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향한 여행②] 남미 3대 축제 중 하나인 쿠스코의 태양의 축제, '인띠라이미'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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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향한 여행②] 남미 3대 축제 중 하나인 쿠스코의 태양의 축제, '인띠라이미' 참관기
  • 취재기자 이주현
  • 승인 2018.12.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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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카니발, 볼리비아 오루로 카니발은 서구적, 인띠라이미는 여전히 토착적 / 이주현 기자

매년 6월 24일은 남미에서, 특히 페루 쿠스코에서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페루인들의 뿌리인 잉카인들이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태양제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태양제는 남아메리카 토착민들의 언어인 케추아어를 사용하여 ‘인띠라이미(Inti Raymi)’라고 한다. 인띠(Inti)는 태양을, 라이미(Raymi)는 축제를 의미해서, 인띠라이미는 ‘태양의 축제’인 것이다. 페루 리마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나와 친구들은 운 좋게 학기 중 기간이 맞아 인띠라이미 날짜에 맞춰 마추픽추가 있는 쿠스코 여행을 계획했다.

인띠라이미는 6월 24일 아침 9시부터 태양 신전이 있는 쿠스코의 코리칸차에서 시작해 아르마스 광장까지 행렬이 이어진다. 이것을 구경하기 위해서 우리는 간밤의 고산병 증상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행렬을 따라 길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띠라이미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 볼리비아 오루로 카니발을 포함한 남미 3대 축제 중 하나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브라질과 볼리비아의 두 축제는 외세의 영향을 받아 변형됐지만, 페루의 인띠라이미는 지금까지 원형이 잘 보존된 유일한 축제로, 고대 잉카 태양제를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많은 여행객들로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르마스 광장의 모습과 행렬의 일부. 한눈에 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인띠라이미 행렬을 보기 위해 오전부터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에 모였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아르마스 광장의 모습과 행렬의 일부. 고대 잉카 태양제를 재현하여 화려한 전통복장을 한 행렬이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며 계속해서 이어진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아르마스 광장의 모습과 행렬의 일부. 굉장히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열정과 흥은 멈출 줄을 모른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그날의 햇빛은 축제의 열기만큼 뜨거웠다. 게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여러 번 일행을 잃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 없이 구경하던 인띠라이미의 행렬이 끝이 나자 함께 구경하던 관람객들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해 이동했다. 약속이나 한 듯 많은 사람들이 향한 곳은 성벽 삭사이와망(Sacsayhuamán)이었다. 이곳은 쿠스코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대이자 인띠라이미의 주 무대가 되는 장소다.

삭사이와망의 정확한 위치를 알 못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인파에 합류하여 몇 번을 쉬며 올라갔더니, 굉장히 넓은 자연의 무대가 펼쳐졌다. 관람객들은 동산과 같은 높이가 있는 곳에서 축제를 관람할 수 있었으며, 무대는 아래 평지와 건너편 성벽 동산에서 펼쳐졌다. 나는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태양신께 제물을 태우는 제사도 인상적이었지만, 삭사이와망이라는 대자연의 압도적인 무대가 고대 잉카의 태양제를 그대로 실감케 했다.

인띠라이미의 주 무대인 삭사이와망 모습. 이전에 한국에서 텔레비전으로 인띠라이미를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 삭사이와망에서 관람하는 축제의 압도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관객들 역시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구호를 외치며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주현).

☞ 삭사이와망 영상 링크 : https://youtu.be/hC5OQV5PXsQ

☞ 아르마스 광장 행렬 영상 링크 : https://youtu.be/R4GEsUVYUBU

이 태양제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수 십 마리의 라마 중 가장 흠이 없는 라마의 심장을 그 자리에서 꺼내 하늘에 바치는 장면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우리는 길어지는 제사 과정에다가 많은 사람들 틈에 얼마나 오래 서있었는지 지쳐 끝까지 보지 못하고 결국 내려와야 했다.

그날 우리는 아침부터 인띠라이미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일찍 일어난 탓도 있었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삭사이와망을 오르고 인파 틈에서 하루 종일 서 있어서인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고산병으로 고생했던 지난밤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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