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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 여론 저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숙의 민주주의를 사수하라"

기사승인 2019.01.21  21: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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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상업적 목적 뒤엉켜 너도나도 가짜뉴스...전문가들 "법적 제재보다 시민의식으로 진실 찾아야" / 안나영 기자

우리는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종이신문과 TV 뉴스의 영향력 급감과 함께 유튜브 등 뉴미디어들이 무분별하게 생겨나면서 확인되지 않는 기사, 조작된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뉴스를 ‘가짜 뉴스’라 한다. 사실이 아닌 거짓 뉴스로, 조작된 형태에서부터 오보까지 그 유형이 다양하다.

미국 대선 기간에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는 사실 확인’, ‘힐러리의 이메일을 유출했다고 의심되는 FBI 요원이 시체로 발견됐다’ 등 트럼프에게 유리한 내용의 가짜 뉴스가 많이 공유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태극기 손에 쥐고 투신자살’, ‘촛불집회 중국 유학생 6만 명 투입’ 등 다양한 가짜 뉴스들이 쏟아져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방송기자연합회 회장 안형준 씨는 “가짜 뉴스 확산은 글로벌한 현상이 됐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믿거나 말거나 식의 주장이나, 억측도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대세가 된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가짜 뉴스가 대거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짜뉴스가 성행해서 건전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가짜 뉴스의 문제는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직접 나설 정도로 가짜 뉴스의 폐해는 심각하다. 이용자 수가 많은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 이슈 확산을 촉진하는 도구인 추천(‘좋아요’), 공유, 댓글 등과 같은 행위가 자극적인 가짜 뉴스에서 높게 나타난다.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뉴스를 읽을 때 해당 뉴스의 진위 여부에 먼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일차적으로는 그것이 눈길을 끌만큼 흥미로운 것인지, 관심사와 관련이 있는지, 나의 삶과 결부되어 있는지 등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진위 문제는 그다음이다.

인도에서는 ‘가짜 뉴스’로 인해 살인 사건이 잇따르기도 했다. 인도의 한 마을 주민들은 인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SNS인 왓츠앱을 통해 아동 유괴범이 이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던 행인들을 유괴범으로 오해했고, 대나무 막대와 돌 등으로 이들을 집단 폭행했다. 이후에도 왓츠앱을 통한 가짜 뉴스로 인해 이러한 살인 사건이 반복됐고 인도 전역에 12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어떤 뉴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문제다. 아무 뉴스나 섣부르게 믿어선 안되며 진짜 뉴스를 가짜 뉴스로 착각해서도 안된다.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가짜 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요령을 최소한의 교양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오창호 교수는 “가짜 뉴스를 명백하게 구분하는 것은 여러운 문제이기 때문에 법률로 규제하는 건 마땅치 않다”며 “가짜 뉴스를 법으로 규제하려다가 가짜 뉴스가 아닌 뉴스들도 일일이 검사하고 규제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로 인한 2차 피해를 입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짜 뉴스로 피해를 본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언론중재위원회 등 구제기관이 피해자를 쉽게 도와줄 수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한동희 기자는 시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이 가짜 뉴스인지 정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다. 팩트를 적절히 섞어서 쓰기도 하고, 사진만 교묘하게 합성해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경남 김해시 장유에서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애(54) 씨는 SNS로 인해 가짜, 즉 허위사실에 의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국밥집을 찾은 한 남자 손님이 음식을 먹은 다음날 가게 주인이 불친절하고 음식 위생상태도 불량하다며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그 글은 순식간에 퍼져나가, 국밥집은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비난을 받게 됐고, 동시에 김영애 씨에게도 많은 악플이 달렸다. 김영애 씨는 “그 남자 손님은 당시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정도의 취객이었고 그분에게 불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었다. 주문할 때도 몇 번 더 재차 확인도 하고 가실 때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까지도 했다. 그분이 국밥에 머리카락이 들어있다고 해 가서 확인해보니 짧은 남자 머리카락 같았는데 손님 본인의 머리카락일 가능성이 컸지만 별말 않고 음식도 다시 해 줬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악플러들로 인해 허위사실이 사실처럼 커져만 간 것이다. 사람들은 진위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만 믿었던 것이다.

유튜브에서도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 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유튜브의 가짜 뉴스를 본 사람들은 쉽게 허위사실을 믿는다. 대학생 김다영(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평소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썸네일들이 정말 많다”며 “그중 ‘북한 특수부대 청와대 침투훈련’이라는 썸네일을 보고 영상을 봤는데 금방이라도 남북전쟁이 일어날 듯한 내용이었다. 이것은 지금은 허위사실로 밝혀진 가짜 뉴스지만 밝혀지기 전에는 정말 사실로 믿었다. 지금도 그런 가짜 뉴스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빠른 시간 안에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가는 것 같다”고 밝했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가 생겨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동아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김대경 교수는 “소셜 미디어 팽창으로 뉴스 소비는 빠르지만, 사람들은 뉴스 생산자가 정확히 누군지 확인하지 않으려한다”며 “포토샵이나 앱을 통해 손쉽게 가짜 뉴스를 제작할 수 있는 점, 기존 매체의 신뢰도 하락 등도 가짜 뉴스가 생산되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사이트 대부분은 방문자 급증을 통한 광고비 수입이 그 존재 목적이다. 한마디로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마케도니아에 사는 17세 소년은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가짜 뉴스 웹사이트를 운영해 무려 6만 달러(약 6900만 원)를 벌기도 했다.

