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권동칠 편] “‘좋은 신발’ 트렉스타, ‘한국 힘’ 바탕 ‘세계 No.1' 브랜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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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권동칠 편] “‘좋은 신발’ 트렉스타, ‘한국 힘’ 바탕 ‘세계 No.1' 브랜드 간다“
  • 차용범
  • 승인 2019.02.0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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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ㆍ도전의 신발인 권동칠에게 한국신발의 길을 묻다 / 차용범
이 글은 인터뷰 시점이 2013년인 까닭에 일부 내용은 현 시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의 자부심이다. “백만 번이나 선택되었다는 것, 그것은 누구나 원하던 기술을 모두 가졌다는 뜻이다!” "2013년형 트렉스타 뉴 코브라 630 GTX", 그 트레킹화의 PR 카피다. “발에 착 감기듯, 신는 순간 느껴지는 놀라운 밀착력…” 발과 신발의 관계를 ’착 감기듯‘ 묘사한 신발 이야기다. 세계가 인정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의 명작이다.

향토기업 ‘트렉스타’ 권동칠 대표(64). 부산이 세계 신발업계를 주름잡던 1981년 신발업체 공채 1기로 신발인생을 출발했다. 1988년 직원 4명과 함께 신발업체를 창업, 25년만에 직원 1500명에 연 매출 1500억 원의 명성 있는 기업을 일궜다. 현재 국내 및 아시아 등산화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아웃도어 브랜드 랭킹 16위에, 2016년 ‘월드 넘버 1’을 목표로 창조적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Always Light(늘 가볍게)-Outdoor Innovation(혁신)-Speedy Decision(빠른 결정)", 회사의 모토에서 열정적 브랜드의 도전적 DNA를 본다.

권동칠 대표는 “신발 덕분에 행복”하며 “인류행복에 기여한 기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사진: 차용범 제공).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신발은 영원할 것이다. 단지 시대에 맞게 발전하고 진화할 뿐. 현재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 그는 인류에게 필요한 모든 신발을, 책임지고 앞장서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로 산다. 그는 한때 사양길을 걷던 한국신발에 어떻게 매달렸을까? 한국 신발의 경쟁력은 과연 어떠한가? 그는 어떤 ‘좋은 신발’을 꿈꾸는가? ‘제2의 심장’이라고들 하는 발, 그 발을 보호하는 신발의 속살을 훑어본다.

[권동칠 이력]

1955년 경북 예천 출생. 동아대 경제학과 졸. 1982년 (주)세원 해외영업부 입사, 1988년 트렉스타 전신 동호실업 창립, 1991년 성호실업 법인전환, 1997년 (주)트렉스타 유통법인 설립. 트렉스타 대표.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

1997년 자랑스런 신한국인상, 1997년 금탑산업훈장, 1999년 7000만 불 수출탑 수상, 2010년 부산중소기업인 대상,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수상. 2010년 미국 라이프스타일 전문 저널 ‘Men's Journal 'Gear of the year', 2011년 미국 아웃도어 잡지 ‘BACKPACKER’ Magazine 'Editor's Choice', 스페인 'ABC' Newspaper ‘10 Best Trail Shoes' 선정.

한국신발은 살아있다. 부산에 터 잡고, 연구-개발-생산-판매를 하며 세계정상을 꿈꾸는 (주)트렉스타가 있다. 나라안팎을 넘나들며 강력한 명성을 구축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 트렉스타의 권동칠 대표를 만나 신발에의 불같은 열정과 꺾일 줄 모르는 도전정신을 본다.

Q. 트렉스타, 어떤 기업인가?

“외형적으론, 국내 신발판매 1위, 의류판매 10위권 기업이다. 국내 130개 전문매장을 운영하며, 500개 멀티숍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생산제품은 신발, 의류, 용품에 1000종. 해외 판매망도 거대하다. 미국과 유럽 40개국에 신발제품을 수출하고, 60개국에서 신발이 팔리고 있다. 아웃도어 본고장 유럽에 수출하는 아시아 회사는 트렉스타밖에 없다. 세계 신발업계는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2009년 세계 스포츠용품박람회 대상, 미국 백팩커 매거진의 ‘2011 에디터스 초이스’ 같은 주요 상을 수상하며, 세계 아웃도어 신발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 ‘외형적으로?’ 그 얘기는 차근차근 하기로 하고.

권동칠 대표는 1994년 OEM방식에서 탈피, 브랜드 ‘트렉스타’를 론칭해 내수 등산화시장에서 정상에 올랐다(사진: 차용범 제공).

