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모이'를 보니, "국적불명 외래어, 정체불명 신조어 사용이 즐거운 일만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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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모이'를 보니, "국적불명 외래어, 정체불명 신조어 사용이 즐거운 일만은 아니네"
  • 부산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19.01.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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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서구 안소희

나는 요즘 ‘KBS한국어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시험 교재에 나오는 우리말을 보니, 내가 지금까지 외래어는 물론 신조어들은 많이 알아도 우리말을 등한시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또, 우리가 모르는 우리말이 이다지도 많은지 깜짝 놀랐다. 이런 와중에 우리말과 관련된 영화가 개봉했다기에 곧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제목은 <말모이>였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일본에 대항하며 우리말을 모으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영화였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에 우리말 사전 편찬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영화다(사진: 네이버 영화).

#신조어 남발 시대에 맞는 소재

요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신조어 열풍이다. TMI(To Much Information,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문찐(현대 문화와 덜떨어진 사람), 법블레스유(법이 아니었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등 신조어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될 정도로 국적불명의 신조어도 많고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또 일상생활에서 우리말 대신 굳이 영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말모이>는 우리말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한 민족의 민족성을 없애기 위해 일본어 대신 우리말을 쓰면 폭행을 일삼았던 일본의 심한 통제 속에서 꿋꿋하게 우리말을 쓰고 전국 각지의 토속적인 순수 우리말을 모으는 작업은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고초였다. 당시 소수 열사들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체득하게 되니,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과 정체불명의 신조어 놀이가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무난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

이야기 흐름은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흔하다. 주인공 김찬수는 까막눈에다가 소매치기로 하루를 살아가는 가난한 인물이다. 우연히 조선어학회 대표인 류정환의 가방을 훔치게 되고 그 계기로 조선어학회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는 우리말 사전인 ‘말모이’를 만드는 데 동참하게 된다. 처음에는 월급 때문에 일하지만, 글을 배우고 조선어학회 사람들과 지내면서 진심으로 우리말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평범하고 소시민이던 인물이 독립투사가 되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좀 상투적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부분에서 '매우' 슬프지는 않았다.

#역시 주인공은 주인공이다.

영화에서는 '우리말'도 강조하지만 ‘함께’도 강조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크다”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 내에서는 각 지방의 사투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각 지방 출신의 깡패들이 힘을 보탠다. ‘함께’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관객이 <말모이>를 보고 나왔을 때 모두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말모이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함께’라는 말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 영화 내에서 주변 인물들이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워낙 주인공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보였기 때문이다.  일종의 주인공의 역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말모이>는 감동을 주는 영화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극 중 류정환이 역설한 대사다. 영화 <말모이>를 한마디로 정리한 명대사다.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바로 말을 지키려던 그들의 민족 정신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생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기 언어를 버리고 영어, 불어, 독일어를 쓰는 사례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불씨를 지켜온 그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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