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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공기업...취준생 선호기업은 한전, 건보공단, 코레일 순

기사승인 2018.12.30  23: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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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보장에 고임금, 워라밸 매력, 처우 천차만별에 순환근무 난점도..전문가 "유망한 중소기업도 도전할만" / 차정민 기자

부산 벡스코에서 12월 5일 열린 취업 박람회. 아침 7시부터 정장을 입고 긴장한 듯 줄 선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은 대한민국 취업준비생들이다. 박람회 문이 열리자 많은 회사 부스 중 유독 공기업 부스에 취준생들이 몰린다. 긴 줄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은 공기업 채용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2월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시작 전부터 설명회를 기다리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 벡스코 홈페이지).

취업시장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대기업이 아닌 공기업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3294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8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 올해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곳은 ‘공사 등 공기업’(응답자의 25.0%)이 가장 많았다. 대기업은 그에 못 미치는 18.7%였다.

공기업은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자본에 의해서 생산, 유통, 또는 서비스를 공급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으로서 사기업과 대조적인 기업 형태이다. 공기업은 영리를 직접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 조달의 수단이 되고, 공익성 ·공공성이 강한 거액의 고정자본이 소요되는 독점적 성질이 강한 사업분야를 주로 담당한다. 또한, 필요 투자액이 거액이면서도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분야를 담당하기도 한다.

공기업에는 금융, 에너지, SOC(사회간접자본), 고용보건복지, 산업진흥정보화, 연구 등 분야가 있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동서발전(주), 코레일유통,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한국에 살았다면 다들 익히 들어봤을 기관명들이 속해 있다. 대부분 공기업은 기관명에 ‘공사’ 또는 ‘공단’이 붙는다.

지난 12월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공직자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상담을 받고있다(사진: 벡스코 홈페이지).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대학생 구직자 163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공기업 1위는 '한국전력공사'로 전체 8.3%의 선택을 받았다. 2위는 '국민건강보험공단' 7.3%, 3위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 5.4%였다.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5.1%, '국민연금공단' 5.1%, '한국토지주택공사(LH)' 4.3%, 한국수자원공사 4.1%, 한국전력기술 3.8% 등의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공기업을 선호하는 것일까?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은 정년보장 안정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공기업은 최대주주가 정부이므로 부도가 나거나 회사가 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사기업에 비해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 '공기업'을 선호하는 것이다. 얼마 전 공사에 합격한 김도연(25, 부산 해운대구) 씨는 “공기업은 들어가기만 하면 정년이 보장되며 평생 일할 수 있다는 안정성이 있다”며 “구조조정 없이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 직장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또한, 공기업은 일반 공무원보다 보수가 더 많고 경쟁이 심한 성과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일은 적기 때문에 이른바 '신의 직장'

지난 12월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공직자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상담을 받고있다(사진: 벡스코 홈페이지).

으로 불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공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은 7800만 원이고, 한국투자공사의 경우 1억 1000만 원이 넘었다. 공기업 준비생 박수빈(27, 대구 동구) 씨는 "일하는 시간에 비해 보수가 많아 공기업을 택했다"며 "대기업은 오랜 시간 일해야 그만큼의 보수를 받는데 공기업은 정시퇴근에 높은 연봉을 받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리 정시퇴근 등 근무환경이 좋은 것이 큰 장점이다. 야근이나 휴일 출근이 없어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Work-life balance)를 지킬 수 있다. 금융 공기업 IBK기업은행에 다니는 서 씨는 “시중은행은 정시퇴근이 불가하지만, 기업은행은 주 52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라며 “실제 퇴근 시간이 되면 컴퓨터 전원이 강제로 차단돼 업무를 더는 할 수 없어 퇴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기업은 장점만 있는 것일까? 흔히 저녁이 있는 삶과 연봉을 생각하고 공기업을 선택했지만, 공기업 중에서도 엄청나게 박봉인 공기업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저녁이 있어도’ 돈이 없는 불상사가 생긴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차혜숙(51, 경남 진주시) 씨는 “몇몇 메이저 공기업은 연봉과 성과금을 많이 받지만, 급여가 박봉인 공기업도 많다”며 “자신이 원하는 기업의 급여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기업은 지방경제 활성화 및 지역균등발전을 위해 공기업이 지방으로 많이 이전됐기 때문에 몇 년에 한 번씩 지역을 돌아다니는 순환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공사에 들어간 이 씨는 “지방근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살던 서울을 떠나야 하는 게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기업 채용설명회를 담당하는 김진우씨는 “300개가 넘는 국가 중앙공기업 중 약 200개 정도가 지방에 본사가 있다”며 “공기업 입사를 한다면 지방근무는 필수”라고 말했다.

