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피해 없으면 돼!”...극한 이기주의 '노비즘'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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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해 없으면 돼!”...극한 이기주의 '노비즘' 만연
  • 취재기자 예소빈
  • 승인 2015.06.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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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안볼 때 쓰레기 함부로 버리기 등...'님비,' '핌비' 등 지역기주의도

“나 하나쯤 길에 쓰레기 버려도 괜찮아!” 이는 대학생 박모(22, 부산 남구 용호동) 씨가 길에서 받은 전단지를 길에 버리면서 하는 말이다. 박 씨는 처음부터 이러한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길을 걷다 보니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면서 박 씨 자신도 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박 씨도 처음 쓰레기를 길에 버릴 때는 괜히 주변의 눈치를 봤다. 그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박 씨는 그 뒤론 쓰레기들이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길에다 버리기 시작했다. 박 씨는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일이 옳지 않은 일임을 알지만 “당장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순간적인 생각으로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웃이나 사회에 피해가 되더라도 자기에게 바로 손해가 오지 않는 일에는 무관심한 상태를 노비즘(nobyism)이라 한다. 사회적 갈등현상과 관련된 용어로 심각한 개인주의에서 생겨난 단어다. 예를 들면, 도로나 그밖의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상관하지 않지만, 자신의 집 앞에 버리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것 등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yard.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 핌피현상(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방에 유치하겠다는 지역이기주의 현상), 바나나현상(BANANA: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각종 환경오염 시설들을 자기가 사는 지역권 내에는 절대 설치하지 못한다는 지역 이기주의의 현상) 등이 모두 노비즘에 속한다. 그러니까 노비즘은 어떤 문장의 약자가 아니라 이런 현상을 통칭하는 고유 단어다.

쓰레기들을 무단으로 길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노비즘 현상에 속한다. 길을 지나가다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이 이웃이나 사회에 피해가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분명 알지만, 자신에게는 피해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인식들로 길거리에 쓰레기들이 가득 차자, 부산진구는 지난 3월, 3일간 음식점과 술집 등이 밀집된 부산 최고 번화가 서면 복개로 800여m, 서면 1번가 100여m 구간의 쓰레기를 청소하지 않는, 이른바 의도적인 ‘청소 파업’을 벌였다. 부산진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파업은 실제로 하루 나오는 쓰레기양인 3t보다 훨씬 줄은 1t 안팎으로 쓰레기가 발생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서면뿐만이 아니다. 부산 대연동 경성대와 부경대 사이의 유흥지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부경대, 경성대, 동명대 총 3곳의 대학생들이 밀집되어 유흥을 즐기는 장소인 만큼 쓰레기들도 만만찮다. 경성대에 다니는 대학생 최윤민(22, 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사람 대신 쓰레기들로 거리가 복잡하다. 지저분한 거리를 걷다 보면 쓰레기 때문에 거리에 악취가 나는 것처럼 느껴져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 전경애(45, 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쓰레기가 넘쳐나는 길거리를 보고는 “지역사회에서도 노력해야 하고 시민들은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는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 부산 경성대 앞 아웃백 골목 뒤편에 쓰레기가 무단으로 버려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또한, 집 앞 쓰레기 무단 투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비규격 봉투에 담아 길거리나 남의 집 앞에 무단으로 투기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나라에서는 법을 정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박미옥(48,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집 앞 주택단지 안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들을 자주 본다. 쓰레기 더미들을 볼 때마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각종 쓰레기 냄새들로 고역을 치른다. 박 씨는 “자기 집 앞에는 절대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서 남의 집 앞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이기적이다. 쓰레기를 버릴 때 남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뒤편 주택 골목에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부산 남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은 쓰레기봉투를 뒤져서 인적사항이 나오면 그 인적사항의 주소로 벌금 우편을 보내 과태료를 물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일이 많은 쓰레기를 뒤지고 있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관계자는 무단투기 방지를 위해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구역에는 CCTV를 설치하고, 감시관이 집중 단속하며,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구역에는 경고문을 부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없는 곳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쓰레기는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처리되니 한 번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양심을 가지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빅뉴스> 객원 칼럼니스트인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박기철 교수는 일명 '쓰레기 박사'라 불린다. 전공이 아닌데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쓰레기가 넘치는 우리나라를 걱정하여 <시빅뉴스>에 쓰레기에 관한 칼럼을 계속 집필하고 있다(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55). 최근 박 교수는 ‘나’라도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자는 생각으로 100ℓ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매달 한 번씩 학교 골목 주변을 청소한다. 청소하다 보면, 100ℓ 쓰레기봉투의 크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박 교수는 쓰레기를 버리는 것보다 아예 쓰레기가 덜 나오게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은 기본적으로 카페에서는 머그잔을 애용하고,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를 조금 더 신경 써서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은 쓰레기가 덜 나오는 제품으로 물건을 생산해야 하고, 분해가 잘되어 땅에서 잘 썩는 제품들을 개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시민들이 타인에 대한 존중의식을 더 높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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