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에 여성의 신체가 노출된 사진을 올린 남성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26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날 일베에 ‘여친 인증’ 등의 제목으로 여성의 특정 부위가 담긴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한 남성 15명 중 13명을 입건했다. 김모(25) 씨 등 이들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비동의 촬영·유포 및 동의 촬영·비동의 유포)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나머지 2명도 1월 초 불러 조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대부분 20~40대 남성들이었다. 20대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4명, 40대 1명 등이었다. 실제 여자친구 사진을 올린 사람은 6명, 나머지 7명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재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경찰 조사에서 “네티즌의 관심을 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 때문에 피해자를 양산한 일베 회원들의 행태에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네티즌들은 “관심받고 싶었다는 데 포토라인 세우고 얼굴 공개하면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관심을 받으려 한 건 범죄다. 이번에 관심 제대로 받게 되겠다. 벌금 폭탄은 덤이다”고 혀를 찼다.
한편, 일베 ‘여친 인증’ 대란은 지난 11월 18일 새벽 시작됐다. 일베 회원들은 여자친구나 전 여자친구를 촬영한 사진을 앞다퉈 게시했다. 이들은 ‘여친 인증 릴레이’, ‘여친 나도 참가’ 등의 제목으로 성관계 사진이나 여성의 나체, 여성의 샤워 직후 사진 등을 올렸다. 상대방의 동의 하에 촬영했다고 보기 힘든 사진이 다수 게시돼 몰카 논란도 불거졌다. 여성의 사진이 담긴 게시물에는 사진 속 여성에 대한 일베 회원의 성희롱 댓글이 달렸다.
이날 진행된 일베의 ‘여친 인증’은 처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활동이 뜸해지는 새벽이면 이같은 이벤트가 가끔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진을 게시한 이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등급을 높이고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사진을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베의 도를 넘은 행각에 여성 커뮤니티는 분노하며 이를 공론화했다. 다음날인 같은 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은 일베 여친, 전 여친 몰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범죄자들 처벌하라'며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인이 20만 명을 넘어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같은 달 22일 일베 사이트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회원 정보와 접속 기록 등을 확보했다. 경찰의 수사 소식에 일베 회원들은 ‘수사 대처법’ 등을 게시하며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미리 채증한 자료와 압수수색으로 받은 서버 기록 등을 바탕으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몰카 근절’을 위해 불법 촬영물 유포 행위를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복수의 언론에 "일베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불법 촬영과 유포 행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