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앞에서 당황하는 노인들...디지털 세상의 노인 차별 현상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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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앞에서 당황하는 노인들...디지털 세상의 노인 차별 현상 심각
  • 부산시 진구 신정민
  • 승인 2018.12.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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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진구 신정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사람의 목숨을 쉽게 앗아가던 병들에 대한 치료법이 연구되어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주위의 많은 물건들이 자동화, 기계화되어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집안일이나 은행업무, 문화생활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출생률이 낮아지고 있어 곧 초고령화 사회가 머지않아 도래한다. 이런 사회에서 무분별한 기계화가 괜찮을 것인지 나는 걱정이 된다.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맥도날드에 간 적이 있다. 카운터 옆에는 무인주문기가 설치되어있었다. 처음 보는 기계가 신기하고 낯설었지만 터치 몇 번에 쉽게 주문이 되는 것이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기계가 모든 사람들에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내 옆에 서있던 할아버지는 기계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내가 주문을 끝마칠 때까지 메뉴 하나도 고르지 못했다.

기계를 다룰 줄 모르는 노인들에게 디지털 자동화 사회는 점점 공포의 세상이 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기술 발전이 마냥 좋은 것인 줄만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곳은 포인트를 적립하고, 메뉴를 주문하는 앱이 따로 있다. 일을 하다 보면 포인트를 어떻게 적립해야 하는지, 앱은 어떻게 까는 것인지 물어보는 노인 분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던 혜택이, 누군가에게는 하염없이 어렵기만 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기계가 무서워졌다.

지난 달 24일 'KT 화재'로 인해 통신이 마비되고, 우리 국민들은 계산도, 신고전화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목격했다. 통신사 건물 한 채의 화재로 한 지역이 아비규환이 됐다. 내가 상상하던 디지털 사회는 이런 사고 하나로 지역사회의 시스템까지 마비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안일했고, 기계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기계에 잘못된 정보를 흘린다면, 우리는 과연 그 정보를 잡아 내고 거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누군가가 악의를 갖고 모든 기계를 멈춰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생존에는 문제가 없을까?

보도에 따르면, 인천 공항에서 동대구로 가는 버스터미널의 매표소는 최근 다 문을 닫았고, 그 결과 카드결제만 가능한 무인발권기만 남아서 현금만 소지한 노인 분들은 버스를 탈 수 없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벌써부터 코딩을 배운다고 하는데, 정보에 뒤처지는 대열에 우리 각자가 속하게 될 수도 있다. 모든 것들이 기계로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낯선 기계 앞에 선 노인 분들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됐다. 차별받는 노인 분들을 외면한 채 기계식 발전만을 주장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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