>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주인공이 독일에서 광부 일을 하며 간호사로 일하는 영자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6.25 휴전 이후 열악한 경제상황 속에서 정권은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로 노동력을 파견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 때 많은 젊은이들이 타지로 가 좋지 못한 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돈을 벌었다. 베트남 참전도 현대사의 주요 사건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돈을 벌기 위해 전쟁 중인 베트남으로 가서 고생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함께 간 친구가 그곳에서 만난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는 장면을 넣어 우리나라의 국제결혼 시작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는 미국으로 입양된 덕수의 여동생과 덕수가 상봉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외 입양의 역사는 한국전쟁 직후 1950년 초부터다. 당시 정부는 10만 명의 전쟁고아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아양자특별조치법’을 만들고 국외입양을 장려했다. 아이 1명 당 약 1000만원을 받은 우리는 입양수출국이었다. 파독광부와 월남파병, 해외입양까지 그 당시에는 나라의 경제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뒤돌아보면 안타까운 역사들을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덕수의 젊은 시절 노력으로 인해 가족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덕수의 자식들은 덕수를 그저 시대에 뒤처지는 고집불통 할아버지로만 여긴다. 영화는 이런 덕수가 혼자 울며 아버지께 힘들었다고 말하며 끝이 난다.

영화의 끝부분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고지식하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이 시대의 어른들을 무작정 비판할 일만은 아니라고. 어쩌면 이런 시대적 상황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영화 속 덕수의 대사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을 지키려고 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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