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거두기? 국립암센터 채용 비리 논란에 취준생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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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거두기? 국립암센터 채용 비리 논란에 취준생 ‘한숨’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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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근무했던 임시직을 정직원으로...취준생 "강력 처벌이 답" 분개 / 신예진 기자

의료계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 정규직 채용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필기 시험 문제가 일부 응시자에게 사전에 유출된 것.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채용비리에 취업준비생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채용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국립암센터 직원 A(44)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B(48)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문제를 미리 받아 시험을 치고 정규직으로 채용된 임시직(28) 등 3명도 업무방해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국립암센터는 2018년 1월 영상의학과 보건 분야 정규직 채용공고를 냈다. 정규직 3명 채용에 17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60대1을 기록했다. 임시직은 1명 채용에 26명이 지원해 2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채용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다. 입맛에 맞는 특정 인물을 채용하기 위해 직원들이 일부 직원이 채용 문제를 유출했기 때문. 2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직원 A 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임시직과 청년 인턴에게 “오타 수정을 도와달라”며 자신이 출제한 필기시험을 보여줬다. 3급인 A 씨는 초음파 과목 출제위원이었다.

필기시험 문제를 미리 확인한 임시직과 청년 인턴 역시 응시자였다. 이들은 다른 내부 응시자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자신이 기억한 문제를 유출했다. 임시직과 청년 인턴은 각각 정규직과 임시직으로 채용됐다고 한다. 특히 청년 인턴의 경우, 정규직 채용에서 불합격했지만, A 씨의 도움으로 임시직으로 채용됐다. 지난해 3월 A 씨가 면접관인 2급 직원 B 씨에게 미리 도움을 요청했던 것. 면접 질문 내용을 미리 얻은 청년 인턴은 최고점으로 임시직에 합격할 수 있었다.

A 씨와 함께 근무한 C 씨 역시 정규직 채용 필기시험 문제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C 씨는 필기시험 문제가 저장된 교육담당자의 컴퓨터에서 CT 영상과 인터벤션 2과목 60문항의 문제를 빼냈다. 그리고 같은 부서 임시직으로 근무하던 내부 응시자 1명에게 보여줬다. 당연히 임시직은 합격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채용 비리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은 관련자들을 구속했다(사진: 국립암센터 홈페이지 캡처).

채용 비리 사태에 암센터는 정규직 공개 채용의 공정성 확보에 나섰다. 외부 기관에 문제 출제를 맡기는 등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취업준비생들은 해당 기관에 대한 실망감과 채용 비리에 대한 허탈감을 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안모(26) 씨는 “국립 기관이 취준생들 들러리 세우고 부정채용하다니 세상에 믿을 곳 하나 없다”면서 “근절을 위해서는 채용 비리 관련 강력 처벌이 답"이라고 분노했다. 곧 취업 전선에 뛰어들 대학생 김아연(24) 씨 역시 “이미 직원 다 내정되어있는데 시험은 왜 봐서 절박한 취준생들의 돈과 시간을 뺐는지... 정말 잔인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찝찝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비리가 암센터 한 곳뿐이겠나” 등 부정적인 의견들이 빗발치고 있다. 일부 취준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자의 경험담을 풀어놨다. 한 취준생은 “대형마트 관리직을 정규직으로 1명 채용하는데 수십 명이 왔다. 그런데 면접장에서 ‘이미 정규직 1명 정해놓았고 면접은 형식'이라고 하더라. 결국 예정된 사람이 합격했다”고 전했다.

한편 암센터의 대규모 채용 비리는 보건복지부에 접수된 익명의 투서로 세상에 드러났다. 문제를 인식한 복지부가 경찰에 A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 경찰은 A 씨를 수사하며 채용비리에 관여한 6명을 추가로 적발할 수 있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직원들은 경찰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채용을 돕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유출했다"고 한다. 수사 결과 대가성 역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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