30년 전 부산, 세계 신발생산 주도

Q. 신발업계에 어떻게 뛰어들었나? 신발기업은 어떻게 창업하고?

“대학 졸업 후 신발기업 '세원'에 취업, 신발 일을 배웠다. 아웃도어 신발시장 세계 2위, 1988년 트렉스타를 설립했다. 영국 하이텍 스포츠가 1987 민주화 이후의 경비부담에 쫓겨 철수를 결정할 무렵, 당시 프랭크 반 베즐(Frank van Wezel) 회장이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회장과는 그만한 신뢰관계를 갖고 있었고, 회장은 아들도 내게 맡겨 훈련시켰다. 글로벌 아웃도어 회사인 살로먼과 K2에 등산화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제조·공급하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했다.”

Q. 부산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신발산업의 메카다. 3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부산은 당시 세계 신발생산을 주도했다. 세계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했으니. 국제, 화승, 태화, 삼화, 대양…, 그 쟁쟁한 이름들을 기억해 보라. 나머지 30%는 대만 차지였고. 지금은 대만 90%-한국 10%의 구도다. 대역전이다. 신발 제조에 관한 한 두 나라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세계 곳곳에 갖고 있을 뿐, 소유구조는 완전 과점체제다.”

그는 한국의 사업풍토를 크게 아쉬워한다. 신발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일 수 없는 것을 언론․주변이 한 때의 불황을 그렇게 매도하고, 금융권까지 가세해 지원을 끊고…. 그 사이 대만은 국가전략적으로 신발산업을 육성, 오늘 세계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이제 인류는 신발을 신는 시대를 살고 있고, 그 신발은 기능․디자인에서 나날이 진화하는 것…, 참 아쉬운 한국신발의 ‘과거’이다. 그가 부산에서 창업,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 역시, 한국신발의 저력이 부산에 오롯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OEM 대신 독자 브랜드로 위기 극복… 성공으로

트렉스타는 신발을 넘어, 아웃도어 전문기업이다. ‘트렉스타(TrekSta)’ 역시 인류의 즐거운 트레킹(아웃도어) 활동에 길을 밝혀주는 별(Star)'이라는 뜻이다. 지금 생산하는 제품은 신발-의류-용품 분야에 1000여 가지. 그가 아웃도어에 집중한 이유? 다른 분야와 달리, 특징 있는 디자인과 차별적 기술이 고루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개발에 투자하며 최신기술을 개발하면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는 믿음 때문이다.

Q. 창업회사를 경영하며 어려움은 없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첫 번째 위기는 93년에 찾아왔다. 미국의 인라인스케이트 제작사인 K2에서 신제품 개발을 의뢰해 왔다. 난, 스케이트 부츠가 딱딱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뛰어넘는, 가볍고 편안한 소프트 부츠를 개발했다. 이 신제품은 시장의 판세를 뒤집어 놓을 만큼 돌풍을 일으켰지만 기술은 K2 소유였다. 설상가상, K2는 다른 납품업체를 물색했고….”

위기상황에서 권 대표는 정공법을 택한다. 평소 주문자 상표부착(OEM)방식에 의존하던 업체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던 터라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먼저 한국인의 발모양에 맞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20억을 투자, 한국형 표준 신골을 개발하고 97년부터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의 벽은 높았고 재고가 쌓이면서 회사는 도산의 위기에 빠졌다. 전 직원이 전국의 유명 산에서 등산인을 상대로 직접 홍보에 나섰다.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트렉스타는 위기를 넘겼다.

이후 세 번의 화재도 겪었다. 세 번째는 공장을 모두 태우는 대형화재였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보험회사의 실사를 받기까지 공장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거래처와의 약속을 더 중시, 막대한 보험금을 포기하고 공장을 재건한다. 이때 쌓은 신뢰는 포기한 보험금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트렉스타 성공 신화의 발판, 그대로다.

 

‘트렉스타’, 브랜드 탄생부터 ‘좋은 신발’까지

Q. ‘트렉스타’ 브랜드는 어떻게 태어났나? 성장과정은?

“1994년 OEM방식에서 탈피, 브랜드 ‘트렉스타’를 론칭해 내수 등산화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계 최초의 경등산화는 ‘등산화는 통가죽에 무겁고 딱딱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꿨다. 가볍고 부드럽고 통풍도 좋은 경등산화를 출시,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1998년 3월에는 무게 290g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등산화 '윙'을 개발, 국내외 시장에 선보였다. 그 땐 사장실이 따로 없는 회사에서, 일손이 모자랄 때는 사장도 직접 제품을 운반하며 직원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Q. 트렉스타의 기업철학을 얘기한다면.

