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웹툰 불법 유통하는 만화공유사이트 근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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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웹툰 불법 유통하는 만화공유사이트 근절해야
  • 취재기자 김성환
  • 승인 2018.12.2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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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마루', '밤토끼' 등 막대한 광고 수익 올리다 철퇴... "폐쇄 말라" 청와대에 청원하는 촌극까지 / 김성환 기자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화를 무단으로 복제해 불법 만화 공유사이트에 게시하고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례들이 늘어나자, 이를 막으려는 단속이 한창이다.

지난 11월 국내 최대의 불법만화공유사이트 ‘마루마루’가 운영자의 잠적과 함께 사이트가 잠정폐쇄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대 불법만화공유사이트였던 마루마루는 출판 만화 스캔본을 홈페이지에 불법 공유하고 그에 따른 막대한 트래픽으로 수익을 올렸다. 이 사이트에 대해 지난 7월부터 진행됐던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의 대대적인 저작권법 위반 단속을 벌이자, 불법 번역을 담당하던 사람이 번역을 중단하고, 세부 사이트로 알려진 '와사비시럽' 운영자 역시 운영을 중단했다.

마루마루 사이트는 마루마루 회원과 운영진들로 구성된 채팅방에서 “우리 가게 폐점했습니다”라며 운영 중단 의사를 밝혔다. 현재는 점검 중이라는 메시지만 공지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마루마루의 트래픽 순위는 전 세계 1213위다. 범위를 국내 온라인으로 좁히면, 19위에 해당하며 애니메이션 분야로 따질 경우 15위다. 일각에서는 마루마루의 광고 수익이 무려 80억 원에 이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마루마루’ 사이트에 들어가면 보이는 화면(사진: 마루마루 사이트 캡처).

비슷한 사례로 지난 5월 불법만화공유사이트인 ‘밤토끼’의 운영자가 구속되고 해당 사이트가 차단되면서, 일부 만화 작가들이 이를 환영하는 축전을 올리기도 해 화제가 됐다. 밤토끼 운영자는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유료 웹툰을 추출한 후 무료로 게시해 광고 수익으로 9억 5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피해를 입은 네이버, 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이 민사 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마루마루, 밤토끼 말고도 유사 불법만화공유사이트가 다수 운영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추가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마루마루가 폐쇄된 이후에도 ‘마루마루2’, ‘망가쇼미’, ‘마나제로’ 등 마루마루를 대체하는 사이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 사이트 중 일부는 단순히 마루마루의 기존 자료를 복원한 수준을 넘어 마루마루가 폐쇄된 이후에 출간된 만화 자료까지 제공하고 있다.

웹툰통계 분석기관인 웹툰가이드의 7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웹툰 플랫폼은 네이버, 레진코믹스, 다음을 포함한 61개 사인데, 이들의 불법복제 피해 규모를 합산하면 밤토끼 폐쇄 전인 4월만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레진코믹스는 7월 기준 39개 웹툰 플랫폼에서 불법으로 복제된 웹툰은 3671개, 피해규모는 1433억 원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한 웹툰 플랫폼에서 편집자로 근무 중인 A 씨는 “불법만화공유사이트는 만화가 나오는 해당 국가 또는 해당 플랫폼의 내용을 정식발매본보다 빨리 볼 수 있어서 이후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감소시켜 만화나 결제를 통해 볼 수 있는 유료 웹툰의 수익 구조에 혼란을 야기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만화, 웹툰은 작가의 개인 저작물로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무단 도용해 이익을 취하는 사람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법만화공유사이트 방문 현황(사진: 취재기자 김성환).

대학생 B 씨 역시 불법만화공유사이트에 대해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던 청소년 시절에는 아무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무단으로 창작물을 게시하는 것이 절도죄나 다름없는 행위인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마루마루가 폐쇄되면서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마루마루 폐쇄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오는 웃지 못할 움직임도 있었다. 이들은 "돈 없는 사람들은 만화도 보면 안 되나?", "마루마루를 통해서 만화를 알게 됐고 후에 사기 시작했다"며 불법만화공유사이트를 옹호했다. 대학생 C 씨는 평소에 마루마루를 자주 이용하다가 폐쇄됐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그는 불법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체감되는 게 없어서 서슴치 않고 여태까지 봐왔다. 그는 “마루마루를 통해 만화를 알게 되고 이후 만화책을 사게 된 작품이 여럿 있다. 그밖에도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만화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자주 이용했다”고 말했다.

‘마루마루’를 폐지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사진: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이처럼 불법만화공유 사이트를 자주 접하거나 심지어 불법 사이트 폐쇄 청원하는 사람까지 나타나는 것은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과 작가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성대 법학과 이우석 교수는 출판사나 작가의 동의 없이 만화를 복제해 공유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 그런 행위는 저작재산권 중에서 무형적 복제에 관련돼 복제권 침해에 해당된다. 더불어 공중송신권 중에서 전송권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에 따르면, 이를 어길 시, 저작권법에 따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의 벌금 등 형사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지식재산권은 상당한 부가가치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 측에서 창작자들을 존중하고 지켜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마땅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창작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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