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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백점기 편③] "과학기술적 연구 성과로 선박 재난 사고 막고 국민 안전에 기여하고 싶다"

기사승인 2019.01.14  20: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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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해양공학계 양대 ‘노벨상’ 수상 백점기에게 해양∙재난 안전의 길을 묻다 / 차용범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백점기 편②]에서 계속. 이 글은 인터뷰 시점이 5년 전 2014년인 까닭에 일부 내용은 현 시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특허 무료 공개... 대형재난 예방에 큰 기여

Q. 최근 폐선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설비를 개발, 특허도 획득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으며, 어떻게 실현할 수 있나?

"환경오염과 사고위험이 있는 폐선을 분해하는 것보다 폐선 자체를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착안, 이 기술을 개발했다. 이 특허는 폐선을 폐기 처리하지 않고, 바다에 정박시킨 상태에서 파력에 의한 폐선의 운동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폐선을 유용하게 재활용하면서 대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발전 설비다." 백 교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해마다 200∼400척의 선박이 퇴역, 폐기되고 있다. 대형 상선을 비롯한 많은 퇴역선박들을 폐기하는 데 큰 비용이 들고 환경오염 유발, 독성물질 배출, 사고 위험 같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Q. 지금까지 많은 특허를 받았지만 대부분 논문발표 등을 통해 일반 업계에 공개하고 특별히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다. 왜인가?

"해양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연구 성과, 많은 사람에게 공개함으로써 인명 및 환경파괴와 같은 대형피해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름의 연구철학이다. 일부 연구결과 중 수익창출을 위해 특허를 받아야 할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러나 큰 틀에선 가능한 한 인류사회에 두루 기여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세월호 참사'? 전형적 인재...고도의 과학기술적 접근 필요

조선해양공학계의 세계적 거장에게 눈앞의 '세월호 참사'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평소 걱정했듯, 이 참사 역시 선박의 설계에서 운영까지 여러 위험요인이 다단계∙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전형적 인재(人災)'이다. 그는 이 참사 이후 대략적인 사고원인이 드러날 때까지, 상당량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핵심을 찔러 지적하는 과학기술 전문가적 소신을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최근 재난사고의 안전대책 및 대응체계 구축방안 역시 적극 제안하고 있다.

Q. 온 국민을 슬프게 한 세월호 참사, 조선해양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말 그대로, '전형적 인재'다. 여러 인적 오류가 다단계에 걸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설계제작의 오류(구조 증축∙개조, 안전검사 부실)-운항의 오류(화물 과적, 평형수 부족, 복원성능 부족)로 전복∙침몰사고가 발생했고, 탈출 오류-구조 오류의 결과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어떤 한 단계에서나마 '오류'를 없앴다면 치명적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주의하자'의 한계를 넘어선, 고도의 과학자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

백 교수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한 그림. 위험-사고-참사를 잇는 과정에 여러 인적 오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설명한다. 하나의 오류만 없었더라도 대형참사를 빚지는 않았으리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사진: 차용범 제공).

결론인 즉, 재난사고는 체계적∙과학기술적 제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한 '그림'을 펼쳐 두고 이 참사의 원인을 설명한다(도표 참조). 위험과 사고를 잇는 과정에, 그 레이저 포인트를 차단할 한 단계의 제어만 확실하게 작동해도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제어과정, 과학기술적 메커니즘이 복잡한 만큼 행정∙인문 영역의 책임자만으론 이해가 곤란하다는 것, 과학기술자의 지혜를 모은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주장을, 기고와 강연을 통해 적극 확산 중이다.

글쓴이는 백 교수의 주장을 쉽게 공감했다. '세월호 참사' 뒤, '후진국형 위험사회'라는 제목의 칼럼 한 편을 쓴 기억 때문이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론'과 미국 사회학자 찰스 페로의 '고위험사회론'은 함의를 공유한다는 것, 두 학자는 함께, 그 '위험한 시스템'의 속성을 잘 이해하면 위험을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세대를 건너뛴 두 위대한 인문학자의 논리와, 오늘 세계적 이공학자의 접근방식이 상통한다는 것, 참 흥미롭지 않은가?

