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앙공원에는 매일 바둑판, 장기판이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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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앙공원에는 매일 바둑판, 장기판이 깔린다
  • 취재기자 박주근
  • 승인 2018.12.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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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노인 복지 위해 실비로 바둑판 등 대여사업...외로운 어르신들 인기 / 박주근 기자
부산중앙공원에 모여 장기를 구경하는 노인들(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부산시 중구 보수동에 사는 박송춘(79) 씨는 매일 부산 중앙공원을 찾는다. 소일거리 삼아 닭고기 도매업을 하는 박 씨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을 끝내고 점심 때쯤 공원에 도착한다. 그가 공원에 오는 이유는 이곳에 오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공원 근처에 사는 70대 A 씨도 매일 공원에 온다. 그가 공원을 찾는 이유는 사람들과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그는 “여기서 바둑을 두면 1000원이면 되는데 기원은 최소 3000원은 줘야한다”고 말했다.

부산 대신동에 사는 김모(82) 씨는 아침 9시에 공원에 온다. 그가 바로 공원에서 바둑판과 장기판을 노인들에게 대여해주는 장본인이다. 그가 이곳에서 바둑판과 장기판을 대여한 지는 벌써 30년이 됐다.

오후 2시쯤 되면, 중앙공원의 공터엔 노인들로 가득해진다. 노인들은 한쪽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기도 하고, 한쪽에선 서로 모여 얘기를 나눈다. 그들이 공원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이 같은 이유였다. 박송춘(79) 씨는 “집에 있으면 무료하다. 여기 있으면 같은 연배의 사람들이 있어서 장기나 바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근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음에도 공원엔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모여 있다. 공원은 실내가 아니기 때문에 노인들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보통은 해가 지면 돌아가지만, 유난히 추운 날엔 모두가 일찍 귀가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날씨가 추워도 다시 공원을 찾는다. 중구에 사는 오대한(67) 씨는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이 있으면 당연히 좋다”면서 “그런 공간이 없어서 추워도 우리 또래들이 공원을 찾는 건 사람들이랑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게 낙이 되고 장기와 바둑을 두면서 무료함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인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이 여가를 즐길 곳은 마땅찮다. 구청에서 노인여가시설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상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저소득층 노인에 한정돼 있다. 또한 비용이 들지 않는 생활체육무료교실 등이 있지만 홍보가 부족하고 인원이 제한돼 있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부산시의 노인인구는 해마다 증가한다. 2014년에 부산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8대 특별·광역시 중 부산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1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올해 10월 2일에 열린 ‘제22회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은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노후화된 경로당을 리모댈링하고 다양한 형태의 경로당 프로그램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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