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주에게 배달앱은 '독이 든 성배'...안 하면 영업 지장, 하면 광고비⋅수수료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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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주에게 배달앱은 '독이 든 성배'...안 하면 영업 지장, 하면 광고비⋅수수료 '폭탄'
  • 취재기자 도민섭
  • 승인 2019.01.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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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음식점주들, "배달앱과 골목 상권 상생할 길 찾았으면" / 도민섭

배달앱은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의 음식점을 다 검색할 수 있기에 배달 책자를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준다. 또한 음식점별로 음식의 원산지 표시도 나와 있다. 울산시 남구에서 자취 중인 김산(23) 씨는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김 씨는 “뭘 먹을지 생각이 안날 때 앱을 보면서 찾아도 된다. 같은 음식을 시키더라도 앱 리뷰를 보고 어떤 집이 맛있는지 고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증가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배달앱은 한창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 소비자단체 협의회에 따르면, 배달 앱 규모는 올해만 5조 원 이상 추정되며 수년 안에 10조 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을 보인다.

국내 연도별 1인 가구 증가 추이 그래프(그림: 통계청 제공).
국내 배달앱의 연도별 시장 규모 성장을 보여주는 그래프(그림: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점주들에게 배달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배달앱은 소비자들에게 각종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주지만 이는 사실상 유통과정이 한 단계 더 추가된 것으로 배달앱의 빠른 성장 속도만큼 점주들의 불만도 커졌다. 원인은 광고비와 수수료다. 족발집을 운영 중인 이승윤(49, 경남 김해시) 씨는 최근 고민이 깊다. 이 씨는 지난달 100만 원이 넘는 광고비를 배달앱에 냈다. “그렇다고 광고를 안 맡길 수도 없고 독이 든 성배다”라고 말했다.

배달앱 시장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중개 수수료 0원을 홍보하고 있지만 앱 상단에 노출되는 ‘슈퍼리스트’와 ‘울트라콜’에 대한 광고료를 음식점으로부터 받고, 또 외부업체결제를 통한 외부 결제수수료 3.3%, 부가세 등을 책정한다. 슈퍼리스트의 경우, 각 점주들이 광고하고 싶은 금액을 제시하면 높은 금액을 제시한 순서로 낙찰되며 음식점 이름이 1개월간 순위 변동 없이 1~3위 영역에 노출된다. 일종의 비공개입찰 방식인 셈이다. 울트라콜은 음식점이 월 8만 원을 지불하면 배달의 민족 앱 페이지 상단에 음식점 이름이 노출된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의 광고 수익이 되는 '슈퍼리스트'와 '울트라콜' 광고 화면(사진: 배달의 민족 캡처).

2위 업체 ‘요기요’는 1만원을 초과한 주문에 대해서는 음식점으로부터 주문 한 건당 중개 수수료 음식 값의12.5%, 외부 결제수수료 3%를 더해 총 수수료는 15%를 징수하며, 여기에 부가세를 더하면 음식점주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총 음식 값의 17%에 달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1개 배달앱만 이용하는 점주는 많지 않기에 점주가 2개 이상의 앱을 사용하면 한 달 점주가 배달앱에 납부하는 광고비용만 100만 원이 넘어간다. A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유강수(54, 부산 기장군) 씨는 “1만 6000원 치킨 한 마리를 팔아서 배달앱 수수료만 2000원이 들어간다. 광고비까지 하면 시원찮다”고 말했다.

3위 ‘배달통’ 역시 프리미엄 등급에 따라 광고료와 외부 결제수수료 포함 총 수수료 5.5%, 부가세 등을 음식 점주들에게 부과한다.

요즘은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주문음식을 먹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음식점주들은 배달앱 수수료 등 때문에 힘이 든다고 호소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배달 수요가 증가했다고 가게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뛴 것은 아니다. 어중간한 매출 증가는 오히려 광고비로 인해 적자다. 족발집 점주 이 씨는 “매출에서 배달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매출이 크게 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프라인 주문이 온라인 주문으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중화점을 운영 중인 김대현(42, 부산 해운대구) 씨는 “앱 광고비에 오프라인 광고, 판촉 비용까지 나가는 것이 더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높은 광고비로 인해 배달 가능 최소 주문금액을 정해놓은 가게도 있다. 배달 최소 주문금액은 1만 원에서 많게는 2만 원이 넘어야 음식점들이 배달 주문에 응할 수 있는 금액이다. A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김모(40) 씨는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원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적은 금액의 음식 배달은 큰 적자다. 이윤을 생각하면 배달 최소 주문금액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점주만이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최소 주문금액이 1만 5000원을 넘어가면 1인 가구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혼자서 한 끼 식사에 1만 5000원의 음식을 배달시키면 다 먹지도 못할뿐더러 가격도 만만치 않다. 혼자 자취하는 장영원(23, 부산 북구)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1만 5000원 음식을 배달시킨 적 있다. 결국 다 못 먹고 두 끼에 걸쳐 먹었다. 그런데 심지어 배달비 1000원도 별도로 받아 갔다”고 말했다.

배달앱 문제의 논란이 확산됨에 따라, 정우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작년 10월 1일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온라인 골목상권,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참여했다. 정 의원은 “온라인으로 진출한 골목상권이 배달앱 업체와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 좋은 정책과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골목상권, 이대로 괜찮은가?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우택 의원 블로그).

각 배달앱 측에서도 대응을 시작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달 15일부터 슈퍼리스트 광고 낙찰가를 공개했다. 비공개 입찰에서 입찰 가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이전까지 비공개 입찰을 했던 이유는 오히려 가맹점주들의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오히려 낙찰가격이 공개되면 순위를 놓고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지난달 15일부터 1만 원 이하 주문 건에 대한 수수료를 전면 폐지했다. 주문 메뉴와 배달요금 등을 합산해 1만 원이 넘지 않는 주문 건에 대해서는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배달앱들이 새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점주들과의 갈등은 유지되고 있다. A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한모(44) 씨는 “1등 낙찰가가 공개되니 점주들의 눈치 게임에 슈퍼리스트 금액만 더욱 올라간다. 입찰에 참여할 엄두도 못 낸다. 오르는 금액을 구경만 할 뿐이다. 배달의 민족이 우리의 민족인 줄 알았더니 배신의 민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B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이모(49) 씨는 “요즘 1만 원 넘지 않는 치킨이 어딨냐. 배달앱들의 대응 정책들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1만 원 이하 수수료 폐지 정책을 꼬집었다.

하지만 배달앱의 많은 광고료와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앱을 이용한다. 음식점을 하는 점주들에게 배달앱은 애증의 존재다. B 치킨 점주 이 씨는 “손님 대부분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기 때문에 쓸 수밖에 없다. 다른 가게들이 다 하는데 안할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씨는 “배달앱과 점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대책을 어서 빨리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음식점주들은 최근 배달앱 서비스를 이탈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과거에는 빌딩 사무실이나 아파트 단지에는 중국집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들이 즐비하게 붙었지만 배달앱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배달앱을 이탈한 음식점들이 다시 아파트 단지에 배달앱 없이 음식점에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면 1인분이라도 배달료 없이 과거처럼 배달해주겠다고 광고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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