“나는 보다 혁신적 제품으로 즐거운 아웃도어 활동을 지원, 인류의 건강증진과 수명연장에 기여하고 싶다. 그건 내가 창업할 때 자문자답한 내용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경등산화, 신발끈 대신 다이얼을 돌려 신는 코브라 신발도 그런 철학의 산물이다. 나는 새 제품을 만들 때마다 창업정신에 맞는지를 생각한다. 기존 신발과는 달리 인간의 발과 가장 비슷하게 만들어 걸을 때 피로를 덜어 주자고 생각했다.”

권 대표의 검박한, 유리벽을 통해 직원 사무공간과 툭 트인, 그 작은 사장실의 서가에 신틀 2개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앞부분이 매끈하게 둥그스레한 기존 신발, 다른 하나는 다섯 발가락 모양처럼 울퉁불퉁한 신발이다. 발 모양 그대로이니 신으면 편할 수밖에-.

Q. '좋은 신발'의 조건도 간단명료하겠다.

“그렇다, 사람의 발모양과 똑 같은 신발이 좋은 신발이다. 사실 인류가 발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신발을 만든 역사는 매우 짧다. 10만 년 신발역사에서 신발은 오랫동안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였다. 최근까지는 모양을 중시한 디자인 위주였고. 그러니 신발이 발모양을 외면하기 일쑤다. ‘근심 많은 사람에게 나쁜 신발을 주라’는 말이 있다. 발이 불편하면 모든 신경이 발로 쏠려 근심을 잊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고 발의 건강, 몸의 건강을 우선하는 신발이 좋은 신발이다.”

 

트렉스타 성공 이끈 역발상 아이디어

이쯤이면 트렉스타의 성공비결을 알겠다. 시대를 거스른, 가볍고 편안한 신발, 그 역발상 아이디어의 힘이다. 권 대표는 늘 ‘역발상’을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신발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혁신과 창조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들이 요청한 제품을 그대로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늘 역발상으로 획기적 제품을 제안하는 회사, 트렉스타다.

신발업종에서 찾기 힘든 과감한 투자도 트렉스타의 강점이다. 총수출액의 절반가량을 수출판로 확대와 디자인 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연 50억 선, 이를 통해 매년 3~5건의 신발특허를 만든다. 직원들의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신발 혁신의 아이콘 권동칠 대표는 늘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그들과의 대화에서 소비자의 트랜드를 읽곤 한다(사진: 차용범 제공).
권동칠 대표와 트렉스타 직원들이 국립공원과 쓰레기 되가져 가기 운동인 그린 캠페인을 함께 하고 있다(사진: 차용범 제공).

Q. 역발상 아이디어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단 제품은 어떤 것들인가?

“누구도 가죽 이외의 소재로 등산화를 만들 생각을 못할 때 세계 최초의 경등산화를 개발했다. 세상 모든 인라인이 딱딱한 하드부츠일 때 소프트 인라인 부츠를, 어떤 신발 브랜드도 맞춤신발을 대중화시키지 못할 때 대중 맞춤신발 디저털 슈를, 모두가 자동차의 겉모습을 신발에 적용시켜 모양만 중요시 여길 때 자동차 서스펜션 시스템을 활용한 IST 기술을, 누구나 얼음길은 미끄러운 것이 당연할 때 유리섬유를 활용한 ICE 그립을 개발한 것, 모두 세계 최초다. 세상 99%의 신발이 실제 발 모양과 다를 때 발의 굴곡 표준을 잡은 네스핏(nesTFIT) 기술을 개발한 것, 세계 최초다.”

Q. 네스핏 기술이란?

"인간의 발에 가장 가까운 신발을 만드는 인체공학적 기술이다. 사람의 발 외형에 정확하게 맞도록 실제 발 관절 모습과 똑같이 제작한 신발 틀과 안창, 중창, 밑창을 일체화하는 특허 제조공법이다. 2만 명의 발을 3차원으로 스캐닝하고 분석, 발에 있는 26개 뼈와 33개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등고선 굴곡의 표준을 만들었다. 네스핏 신발은 발의 굴곡대로 안창과 밑창이 밀착, 착용감이 좋고 걸을 때 발이 받는 압력을 줄여줘 근육 피로도가 감소한다.“

