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같은 주의사항으로 소비자 눈 속이는 ‘얌체’ 광고, 이제는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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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주의사항으로 소비자 눈 속이는 ‘얌체’ 광고, 이제는 안 통한다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3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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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광고의 상품 제한사항 명료화 가이드라인 제정...주의 소홀로 당하는 소비자 보호 목적 / 신예진 기자

직장인 권모(27) 씨는 지난해 부산의 한 네일샵에서 ‘30만 원’ 금액권을 구매했다. 이는 손톱 관리를 받을 때마다 미리 지불한 30만 원에서 네일 관리 금액을 차감하는 선결제 방식이다. 가격이 부담됐지만 네일샵 직원들의 성화에 홀랑 넘어갔다. 30만 원 금액권을 구매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10만 원 적립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가게 벽면에도 30만 원, 50만 원, 70만 원 등 갖가지의 금액권 홍보물이 게시돼 있었다.

권 씨는 “솔직히 긴가민가했지만 포인트까지 합하면 40만 원이니, 두고두고 사용하면 되겠다 싶어서 구매했다. 한 번 시술을 받으면 2만 원 정도를 차감하니까, 약 20번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거의 1년 6개월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권 씨의 예상과 달리 권 씨는 지불한 30만 원 중 10만 원을 그대로 날렸다. 사용 기한이 초과됐기 때문. 권 씨가 네일샵에 불만을 토하자, 네일샵 직원은 벽면에 걸린 30만 원 금액권 홍보물 하단을 가리켰다. 해당 홍보물 우측 하단에는 “금액권은 1년간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글이 깨알같이 작게 적혀 있었다. 권 씨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일부러 잘 알아볼 수 없이 꼼수를 부린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소비자가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주된 표시 광고에 딸린 제한사항 효과적 전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같은 ‘얌체 광고’ 규제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공정위는 31일 ‘주된 표시 광고에 딸린 제한사항 효과적 전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한사항이란 제품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나, 효과가 제한되는 조건 등을 말한다. 일부 사업자들이 그간 관행적으로 제한사항을 광고 화면의 맨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기재하거나, ‘실생활에서는 달라질 수 있음’과 같이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문구나 용어를 추가하는 사업자들의 ‘꼼수’를 막겠다는 의지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과적으로 제한사항을 전달하지 못하는 광고 사례는 이렇다. 신문지면 광고를 하면서 제한 사항을 표기한 부분의 배경색을 어둡게 처리한 경우다. 제한사항이 배경과 뚜렷이 구분되지 못해 소비자가 이를 읽지 못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 달 만에 7kg 감량"이라고 눈에 띄게 광고하면서 체중 감량 전후 대비 사진에 아주 작은 글자로 "3개월 복용 시"라고 쓰는 경우다. 이 역시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예다. 

부산 남구 경성대학교에 설치된 모 기업의 옥외광고물. 광고물 3/4 지점에 흰 바탕에 작고 검은 글씨로 제한사항이 적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사업자는 소비자들이 제한사항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두드러지게’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읽을 수 있는 충분한 크기와 배경색과 구분되는 색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제한사항은 주된 표시·광고와 ‘근접’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위치에 기재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셋째, 제한사항의 의미가 누구나 이해하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쉬운 문구와 용어 사용이 필요한 이유다.

공정위는 “일반적인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제시된 모든 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는다.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항만 대략적으로 확인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는 광고의 표제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이 소비자가 보다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자발적인 법 준수를 유도해 소비자에게 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주문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제한사항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않아 소비자를 오인시킨 광고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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