가짜 뉴스는 정치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 특히 반공주의와 군사독재 정치구조가 오랫동안 지배한 우리 사회 안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을 가짜 뉴스로 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유한국당은 얼마 전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가 김상곤 전부총리 자녀의 담임을 맡았고, 이후 대학 진학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이라면 많은 논란이 될 수 있는 얘기였지만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조선일보 한동희 기자는 “가짜 뉴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이익을 대중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NN 길재섭 기자는 “국내의 경우, 정치적으로 견해가 다른 이들에 대한 비방과 비난을 위해 확인되지 않거나 아예 사실이 아닌 내용을 뉴스 형태로 만들어 확산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국 반대 세력을 지속적으로 비방하면서 본인들의 지지 세력을 늘려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외에도 종교적인 목적이나 루머의 확산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보려는 이들도 가짜 뉴스를 제작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어떻게 하면 가짜 뉴스를 판별할 수 있을까? 우선, 구체적인 출처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메신저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정확한 출처가 없는 가짜 뉴스가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발생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KT 화재사건이 간첩이 저지른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 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있었다. 네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김 위원장의 답방 논의가 현 정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주장도 담겨 있었다. 이러한 가짜 뉴스들의 출처는 일부 보수단체들이나 유튜브로 추정된다. 

한동희 기자는 “언론보다 ‘내가 직접 알고 지내는 사람이 뿌리는 가짜 뉴스’를 더 믿게 되는 심리가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며 “같은 제품을 홍보해도 일반 광고보다 지인의 사용 후기들이 더 와닿아 구매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가짜 뉴스를 보는 데도 이런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안형준 회장은 “국내 카톡 방에 출처가 없는 가짜 뉴스가 떠도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한 가짜 뉴스는 특정 집단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고, 그럴수록 우리는 출처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뉴스의 내용이 논리적이고 일방적이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뉴스의 내용이 논리적이지 않고 일방적이라면 정보가 과장, 왜곡될 확률이 높다. 지난 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와 화제를 모은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한 기사에서는 진위 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여성이 성추행당한 게 확실하다며 남성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웠다. 

한동희 기자는 “자신의 입맛에 걸 맞는 일방적인 가짜 뉴스만 접하기 때문에 사회갈등이 합의의 여지없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길재섭 기자는 “가짜 뉴스의 유통이 늘어날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인 통합보다는 누군가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이나 배타심을 키우게 된다”며 “이는 가짜 뉴스들이 대부분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성격을 보이고, 특정한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계층, 혹은 특정인을 겨냥해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또다른 표현의 자유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독자들이 비판적인 수용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뉴스도 오류와 편향이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인 사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다른 언론사의 기사와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국제무역에서 관세를 낮추려는 제도인 FTA를 예로 들면, 자본가와 기업을 대표하는 보수 언론은 FTA의 장점을 부각하고, 기업의 수출이 확대되어 국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할 것이다. 반대로 진보 언론은 FTA에 반대하고, 소규모 기업의 경우 경쟁력이 없어 손해를 볼 거라고 강조할 것이다. 무상급식 복지 문제에 대해 보수 언론은 무상급식이 과도한 재정 지출을 일으킨다고 강조했고, 진보 언론에서는 빈곤층 학생들이 실제로 급식을 하고 있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도했고, 노동계와 학생운동 단체가 여기에 동조했다. 안형준 기자는 “기사를 접할 때 항상 비판적인 수용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같은 주제의 기사도 언론사별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체 구성원은 가짜 뉴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한다. 안형준 회장은 “가짜 뉴스와 그로 인한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 대응하는 팩트체킹이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에서 개발한 ‘신뢰 프로젝트(Trust Project)’를 도입하여 기사를 낸 언론을 밝히고, 기자가 누구인지, 광고 기사라면 자금은 누가 대는지 등을 나타내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동희 기자는 “어떤 것이 가짜 뉴스인지, 왜 이것이 가짜 뉴스인지 공신력 있는 언론기관에서 지속적으로 팩트체킹 해주는 보도를 하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김대경 교수는 “유럽 지역 공영 방송사들의 협의체인 EBU와 유로비전은 ‘유로 비전 소셜스 통신사’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에서 잘못된 정보를 진짜로 오인하는 것을 막기 위한 리소스, 교육, 법제적 판단을 유럽 지역 공영방송사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소셜 통신사다. 그런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해 가짜 뉴스를 줄여 나가야한다”고 전했다. 

동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안수근 교수는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의식 있는 수용자가 되어야 한다. 이 뉴스가 믿을만한가, 아닌가를 따져 봐야 하고, 또 다른 유통망에는 어떻게 사실이 보도됐는지 적극적으로 비교하는 등 정보를 추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소극적 수용자가 많을수록 가짜 뉴스는 판을 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길재섭 기자는 “가짜 뉴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뉴스 소비자들이 현명해지는 것이다. IT 업계 스스로 가짜 뉴스가 쉽게 확산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법적으로 가짜 뉴스를 적발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실정법상 쉽지 않은 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알리면서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 전체가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안나영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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