연구결과, 네스핏 신발은 다른 제품에 비해 발에 가해지는 압력이 23% 적다. 근육의 피로도가 31% 줄어든다. 네스핏 기술 덕택에 트렉스타는 아웃도어의 본고장 유럽의 스페인, 포루투갈 등으로 첫 수출을 시작한다. ‘2010년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디자인경영 부문 대상(대통령상)을 받고, 스페인 ABC뉴스가 선정한 ‘최고 아웃도어 신발 톱10’에 나이키 등과 함께 뽑히기도. 2010년 ‘세계 스포츠용품 박람회’에서 노스페이스, 밀레, 라스포티바 같은 세계 유수 브랜드들을 제치고 신발과 의류, 스포츠용품 등 전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룬다.

권동칠 대표는 “사람의 발모양과 똑같은 신발이 좋은 신발”이라고 말한다(사진: 차용범 제공).

“코브라 시리즈, 제2의 100만 켤레 신화 쓸 것”

Q. 얼마 전 신문 전면광고에서 ‘코브라 630 트레킹화’ 시리즈를 봤다, 100만 켤레를 팔았다고 자랑하는.

“코브라 신발은 신발 끈을 묶을 필요 없이, 와이어를 연결한 동그란 버튼을 돌려 간편하게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신발이다. 신발을 조아주고 풀어주는 기능과 함께, 비늘을 형상화한 현대적 디자인은 뱀 ‘코브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스노우보드화에만 쓰던 버튼 다이얼을 세계 최초로 아웃도어 신발의 옆면에 적용, 2007년 출시했다. 지금까지 누적판매 100만 족을 돌파했다.

새로 출시한 코브라 630 고어텍스는 안락한 착용감과 함께 신고 벗기도 더 쉬워졌다. 다이얼을 돌리는 순간 발에 착 감기듯 놀라운 밀착력을 느낄 수 있다. 뛰어난 방수투습 기능의 고어텍스 소재로 언제나 뽀송뽀송한 발의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 세계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트렉스타의 하이퍼그립(HYPERGRIP) 밑창을 사용해 접지력까지 높였다.” 권 대표는 새 시리즈 역시 제2의 100만 신화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Q. 트렉스타의 올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신고 벗을 때 손을 쓸 필요가 없는 신발, 발의 특정부위를 자극해 치매를 예방해 주는 신발, 외부환경이 변해도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신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다양한 기능화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첨단 우주화도 개발 중이고. 특히 신발 외의 의류제품을 영국 프랑스 같은 유럽 10개국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화를 만든다? 그게 무슨 수익성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 나로호도 날았고, 우리 신발이 세계정상이니 우주화도 우리가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올 매출목표는 2000억 원, 확신을 갖고 도전하고 있다.

Q.부산에서 사업을 하며 겪는 이점과 애로점은?

“글로벌 사업을 하기에 부산만큼 좋은 곳이 없다. 해외 수출입에 유리하고 바이어도 바다와 산, 강이 있는 도시 부산을 좋아한다. 다만 트렉스타의 의류사업부는 서울에 있다. 디자이너와 아웃도어 옷을 제작할 공장까지,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을 돌다 보면 도시마다 특색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수도권 집중이 심하다는 게 권 대표의 아쉬움. 그럼에도 신발분야만큼은 세계 어느 곳보다 부산이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인다.

 

“신발산업은 기술집약적 첨단 신성장산업”

트렉스타 권동칠 대표, 그는 제11대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이다. 그의 꿈? 신발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한국 신발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맡아야 할 책무를 뚜렷이 되새긴다. 첫째, 신발업계의 화합을 도모하며 한국신발피혁연구소ㆍ신발진흥센터 같은 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둘째, 국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고부가가치 신발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고, 세계시장에서 대만 신발업계와의 생산량 격차를 줄여 대등한 위치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 셋째, 부품·소재산업 부문의 혁신적 제품 개발을 지원, 완제품 업체와 부품소재업체 간 상생협력을 다지는 것이다.

Q. 신발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큰 오해다. 세계 신발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1885억 달러, 연평균 3.2% 성장하고 있다. 이런 잠재력 있는 산업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나는 OEM사업에서 시작해 자체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며 많은 성장통을 겪은 사람이다. 한국 신발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오해, 정말 안타깝다.”

