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해진 버스 배차시간... '개문발차' 사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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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해진 버스 배차시간... '개문발차' 사고 급증
  • 취재기자 안신해
  • 승인 2015.06.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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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시스템 도입...하차 시간 넉넉히 안줘 서두르다 다치기 일쑤

평소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최명화(52, 부산시 동래구 낙민동) 씨는 2년 전 시내버스 하차 도중 사고를 당했다. 최 씨의 발이 땅에 채 닿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해 버린 것이다.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진 최 씨는 무릎을 열 두 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 대학생 김성현(26, 부산시 영도구) 씨도 등하교 수단으로 버스를 이용하다 봉변을 당했다. 그는 버스 문 계단을 다 오르기도 전에 문을 닫고 출발하는 버스 때문에 버스 안에서 그대로 넘어졌다. 김 씨는 “짐이 많고 나이 드신 분들이 탔을 때도 급출발해서 내가 다 위태위태하다”고 말했다.

이는 버스 기사가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출발하다 벌어진 사고다. 버스 기사가 배차시간 준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항의를 받은 버스 회사는 버스기사를 독촉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사고로 직결된다.

도로교통법 39조 제2항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운전 중 타고 있는 사람 또는 내리는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문을 정확히 여닫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조항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사고를 ‘개문발차 사고’라 한다.

2012년 통계청 도로 교통사고 원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운전자나 보행자의 질서의식 부족으로 일어난 사고가 전체 사고 건수의 54.8%로 절반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사고는 27.9%를 차지하고 있는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다. 개문발차 사고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 2012년 도로 교통사고 원인 분석표. 운전자의 부주의가 27.9%로 두 번째로 큰 원인이다 (자료 출처: 통계청 홈페이지).

직장인 안지성(30,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씨는 항상 버스에서 내릴 때 뒷문에 적혀있는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에 내려 주십시오”라는 글을 보면 화가 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출발해버리는 것이 현재의 버스 실태인데, 안내문처럼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서면 늦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 위 사진에는 내릴 때는 버스가 정류소에 완전히 정차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안전하게 내려달라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있으나 마나한 문구다(사진: 취재기자 안신해).

버스기사가 이토록 버스 승하차 승객의 안전에 무신경한 이유에는 처벌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승하차 사고의 운전자 과태료는 20만 원 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버스회사의 안전교육 부족 문제도 지적될 사항이다. 버스회사는 운전기사들에게 1년에 5시간뿐인 안전 교육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30만 원만 내면 그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버스회사들은 기사교육을 안 시키고 과태료만 내고 만다.

버스기사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배차시간을 맞추려고 운전을 과격하게 하는 기사들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다. 이런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멀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대학생 김은지(22,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씨는 버스를 타고 난 후면 속이 좋지 않다. 버스의 빠른 속도 때문에 좌회전, 우회전할 때마다 몸도 같이 기울어질 뿐만 아니라, 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무시하고 지나가서 심하게 덜컹거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런 버스를 탈 때면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며 “버스를 탈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기사의 입장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버스기사 김모(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씨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버스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자신도 부모와 아이들이 있는 입장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위하고 싶지만 시간을 보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김 씨는 “요즘은 배차간격이 실시간으로 (GPS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지키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도로 상황이 늘 바뀌는데 몇 분 늦었다고 화를 내며 민원을 넣겠다는 손님들을 만나면 나도 힘들다”고 말했다.

부족한 버스기사들의 휴식시간 또한 버스가 빨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버스기사 백모 씨는 짧은 휴식 시간 안에 식사와 화장실 볼일 등 최소한의 기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기사는 한 턴을 돌면 대부분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잠깐 눈을 붙이며 피로를 풀곤 한다. 그러나 운행 도중 길이 막히거나 신호가 계속 걸리기라도 하면 종점으로 들어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다시 나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백 씨는 “어쩔 때엔 화장실도 못 가고 몇 시간 동안 운전만 한 적도 있었다”며 “빨리 도착해야 조금이라도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운전하게 되고 신호 등 사소한 것에 짜증이 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내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교통사정을 고려해 최대한 기사에게 맞춰서 배차 조정을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시민의 입장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회사에서 기사에게 치우쳐 시간을 많이 주면, 배차시간이 길어지면서 승객들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청 대중교통과 안진희 씨는 배차시간 문제로 시민들의 항의가 들어오면 부산시는 다각도로 검토해서 수정하려 노력하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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