근무환경과 일자리의 사회적 평판이 낮은 중소기업은 대졸 청년층이 꺼린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6년째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김 씨는 많은 취준생이 공기업과 대기업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대기업이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건 옳지 않다”며 “연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의 강도와 경쟁 정도가 심한 것을 가리킨다. 자기에게 맞는 업무시간, 시스템은 중소기업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청년들의 안정된 구직활동을 위해 단계별 수당을 지급하는 ‘청년 취업성공패키지’는 구직을 원하는 청년에게 상담과 직업훈련, 취업알선 총 3단계로 취업을 지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1단계 취업상담에서는 진로 탐색을, 2단계 직업훈련에서는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 및 실무 중심의 훈련을 시행하고, 마지막 3단계 취업알선 단계에서는 채용설명회, 잡 매칭 등 취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해준다. 1단계는 최대 20만 원, 2단계는 월 최대 28만 4000원, 3단계에서는 3개월간 월 30만 원씩 지원받을 수 있다. 만18~34세의 현재 미취업자인 청년이자 졸업자(초·중·고·대·대학원) 또는 마지막 학년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김수민(24, 부산 남구) 씨는 “취업성공패키지 덕분에 취업 준비하는 동안 상담도 받고 취업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며 “단계별로 자격증 취득 및 취업 훈련을 도와줘서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취업하고자 하는 구직자에게 훈련비를 지원하여 직무능력 교육을 받고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내일배움카드’ 제도도 있다. 내일배움카드는 발급일로부터 1년간 200만 원 한도로 원하는 구직훈련을 수강할 수 있다. 직업훈련 포털인 HRD-net에서 내일배움카드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훈련들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 전산회계, 광고, 웹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구직훈련은 물론, 80% 이상 출석 시에는 매월 11만 6000원의 훈련장려금과 훈련 수료 후 6개월 이내에 동일 직종으로 취업 시에는 훈련비 전액 환급까지 받을 수 있다. 신청자격은 구직자(전직 및 신규 실업), 재직자(월 60시간 미만 근로자 중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필요 없음) 자영업자(연 소득 1억 5000만 원 미만)이다.

취준생 김혜빈(26, 부산 남구) 씨는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 병행이 어려운데 취성패와 내일배움카드가 있어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며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게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 후, 매년 12만5000원씩 2년간 300만 원을 납부하면 1600만 원으로 돌려주는 목돈 플랜이다. 청년들의 생활안정과 장기근속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청년이 총 300만 원을 납부하면 기업에서는 400만 원을, 나머지 900만 원은 정부에서 2년간 함께 적립한다. 만15~34세 이하로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거나 연속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인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경성대학교 일자리센터 김혜란 담당자는 “꼭 대기업 중소기업이 아니더라도 근무환경이 괜찮은 중소기업도 많다”며 “기회가 있다면 중소기업 탐방을 해보는 게 인식 변화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대학생들이 최근 조선,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켜보면서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기업에 대한 선호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아마존 같은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미국은 인재들이 민간기업에 입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러한 분위기나 고용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기자 차정민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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