Q. 신발산업은 기술집약적 첨단 신성장산업이라고 주장하던데, 정말 그런가?

“첨단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신발이 각광받는 시대다. 첨단기술을 접목하지 않은 신발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만큼, 신발산업은 기술집약적 첨단 신성장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첨단기술에 미적· 문화적 감각까지 더하고 있다. 이제 신발은 기획- 디자인-기술개발 같은 모든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첨단제품이자 고부가 가치 제품이다. 이게 왜 사양 산업인가?”

신발산업은 2011년 한국에서 6.4%, 해외에선 16.9%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성장하지만 글로벌로는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대만 YY사는 2010년 매출 7조 7000억 원에 순이익 560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종업원 31만 명.

 

부산 신발산업단지 조성… 세계 5대 브랜드 갈 바탕

Q. 한국 신발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신발업계의 선두주자는 대만이다. 30년 전엔 한국이 8 대 2로 한국이 앞섰지만 지금은 거꾸로, 한국 2, 대만 8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인재, 자원, 노하우, 기술,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컨대 인도에서 인도 사람이 1조 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웬만큼 품질수준을 갖추려면 10년이 걸린다. 한국사람이 인도에 가서 신발공장을 하면 두 달 만에 가능하다. 우리는 기술·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한·미 FTA 같은 세계시장의 변화 역시 한국 신발산업에 긍정적인 기회로, 권 대표는 본다. 미국·유럽에 수출하는 신발의 관세를 면제받으면 이제 중국ㆍ대만보다 높은 제조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현재 한국신발은 국내에서 연 6억 달러, 해외 현지공장에서 연 50억 달러 수출한다.

Q. 한국 신발산업의 애로점은?

“새로운 소재·부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한 기업이 하긴 힘들다. 정부나 관련 부처가 중점 육성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지금까지, 완제품 업체와 소재·부품업체 간 정보 공유도 원활하지 못했다. 신발피혁연구소 역시 여러 프로젝트에 묶여 이런 역할에 완전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부산시와 정부, 여러 지역 국회의원의 적극적 노력에 힘입어 탄성소재 개발이며, 도시형 신발개발사업 같은 연구에 들어갔다. 상당히 나아질 것이다.”

Q. 부산 신발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 뜻과, 부산 신발산업의 장래를 전망해 달라.

“부산시 등은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10만㎡ 규모의 신발산업 집적화 단지를 조성하기로 확정했다. 우선 중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3개, 김해․양산에서 이전하는 기업 2, 역내에서 확장하는 기업 4 등 9개 업체가 입주한다. 입주업체는 대부분 첨단 스포츠·레저화를 생산하고 있다. 2300여 명을 새로 고용, 고용증대 효과도 클 것이다. 2015년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부산지역 신발산업은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미국·유럽 수출이 늘어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저임금의 매력에 끌려 중국 등지로 나갔던 업체들도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새로 조성하는 집적화단지는 부산 신발산업이 재도약할 기틀이다. 권 대표는 한국신발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 등의 중점적인 육성․지원을 촉구한다. 대한민국의 신발 브랜드를 2020년 세계 5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담대한 포부다.

 

“부산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열린 사회”

트렉스타 권동칠, 그는 경북 예천 출생이다. 대학에 가기 위해 부산으로 왔다. 부산에 직장을 둔 큰매형댁에 의탁하기 위해서다. 당시 남구 대연동에 살았다. 거의, 시골 분위기 그대로였다. 일요일이면 이기대, 신선대를 산책하며 해변에서 홍합도 즐겨 땄다. 그로부터 40여 년, 오직 ‘부산사람’으로 살고 있다.

Q. 그동안 부산의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신발로 살았으니 신발에 관한 기억부터. 부산 신발이 한창 호황일 때 명절이면 큰 공장에선 직원 귀향버스만 50여 대씩을 보내곤 했다. 참 장관이었지. 그만큼 외지에서 일하러 온 직원이 많았다. 지금은 교통수단도 많아졌지만, 그런 규모의 제조업체가 없으니….”

Q. 부산, 부산사람, 부산문화의 매력과 특징은 어떻다고 보나?

"부산, 무엇보다 개방적․포용적이어서 좋다. 내 태어난 경북은 참 폐쇄적인 요소 많지만, 부산은 정말 ‘열린 사회’다. 타지 것들 와서 사는데도 아무 불편 없다. 이런 개방성, 글로벌사업 하는데도 큰 경쟁력이다.” 

