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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희망퇴직 후 모교 산학협력 교수로 제2인생 산다

기사승인 2019.01.09  21: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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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대 취업진로처 이우용 씨..."돈보다 '가치'로 살겠다" 후배 멘토 자처 / 차정민 기자

전직 은행원, 현직 경성대 산학협력교수 이우용 씨. 그는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구포중, 성도고를 거쳐 경성대 경영학과 86학번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1993년 1월 국민은행에 입사해 25년간 기업금융부서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17년 1월 희망퇴직했다. 그후 이우용 씨는 경성대 취업진로처 산학협력교수로 재직 중이다. 산학협력교수란 실제 기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각종 기업 실무를 가르쳐주는 일을 한다. 그런데 정년퇴직이 8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원해서 희망퇴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희망퇴직한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은 “나를 찾기 위해서!”로 짧고 명료했다. 이 교수는 “25년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남들보다 빠르고 과감히 희망퇴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경성대 산학협력교수이자 대학생 금융동아리를 지도하는 이우용 교수는 은행 희망퇴직 후 새로운 인생을 만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차정민).

그러나 퇴직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은행 정년퇴직은 60세로, 희망퇴직을 고민할 때 그는 정년까지 8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퇴직하지 않으면 8년 동안 월급을 더 벌 수 있었기에, 가족은 물론이고 직장 동료들까지 희망퇴직을 말렸다. 퇴직 후 정기적인 수입이 없을 테니 생활이 불안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주위의 만류 이유였다. 때문에 이 교수는 몇 개월간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자신을 찾기 위해선 지금 이때 퇴직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했고, 부인을 일주일간 설득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아플 것 같다고 건강 얘기로 설득했더니 아내도 결국 이해해줬다. 이유 없이 전신이 안 아픈 곳이 없는 상태인 것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금융동아리 지도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면접, 은행 실무 사례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차정민).

드디어 퇴직에 ‘성공(?)’한 이 교수는 남들이 다 회사에 갔을 시간에 부산 둘레를 한 바퀴 돌게 조성되어있는 갈맷길을 매일 10시간씩 걸으며 자신과 삶에 대해 생각했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며 갈맷길을 한없이 걸었던 그는 내친 김에 일하느라 하지 못한 운동을 위해 좀더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로 했다. 단순히 동네 산 등산이 아니라 ‘전국 100개 명산 완등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회사에 다니면서 실적 압박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병원에 가면 병이 없다고 하는데 다크써클, 머리 빠지는 스트레스와 같은 병들이 생겼다. 내 옆의 동료들도 위암, 스트레스성 탈모, 피부노화 등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게 눈에 보였다. 회사에 다니면 운동과 등산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등산하며 건강도 찾고 제2의 인생도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결국 전국 100개 명산 완등에 성공했다. 그즈음, 25년간 국민은행 대부계에서 개인과 기업 대출을 담당한 그에게 모교 경성대가 금융권 취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산학협력 교수 자리를 제안했다. 그 자리는 은행 업무로 잔뼈가 굵은 그의 경험을 살리는 길도 되고 후배 청춘들의 취업을 돕는 것이라서 그에게 구미가 당겼다. 그렇게 그는 경성대 취업진로처에서 운영하는 은행권 취업 준비생들의 모임인 금융동아리를 지도교수가 됐다. 이 교수가 지도하는 금융동아리에서는 금융권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면접, 은행 실무 사례 등을 교육하면서 취업을 돕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은행권 경력을 살려 학생들과 기업 취업을 매칭시키기도 한다. 은행 업무 상 부·울·경 중견기업과 거래가 많았던 이 씨는 인재를 찾는 기업과 직장을 찾는 취준생을 연결하는 데 제격인 셈이다. 그는 “부·울·경 중소·중견기업들이 직원이 필요하면 거기에 맞는 경성대학교 졸업 예정자 학생들을 매칭시킨다. 학생이 취업한 회사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임원, 학생들을 만나 근무만족도를 확인하고 관리도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희망퇴직 후 이우용 교수는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 100대 명산 완등 목표를 달성했다(사진: 이우용 씨 제공).
이우용 교수가 퇴직 후 실제 대한민국 명산 100개를 완등해 받은 인증패(사진: 취재기자 차정민).

이우용 교수는 퇴직 후 가급적 삶의 가치를 돈에 두지 않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게 어쩌면 그가 100개 명산을 오르며 쉴 수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 제2의 삶의 길이기도 했다. 그는 “희망퇴직했을 때 동기들은 장난으로 ‘백수’라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교수가 되어 학생들도 만나고 건강도 찾은 나를 보고 아직 회사에 다니는 동기들은 너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제2의 인생을 사는 새로운 의욕이 넘쳐 보였다.

정부는 은행권에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권장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작년 5월 은행장들을 만나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행원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희망퇴직을 늘려 청년층의 신규 채용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의미였다. 이런 정부의 은행권 희망퇴직 독려에 대한 이 씨의 생각은 “바람직하다”였다. 그는 “오래 일한 사람들은 지금 은행을 퇴직해도 퇴직금으로 노후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오래된 사람들이 나와야 후배들이 들어갈 자리가 생기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오래된 사람들이 빨리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실제 은행에선 오래 근무한 1명이 퇴직하면 청년 3명이 취업할 수 있다.

희망퇴직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참사를 막을 수도 있고, 희망퇴직이 생활비에 압박을 주는 상태가 아니라면 남은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생긴다. 그런데도 정년까지 퇴직을 미루는 사람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그들이 일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왜 나가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삶의 목표를 돈에 더 치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은행에서 몇 년간 더 일한다면 2~3억을 더 벌 수 있다고 한다.

“한 달에 월급 1000만 원 받는 걸 포기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나를 찾기 위해 과감히 선택한 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 잃은 것보다 찾은 것이 더 많다. 직장 다니면서 계속 스트레스 받는 가장의 모습에 집안 분위기는 늘 좋지 않았다. 하지만 퇴직 후 나도 밝아지고, 배우자도 나름 작은 직장을 찾고 삶을 찾아가며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됐다. 이로 인해 오히려 가정의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

이 교수는 모교로 돌아와 금융동아리를 지도하며 금융권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86학번으로 경성대학교에 입학해 도서관에서 금융권을 준비하며 애쓰던 그의 모습과 후배들의 지금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것. 금융권은 영업으로 인해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 중 하나인 만큼 처음엔 힘들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보수를 받음에 오히려 자신의 적성과 맞았다고. 이 교수는 금융권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힘든 건 분명하지만 그만큼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 안정시킨 다음 노후생활과 자신을 위해 사는 방법을 찾는다면 금융권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우용 교수는 모든 대한민국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꿈을 선택한 뒤 집중하는 것이다. “고생하지 않으면 좋은 직장을 절대 가질 수 없다. 대학교 4년의 시간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 대학생 때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 좋은 직장을 가져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고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그는 앞으로도 여건만 된다면 오래도록 취업이 힘든 이 나라 젊은이들의 취업과 직장 멘토가 되어 일하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싶어한다.

취재기자 차정민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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