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엔 승객 태반이 무임 승차 노인 뿐일 것"..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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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엔 승객 태반이 무임 승차 노인 뿐일 것"..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 논란
  • 취재기자 정성엽
  • 승인 2019.01.23 20: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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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혜택 나이 높이고 출퇴근 시간대엔 유료화하자" vs. "많지 않은 노인복지 혜택 줄여서야" / 정성엽 기자

1984년에 처음 시행된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시대가 바뀐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진행돼 오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하철 운영 측은 무임승차로 인해 매년 불어나는 손해액 때문에 휘청거리고, 시민들은 출근, 퇴근시간 등 바쁜 시간에 노인들로 인해 복잡하다는 이유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퇴근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서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성엽).

원래 지하철 노인 할인 요금제도는 1980년에 70세 이상 노인에게 절반을 할인해 주었던 것으로 시작됐다. 그후 1982년에는 나이만 65세로 낮춰 절반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 개정됐다. 65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지하철 비용 100%를 할인해주도록 개정된 것은 바로 1984년이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65세 이상 노인 무임 승차 제도가 시행돼 오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66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평균수명은 82.4세다. 약 35년 만에 무려 16세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지하철 안은 무임승차한 65세 이상 노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주부 유유민(42, 대구시 남구) 씨는 “예전에는 지하철에 지금처럼 노인들이 많지 않아서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지하철에 노인분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100세 시대가 오는데 65세 이상 노인들을 예전과 똑같이 무임 승차 혜택을 주면 지하철이 만원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시대 변화에 맞게 제도를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 손해액의 가장 큰 원인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승객 비율은 전체 승객의 15%에 육박했다. 또,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6개 광역시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을 모두 합치면 5750억 원을 넘겼다. 손실액 원인이자 무임승차 대상은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다. 이 중 노인의 비중이 80%로 가장 크다. 부산 지하철 관계자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복지 차원에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좋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피해는 지하철 공사에서 떠맡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하철공사를 생각해주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인무임승차 손해액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매년 5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해결하지 못해 지하철요금 인상 계획을 서울시에 건의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1250원인 지하철 요금을 올해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200원씩 각각 인상하는 방안을 보고서에 담았고 이에 따라서 현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요금을 인상한다면 무임승차 등으로 인한 적자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금 인상은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돈을 내고 타는 승객들이 대신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취준생 이진하(25, 서울시 동작구) 씨는 “하루에 9시간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하철을 타도, 서서 계시는 어르신들한테 자리를 양보하고 편의를 봐드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임승차 등에 따른 적자회복을 위해 내가 돈을 더 내고 지하철을 타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런 식이라면 지하철 타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 지하철 동대구역은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사람들로 북적인다(사진: 취재기자 정성엽).

매일 지하철을 이용해 누구보다 실태를 잘 아는 시민들은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절하고, 65세 이상은 저소득층에게만 할인을 허용하며, 특정 시간대 무상 승차 제도 금지 등의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 김성혁(31) 씨는 “평일에 하루도 빠짐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출퇴근시간에 어르신들이 많아 복잡하다. 때문에 복지카드를 노인들에게 제공하고 국가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과, 특정 시간에는 노인들도 돈을 내도록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인 승차할인제도는 여러 나라에서 실행 중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이유 없이 나이에 따라 전액 무상 지원을 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 덴마크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철도 및 버스 이용시 50%를 할인해주고,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요금을 할인해준다. 또, 영국은 60세 이상 노인에게 출퇴근 등 피크 시간을 제외하고 무료로 이용케 한다. 이렇듯 다른 나라에서는 시민과 지하철 운영 측의 입장을 고려해 노인 승차 할인 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생 김준한(21, 대구시 달서구) 씨는 “선진국에서는 소득분위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할인이 주어진다고 알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꽉차있는 우리나라 지하철 안의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서라도 다른 국가가 실시하고 있는 차등 할인 방안을 참고해 절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국가 지하철 무료 탑승 제도 현황(그림: 시빅뉴스 제작)

지하철무임승차제도, 노령연금 등 몇 개밖에 없는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 중에서 지하철무임승차 제도마저 없애거나 노인들에게 불리하게 이 제도가 개선되는 것에 대해서 노인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김영만(72, 대구시 달서구) 씨는 “노인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지하철무임승차 제도까지 없애 돈을 내고 지하철을 타게 된다면,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노인들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노년층은 타 국가에 비해 노인 빈곤율도 높고 노인 복지 정책이 앞서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노인무임승차 제도 정도의 우대는 복지 차원에서 존속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진수연(23, 부산시 남구) 씨는 “길을 걷다보면 힘들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다. 노인 복지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노인복지를 늘려도 모자랄 현실에 1000원, 2000원 하는 교통비 정도는 지원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권 중 하나인 이동권도 노인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2017년 기준 대구시 노인 중 월 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인구가 44%에 달했다. 이 정도 월소득에 교통비는 큰 부담이다. 때문에 돈에 치우쳐져 이동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일 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사회복지사 정민아(28, 대구시 달서구) 씨는 “젊은 사람들의 눈치에 못 이겨 돈을 내고 타는 어르신들도 상당히 많다. 또한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많이 부족하다. 복지정책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된는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까지 노인들에게 불리하게 개선된다면 노인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행위고 너무 매정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하철 노인무임승차제도를 두고 네티즌들은 “없애라는 말이 아니다 출퇴근 피크타임에는 사람이 많으니 노인들도 돈을 내야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할뿐더러 무료라 앉아 있다. 일반요금의 반에 반이라도 돈을 받으면 어르신 반은 지하철 승객에서 줄어 들 것이다” 등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45년에는 국내 고령인구가 35.6%를 돌파한다. 지금 현행대로 진행된다면 2045년에는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1/3이 지하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심정환(21, 경북 안동시) 씨는 “고령인구가 늘어나 상황이 더 악화될 텐데 국가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선책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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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2019-01-24 16:16:36
노인의 무임승차제도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완전 무임승차가 아니라 최소한으로 500원만 받아도 지금처럼 필요없이 승차하는 노인들은 절반 이상 줄 뿐 아니라 지하철공사의 적자도 어느정도 보전이 됩니다
지금은 하루 종일 공짜를 즐기는 노인들 때문에 도리어 일반 승객들이 피해를 보는 실정이니 500원이 아니라 100원만 받아도 현재 승차하는 노인의 50% 이상 줄어들어 보다 쾌적한 지하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