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반말에 새치기, 손님이 무서워요”...알바생들이 뽑은 진상손님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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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반말에 새치기, 손님이 무서워요”...알바생들이 뽑은 진상손님 백태
  • 취재기자 안진우
  • 승인 2018.12.22 02: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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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서 아이 방치 일쑤, 집 쓰레기 몰래 버리는 얌체족까지..."감정노동자 대하는 손님 인식 변해야" / 안진우 기자

지난달 17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중년 남성이 아르바이트생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얼굴에 햄버거를 던지는 영상이 공개된 후 여론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손님이 제품을 주문한 뒤 직원이 부른 주문번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뒤늦게 화를 내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영상 속 ‘진상손님’은 경찰 출동 후 직원에게 사과했고, 햄버거를 맞은 아르바이트생이 사과를 받아들여 사건은 마무리됐다.

서울 연신내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원에게 항의하던 모자를 쓴 남성(왼쪽)이 햄버거가 든 종이백을 점원에게 던지고 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처럼 아르바이트생에게 갑질·폭언·폭행을 하거나,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는 진상손님에 관한 이야기가 유튜브, SNS 등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백화점 화장품 갑질녀’, 10월 ‘대전 시외버스터미널 버스기사 폭행’, ‘분당 백화점 속옷 매장 갑질 부부’, 11월 ‘울산 맥도날드 갑질’ 등 다양한 사건들이 속속 영상으로 떴다. 대학생 김동석(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주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그 친구들한테도 직접 겪은 진상손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손님들이 조금만 직원을 배려한다면 좋을 텐데,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음 고생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의 한 백화점 속옷 매장에서 직원이 50대 여성 갑질 손님에게 폭행을 당해 몸에 멍이 들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진상손님은 한 가지 유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대놓고 화를 내는가 하면 태연한 태도로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말을 하는 손님도 있다. 또 알바생을 포함한 매장 내 다른 손님들에게까지 불편을 주는 행동을 하는 손님 등 다양한 유형의 진상손님이 있다.

툭툭 던지는 사람

계산할 때 현금이나 카드, 물건 등 손에 있는 것을 알바생에게 툭툭 던지는 손님들이 있다. A 잡화점에서 계산하는 일을 하는 김현재(26, 부산시 동래구) 씨는 하루 종일 몇몇 손님들과 눈치 싸움을 하곤 한다. 김 씨는 현금이나 카드를 손에서 손으로 주는 손님이 제일 감사하다. 하지만 카드나 현금을 툭 던지거나 많은 동전들을 그냥 우수수 쏟아내고 가만히 쳐다보는 손님들을 마주치면 김 씨는 곤란해진다. “손으로 건네주지는 않아도 최소한 던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똑같이 던지고 싶지만 꾹 참고 계산대에 거스름돈을 조심히 놓으며 분을 삭인다”고 그는 말했다.

“이거 얼마야?” 반말하는 사람

많은 알바생들이 겪는 가장 흔한 경험 중 하나가 반말이다. 대놓고 알바생들에게 반말을 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혼잣말로 “왜 이렇게 비싸냐?”, “뭐가 어디에 있냐?”하는 식으로 은근슬쩍 반말하는 손님도 있다. B 음식점에서 일하는 김민철(25, 부산시 수영구) 씨는 처음에는 반말하는 손님들 때문에 불쾌함을 컸다. 한 번은 김 씨가 너무 기분이 나빠져서 손님에게 항의(?)를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들 같아서 그랬다”였다. 그는 이제 그런 손님이 너무 많아서 체념했다. 김 씨는 “나이가 별로 많지 않은 손님이 반말을 하면 여전히 기분이 상한다. 알바생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 손님이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빨리빨리’ 이기적으로 재촉하는 사람

