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스펙 갖추고도 낮은 대우..."우린 ‘이케아 세대’"
상태바
높은 스펙 갖추고도 낮은 대우..."우린 ‘이케아 세대’"
  • 취재기자 임동균
  • 승인 2016.10.20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품질 불구, 가격 싼 '이케아 가구' 패러디....취업난 속 젊은이들 자괴감 만연

 

▲ 대학 내 취업 게시판을 보고 있는 한 남성(사진: 취재기자 임동균)

김모(27, 부산시 진구 전포동) 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꾸준히 학점 관리를 했고, 복수전공, 대외 활동까지 학생 때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았다. 졸업한 후에도 김 씨는 기업들이 원한다는 어학 점수, 각종 자격증, 그리고 봉사 활동까지 마치면서 취업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매번 공채에 지원할 때마다 쓴맛을 봤다. 그는 결국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쌓아온 스펙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입사한 계약직도 계약기간 2년 중 1년을 채 못 채우고 퇴사를 결심했다. 바로 계약이 연장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김 씨는 다른 직원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돈까지 적게 받아 회의감까지 들었다. 그녀는 “힘들게 스펙을 쌓아도 취업하는 것도 어렵고 보수까지 박하게 받아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최근 김 씨처럼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갖췄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이케아 세대’라 부른다. 이 말은 세련됐지만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이케아 가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취업에 뛰어난 스펙을 보유하고 있는 이케아 세대는 오늘날 각박한 대우를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조모(27, 부산시 중구 중앙동) 씨는 자신도 이케아 세대가 될까 걱정스럽다. 그는 평소 토익, 토플 등 다양한 영어 공부 뿐 아니라 졸업을 유예하면서까지 학생 신분에서 만들 수 있는 스펙을 만들었지만 정작 입사엔 실패하고 있다. 조 씨는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다니랴 자격증 공부하랴 시간, 돈을 많이 썼는데, 취직이 안 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 평균 대졸자의 스펙비용(그림 출처: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실제로 2012년 청년유니온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가 등록금, 어학, 자격증, 사교육비 등 스펙을 쌓는 비용이 평균적으로 4,269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졸 신입 사원이 스펙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 데 5.6년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률 인사노무컨설팅 전동화 대표는 이케아 세대라는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이, 고용시장에서의 과다한 스펙으로 인하여 취준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면에 기업은 자격과잉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케아 세대에 대해, 그는 채용 트렌드의 변화를 쫒아서, 무리한 스펙쌓기보다는 지원업종와 취업희망 직종의 구체화하고, 이에 필요한 실무적인 스펙과 인턴 등 직무경험을 쌓은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모두가 선호하는 대기업 공채보다는 본인이 가진 스펙과 직무경험에 맞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