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판결' 안희정, 징역 3년 6개월에 법정구속...김지은 "고통스러운 시간과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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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판결' 안희정, 징역 3년 6개월에 법정구속...김지은 "고통스러운 시간과 작별"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2.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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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공소사실 10개 중 9개 유죄...김지은 진술 일관성에 무게 / 신예진 기자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5)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원심의 무죄를 뒤집은 결과에 피해자 김지은(34) 씨는 감사와 안도의 뜻을 내비쳤고, 여성계는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오후 2시 30분부터 안 전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권세를 이용, 적극적으로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를 명령했다. 재판 직후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라 안 전 지사는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안 전 지사는 피해자가 신분상 비서라는 관계로 순종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성적 자기 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채 생방송에 출연할 만큼 극단적 선택을 해 모멸감과 충격,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지만, 안 전 지사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수행 비서이던 김지은 씨를 상대로 2017년 8월 29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사진: 더 팩트 남윤호 기자, 더 팩트 제공).

항소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공소사실 10개 중 9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무죄를 받은 1개는 도지사 집무실에서 발생한 강제추행이다. 재판부는 사건의 주요 부분에 대한 김지은 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김 씨에게 피해 호소를 들은 증인들의 진술 역시 김 씨의 진술과 결이 같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피해사실 폭로 경위가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며 허위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거나 무고할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피해자의 진술 역시 일관성이 있으며 사건 당시 상황이 매우 세부적이어서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상황에 비춰 보면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고 안 전 지사가 계속 미안하다고 한 점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성관계의 취지를 계속 번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1심 재판부와 상반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지은 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빈약하다고 판단하고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김 씨가 피해를 당한 다음 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알아보고, 저녁에는 안 전 지사와 와인바를 가는 등의 행동이 문제가 됐다.

그러면서 1심은 “안 전 지사와 비서와의 관계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관계는 맞지만 성관계나 추행 당시 위력이 작용해 김 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 위력이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정형화된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성격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이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리고 있다(사진: 더 팩트 임세준 기자, 더 팩트 제공).

한편, 김지은 씨는 이날 선고 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고법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공동대책위원회는 158개 여성·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씨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장윤정 변호사가 김 씨의 발언을 대독했다.

김 씨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해주신 재판부, 힘든 시간 함께 해주신 변호사님들과 활동가 선생님들, 외압 속에서도 진실을 증언하기 위해 용기 내주신 증인 여러분들게 깊은 존경을 드린다”며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이어 “이제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 할지,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겨야 할지보다,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더 고민하려 한다. 말하였으나 외면당했던,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저의 재판을 지켜보았던 성폭력 피해자들께 미약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도와주시고, 함께 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동대책위원회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했다. MBN에 따르면, 공대위는 "위력에 대해 좁게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판단 기준으로 처벌 공백이 만연하던 '우월적 지위', '업무상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해 그 특성을 적확히 파악해 판단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가해자 중심사회, 위력에 사로잡힌 구조와 문화에 대해 질문하고 '미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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