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구자철∙기성용 태극마크 반납...'런던 세대'의 영광스런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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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구자철∙기성용 태극마크 반납...'런던 세대'의 영광스런 퇴장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9.01.3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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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팬들의 아쉬움...백승호, 권창훈, 이강인 등 차세대 에이스들의 대표팀 합류 기대감 / 류효훈 기자
UAE 2019 아시안컵 대회를 마지막으로 구자철과 기성용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기성용(30, 뉴캐슬)과 구자철(29, 아우쿠스부르크)이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런던 세대들의 퇴장이다. 앞으로 대표팀의 세대교체 방향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갑내기 동료였던 기성용과 구자철은 각각 2008년 9월 5일 요르단 전, 2008년 2월 17일 중국전 A매치에 데뷔했다. 이후 2011년 아시안컵을 뒤로 하고 대표팀을 은퇴했던 이영표와 박지성 월드컵 4강 신화 세대에 이어 10여 년간 한국 축구를 지탱했다.

기성용, 구자철은 두 차례의 월드컵(2014, 2018)과 세 차례의 아시안컵(2011, 2015, 2019)에 함께 나섰다. 구자철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5골을 넣고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대표팀 최연소 주장을 맡았다. 지금까지 A매치 통산 76경기를 뛰었으며 19골을 기록한 뒤 이번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붉은 유니폼을 벗게 됐다.

기성용은 후방 빌드업(우리 측 진영에서 상대진영으로 골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공격 전개 과정)의 역할을 맡으면서 대표팀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처음 출전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양박쌍용(박주영,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을 합쳐 부르던 별명)이라고 불리며 활약했고, 사상 최초 원정 16강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이후 2015년 아시안컵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대표팀 주장을 맡아 경기장 안팎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센츄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들)에 가입한 그는 지금까지 A매치 통산 110경기 10골을 기록한 뒤 구자철과 함께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들은 동반 출전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축구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도 이뤄냈다.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던 이들은 8강전에서 축구종가인 개최국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브라질에게 패배해 일본과의 3, 4위전을 치르게 됐다. 동메달이 걸린 3, 4위전에서 박주영의 결승골과 구자철의 추가골에 힘입어 일본을 2대0으로 제압하고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구자철과 기성용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축구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사진: 더 팩트 문병희 기자, 더 팩트 제공).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런던 세대'라 불렸던 구자철과 기성용이 어느덧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다. 기성용은 2019 UAE 아시안컵에서 얻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회 도중하차한 뒤 인스타그램을 통해 “THANK GOD, IT’S FINALLY OVER(하느님 감사합니다. 마침내 끝났습니다)”라는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30일, 대한축구협회에 서신을 보내 정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성용은 “2019 AFC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라는 큰 영광과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축구인생에서 국가대표는 무엇보다 소중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25일 열린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년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패한 뒤, 취재진들에게 은퇴의사를 밝혔다. 25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구자철은 “이번 대회가 대표팀 생활의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지난 호주 원정 이후 대표팀 은퇴를 마음먹었다. 감독님과 통화하면서 용기를 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애정이 더 컸고, 그래서 더 아쉽다. 우승하고 싶었는데 이뤄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대표팀 은퇴를 밝히자, 손흥민이 이들의 은퇴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사진: 더 팩트 이선화 기자, 더 팩트 제공).

이들의 대표팀 은퇴에 동료선수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31일 스포츠 조선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26, 토트넘)은 “(구)자철이 형, (기)성용이 형. 사실 한국 축구에 큰 기둥 역할을 했다. 형들이 은퇴한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사실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형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이 선수들이 한 번에 나가면 우리 대표팀도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앞으로도 형들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에서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저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대표팀에서 그 정도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만큼 고생했고 희생했다. 너무나도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못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소속팀에서 항상 경기 보면서 응원할 것이다. 다치지 말고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우(22, 헬라스베로나)는 대표팀을 은퇴하는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냈다. 이승우는 3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축구 선배로서, 인생 선배로서 하루하루 곁에서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 우리 모두의 모범이 되었던 형들. 감사하다는 단어가 부족할 만큼 형들의 대표팀에 대한 헌신과 희생. 형들과 함께 한 시간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영광이었다. 감사드리고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대표팀 동료만큼 많은 축구팬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기성용과 구자철 국대 막내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국대 은퇴한다니 아쉬움만 남는다. 박지성, 이영표 은퇴 이후로 이런 아쉬움은 없었다. 나의 축구 팬 인생에 가장 큰 기억이었고 큰 추억이었다. 남은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서 활약하는 이강인이 31일 1군에 정식으로 등록됐다고 밝혔다(사진: 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한 시대의 한국 축구 기둥이었던 기성용, 구자철이 은퇴하자 이들의 자리를 대체할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부상으로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권창훈(24, 디종)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해 5월 아킬레스 건 부상에서 7개월 만에 복귀해 6경기 2골을 기록하는 등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는 신성 백승호(22, 지로나)와 이강인(18, 발렌시아)도 주목받고 있다. 백승호는 지난 해 8월 지로나에 입단해 10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스페인 국왕컵에서 1군 첫 데뷔 무대를 밟는 등 힘찬 날개 짓을 시작했다.

특히,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스페인 국왕컵 에브로와 32강전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인 만 17세 237일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했다. 출전시간을 차차 늘려가던 이강인은 30일 헤타페와의 스페인 국왕컵 8강 2차전에서 세컨드 어시스트(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에게 연결한 패스)를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선보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31일(한국시각) 발렌시아 1군에 정식 등록돼 축구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한국 축구의 한 세대를 지탱했던 기성용, 구자철 대표팀 은퇴 속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어린 선수들이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 다음 세대에 대한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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