Q. 세월호 참사 직후 언론 인터뷰를 많이 했다. 워낙 상황이 급박하고 민감한 사안이어서 전문가라 할지라도 인터뷰에 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정말 좋은 질문이다. 이런 경우, 전문가라도 예민한 언론 인터뷰에 잘 응하려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고 발생 메커니즘이 불명확하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예민한 발언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난, 세월호 참사 후, 총 100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했다. 많은 국민이 의문을 갖는 사고, 전문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과학자의 사회기여 차원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주려 적극 응했다. 어떤 날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20여 분 간격으로 방송 인터뷰를 30차례나 가진 적도 있다. 해외에서도 이 참사에 관심이 많다지 않나. KBS 국제방송, 아리랑 TV 같은 영어방송과 국군방송 같은 곳은 전화 인터뷰를 넘어, 직접 서울 스튜디오까지 나가기도 했다."

그는 참사의 원인이 어느 정도 드러난 뒤 '더 나갈 필요가 없겠다' 싶은 순간 인터뷰를 끊었다. 그게 궁금했던지 어느 국회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왜 최고 전문가가 인터뷰에 안 나오나. 혹 정보기관 같은 곳에서 (나가지 말라는) 압력이라도 받았는가?" 그러나 그는 "그런 일 없다"고 대답했다. 그 많은 인터뷰의 출연료는 5-10만 원. 하루 100회면 500만 원 가량이겠다. 그는 그 출연료를 일절 받지 않았다. '과학자의 사회봉사 활동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다. 방송국에는 "가능하다면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 조의금으로 내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여객선 안전관리, 설계∙건조보다 운영 문제 커

Q.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공기주입으로 생존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결론적으로 희박하다’는 다소 냉정한 대답을 했다. 전문가로서 소신이었나?

"그렇다, 그 질문에 소신껏 대답했다. '도면을 보면 수밀격벽이라고 해서 한쪽이 침수되더라도 옆 공간이 연쇄적으로 침수가 안 되는 구조다, 그러나 사실상 이 같은 유람선, 여객선의 경우 문을 닫고 운항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그 앵커가 다시 묻더라, '상황이 벌어졌을 때 선원이든 누구든 닫았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난, 다시 현실론을 얘기했다. '지금 배가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똑바로 서 있어도 움직이기가 어려운데 여러 방의 객실을 다 갑자기 내려가 문을 닫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당시 그 유명 앵커는 10초 간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했다.

Q. 사고 초기 세월호 증축 사실이 드러나면서 '평형수가 부족해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터뷰를 했다. 이후 평형수 부족이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정확한 사실은 배를 인양한 후 알 수 있겠지만 ,‘평형수’, 배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사고를 빚을 복합적 원인은 어떤 것이 있나?

"여객선은 복원성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배 밑바닥에 무게중심을 두도록 여러 조치를 한다. 일반 상선과 달리 여객선은 물밖에 나오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평형수라는 물을 채우는 거다. 물을 채워서 무게중심이 밑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거다. 설계는 잘 하더라도 이 조치를 하지 않으면 복원성능이 낮을 수 있다. 한 번 기울어지면 원래대로 안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그는 사고 이튿날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객실의 개조증축 문제도 지적했다. "하나 의심이 되는 것은 선박개조 증축을 했다는 것이다. 증축을 하면 갑판에 중량이 늘어나고 배의 무게 중심이 위로 가면서 복원성능이 떨어진다. 이에 대한 조치로 배 바닥에 평형수를 더 실어 복원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평형수를 더 넣지 않았다면 복원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화물 결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복원성능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세월호 참사의 드러난 원인, 그 핵심을 정확하게 찌른 분석이다.

Q. 우리 여객선, 앞으로 어떤 설계와 건조, 운영으로 항구적 안전대책을 확보하여야 하나?

"일반 건축물과 달리, 선박은 설계를 제대로 했는지, 확실하게 안전설계를 했는지 점검하는 기준이 있다. 설계단계부터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선박과 비행기를 비교하면, 비행기 사고가 훨씬 위험하다. 그러나 항공기 사고는 발생빈도가 낮다. 제어∙관리 체계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박사고의 문제는 설계-제작-운항 3개 분야 중 운항 부분의 취약점이 크다는 것이다. 승선신고도 정확하지 않고, 화물적재도 주먹구구다. 매뉴얼에 따라, 충분히, 쉽게, 제어∙관리할 수 있는 대상 아닌가. 현재의 매뉴얼만 지켜도 사고발생,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역시 과적을 위해 평형수를 덜어낸 탓 아닌가? 결국 여객선 안전, 설계보단 운항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백점기 편④]으로 이어집니다. 

차용범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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