이쯤에서 페북 친구가 준 질문 하나. 부산의 젊은 영화제작자 이동휘 대표의 “권동칠 대표, 문화마인드 매우 좋으신 분”이 모티브다. “영화 <이웃사람>에 크게 협찬했다던데?”, “그렇다, 그 영화, 부산 올로케 작품이다. 당연히, 부산기업이 함께 해야 할 것 같더라. 주인공들의 옷이며 용품까지, 트렉스타가 공식 후원하고, 많은 장면에 트렉스타 제품이 등장한다.” <이웃사람>은 김휘 감독, 김윤진 주연, 강풀의 원작만화를 실사화한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영화다.

흥행대박 터트린 부산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극중 '예니콜'역)이 신은 신발 역시 트렉스타 코브라 530 GTX 제품. “제품이 좋아서, 배우들이 찾아 신었다”는 권 대표의 얘기.

 

‘신발 덕분에 행복한’ 신발인… 트레킹․등산 즐겨

Q. 독서광으로 알려졌던데, 어떤 책을 얼마나 읽나?

“1년 중 한두 달 빼면 거의 해외출장이다. 비행기 안에 머무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한때는 경제경영책을 많이 읽었지만, 요즘은 인문학에 꽂혀 있다.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시키는 건 세계적 추세다. 다른 사업부문과의 융합을 위해서도 인문학이 중요하더라.” 그는 월 6~7권을 읽으며 ‘좋은 책’을 골라 직원에게 선물하는 재미를 즐긴다. 직원들은 독후감 발표모임도 갖고.

Q. 아웃도어 브랜드 회사 대표다. 특별히 즐기는 야외활동이라도?

“트레킹을 즐긴다. 시장조사 차원에서 등산도 자주 하고. 백두산도 다녀왔다. 실은 내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인라인을 탔다. 스노보드 역시 국내 스키장에서 전용 슬로프를 개방하기 전부터 탔다. 무주, 용평 등지에서 제일 잘 탔다. 지금은 자제한다. 부상의 위험도 있고….”

권동칠 대표는 트레킹을 즐긴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 기념촬영(사진: 차용범 제공).

Q. 행복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아, 정말 행복하다. 신발, 끊임없이 변모하는 종합예술이다. 5년 머물러선 신발 못한다. 30~40년 머물러도 너무 어렵다. 나, 아직 2% 이상 부족하다. 발은 뼈와 근육, 인대, 혈관, 살을 다 가진, 참 복잡하고 중요한 부위다. 그 발을 신발이 보호한다. 좋은 신발 만들기, 쉽지 않다. 그런 어려운 영역에 확신 갖고 도전하는 삶, 왜 행복하지 않겠나?”

세계적 아웃도어 브랜드 ‘트랙스타’ 광고 자켓(사진: 차용범 제공).

“뜻 있으면 성공한다... 창의도전의 신발인으로 살 것”

다시, 페북친구 하은정 변호사의 추천 질문. “동양학자 조용헌 교수는 팔자를 바꾸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눈 밝은 스승(名師)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대표는 인생의 고비마다 가르침을 준 누가 계셨는가?”

“난, 그런 명사보다, 정말 삶의 지표를 밝혀준 롤모델이 계셨다. 어머니다. 어머니의 그 뜨거운 열정,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2남 6녀, 8남매를 키우며 한 가지 일에 최선 다해 집중하는 열정, 그런 열정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Q.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 있다면?

"장기적으로, 온 인류에 행복 주는 좋은 신발 만들기, 단기적으로, 세계정상에 서는 것이다. 둘 다 할 수 있다. 한국의 신발기술과 국력, 한류열풍까지 결합하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 지금 삼성전자, 15년 전만 해도 ‘세계정상’을 생각했겠나? 이제 우리나라의 겉모양도 엄청 좋아졌다. 돌아보라,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특히 부산만큼 깨끗한 거리에, 시원한 녹지를 자랑하는 도시가 없다. 세계도시, 깨끗한 순서대로 잘 산다. 2020년 세계정상의 꿈,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꿈이다.”

그가 기대하는 기업인으로의 평가? 당연히 “인류행복에 기여한 기업인”이다. 돈을 많이 벌어 사회에 환원하고 고용창출을 늘리는 것도 기업인의 꿈일 터이지만, 역시 창의․도전의 신발인 답게 ‘인류행복에의 기여’를 값있게 친다.

사장실에 걸린 액자 글귀는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라는 뜻이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고사성어다. 신발산업=사양산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정책적 지원만 확실하다면 부산신발=세계정상은 꼭 이룰 수 있는 꿈이라는 확신, 그 굳은 확신과 인류행복에의 염원을 바탕삼아, 그는 오늘도 도전하고 혁신하는 ‘개념 있는 신발인’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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