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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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0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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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조재범 추가 고소...네티즌들 충격 속 '강력 처벌 요구' 국민청원 / 신예진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은 물론 고등학생 때부터 성폭행을 당한 끔찍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들은 분개하며 조재범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고, 문체부는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 대책을 긴급 발표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의 최다 추천 청원은 ‘조재범 코치를 강력 처벌해주세요’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16만 1000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은 심석희 폭행 사실이 불거졌을 당시 등록됐다가 뒤늦게 조명을 받았다. 현재 해당 청원은 10분 동안 약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외에도 조재범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50건이 넘는다.

청원자는 조재범을 “국가대표 심석희 외 다수의 여자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적어도 14년간 폭행해온 쓰레기”라고 칭하며 “꼬맹이를 기량향상 위해 밀실로 데려가서 구타하는 정신병자가 어딨냐”고 통탄했다. 청원자는 이어 “(조재범이) 1심에서 10개월 형 받고 그것도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한다”며 “조재범에게 법이 정의를 보여주고 그의 여죄를 조사해주고, 빙상연맹 전체 비리를 조사해 주십사 간곡히 탄원한다”고 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조재범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지난 8일 심석희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이 낸 보도자료로부터 촉발됐다. 세종 측은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이던 2014년께부터 평창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세종 측에 따르면, 조재범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심석희 선수를 괴롭혔다.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는 한국체대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대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심석희가 ‘트라우마’라고 언급한 장소와 일치한다. 그는 당시 SBS와의 인터뷰에서 “빙상장 라커룸, 여자 탈의실, 코치 선생님 숙소 방으로 불려가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때 이후로 거의 항상 악몽을 꾼다”고 호소했다.

심석희는 그간 본인의 위치와 여성으로 견뎌야 할 피해, 가해자의 보복 등을 고려해 이같은 사실을 마음속에 묻어 뒀다. 그러나 한 팬이 그에게 보낸 편지에 용기를 얻고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심석희의 변호인은 이날 복수의 언론을 통해 “한 팬이 심석희 선수가 심하게 폭행당했음에도 올림픽이든 그 이후에든 선수 생활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는 게 자기한테는 너무 큰 힘이 됐다고 고백하는 편지를 주셨다”며 “자신으로 인해서 누가 힘을 낸다는 걸 보고 (피해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좌)가 지난 8일 조재범 전 코치(우)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심석희의 고백에 세종 측은 지난달 17일 조재범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 혐의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조재범의 핸드폰, 태블릿 PC 등을 압수하고 진위 파악에 나섰다. 당시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고소 관련 사실을 비밀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심석희 측이 고소장을 접수한 날 오후, 조재범의 2심 재판도 열렸다. 조재범은 심석희 및 다수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해 9월 징역 10월을 선고 받고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심석희는 항소심 2심 재판에 출석해 “앞으로 스포츠 판에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어떤 이유에서든 폭행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 전 코치의 엄벌을 요했다. 조재범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 수원지법에서 진행된다.

조재범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조재범 측 변호인은 이날 복수의 언론을 통해 조재범의 성폭행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조재범 측은 오는 14일 폭행 사건에 대한 2심 선고 이후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사실무근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조재범이 수감 중인 구치소에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폭행했다는 조재범의 주장과 달리 성폭행을 위해 구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재범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성폭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성폭력 가해자와 성폭력 관련 징계자의 국내외 체육계 종사를 막는다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일에 연루되면 체육계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심석희 선수 성폭력 보도 관련 긴급 브리핑'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열린 가운데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공식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남용희 기자, 더 팩트 제공).

정부는 우선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구 제명 조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한다는 것. 또 인권 전문가와 체육 단체가 참여해 체육단체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폭력 관련 징계자는 국내외 체육 관련 단체 종사가 불가능할 예정이다.

정부는 더불어 민간 주도로 비위근절을 위한 체육단체 전수조사도 실시한다. 오는 3월까지 대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 회원종목단체를 대상으로 1단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단계적으로 조사 범위를 늘려 시도체육회와 시군구체육회에 대한 조사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만약 비위가 발견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이날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이런 사건을 예방하지도 못하고 사건 이후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해 선수와 가족,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노 차관은 이어 "그간 정부가 마련한 모든 제도와 대책이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증명됐다“며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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