직원은 차례대로 손님의 계산을 도와주고, 손님도 역시 차례대로 주문한 제품을 건네받아야 한다. 하지만 계산하려는 다른 손님들이 줄을 서있는데도 새치기를 하거나,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재촉하는 손님이 있다. C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는 최수빈(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새치기를 하는 손님이 있으면 다른 손님들의 눈치가 보여서 먼저 “줄을 서주세요”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대부분 “아, 네” 하고 그제서야 줄을 선다. 최 씨는 “제품 제공 준비 시간을 미리 말씀드리는데도 계속 재촉하면 신경 쓰이고 곤란하다.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다른 손님들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 하나쯤이야 뭐 어때?’ 개인 쓰레기 잔뜩 버리고 가는 사람

가게 쓰레기통에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로에 위치한 D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는 김현수(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저녁에 매장 내 쓰레기통을 걷어 분리수거를 한다. 그 속에는 똥 기저귀부터 소주병, 매장의 플라스틱 컵, 각종 개인용품은 물론 심지어 개인 가정집의 음식물 쓰레기와 임신테스트기가 나오기도 한다. 김 씨는 “음식을 파는 매장 쓰레기통에서 도대체 왜 이런 물건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정말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 애들 기죽이지 마세요!’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람

최근 음식점, 카페 등에서 어린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워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매장 안을 뛰어다니다 사고를 당하면 매장 주인이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소희(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몇몇 부모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 씨는 “아이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실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이 항상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고 주의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키즈카페에서 두 달 동안 일하며 그렇지 않은 부모들을 많이 마주쳤다. 아이들이 위험하게 노는데도 몇몇 부모들은 그저 방치하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아이가 다치면 오히려 직원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런 부모들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노키즈존이 왜 필요한지 크게 느꼈다”고 이 씨는 말했다.

대구의 한 카페 입구 앞에 붙어있는 문구다. 애완동물은 물론 어린이들의 입장을 금지한다(사진: 인스타그램 gweonungyeong4689 제공).

“봉투 그거 얼마 한다고, 그냥 주면 안 돼?” 봉투값 왜 받냐고 투덜대는 사람

E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일하는 강여진(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빵을 두 개 이상 구매하는 손님들이 오면 긴장한다. 무료로 제공하던 비닐봉지를 이제 50원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환경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라, 대형마트와 165㎡ 이상 슈퍼마켓에서는 비닐봉지 무상 제공이 전면 금지됐다. 제과점의 일회용 비닐봉지도 유상 판매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알바생과 손님들 사이에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원래는 당연히 서비스로 받았던 봉투를 돈 주고 사야 돼서 화를 내는 손님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 씨는 “손님들이 ‘잔돈 없는데 그러면 이걸 다 손에 들고 가야 돼요?’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법 자체가 바뀐 거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위 사례들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진상손님으로부터 피해를 받는 알바생들이 많다. 지난 5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 노동자 11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바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81%에 이르렀다. 유형 별로 살펴보면, 반말 등 인격적 무시를 당했다고 답한 사람이 57.1%(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 47.7%, ‘이유 없는 화풀이’ 47.2%로 뒤를 이었다.

진상손님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법도 생겼다. 지난 10월 18일 감정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고객 응대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 사업주가 일시적 업무중단 및 업무전환과 상담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주는 이를 지키지 않을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가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핵심이다. 부산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오모(51) 씨는 “이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직원들을 보호하고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갑자기 벌금까지 내야 한다고 하니 부담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어 ‘service’는 누구에게 시중들다, 봉사하다, 모시다 뜻을 가지고 있는 어원 ‘servi’에서 유래됐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진상손님 때문에 고충을 겪는 알바생도 있지만 오히려 알바생의 불친절한 태도로 불쾌함을 겪는 손님도 있다. 대학생 김유지(21, 부산시 금정구) 씨는 얼마 전 부산대에 위치한 E 맥주가게를 찾았다가 기분 상하는 일을 겪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고, 나중에 기본 안주를 추가해 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귀찮다는 분위기를 풍기며 안주를 가져다줬다. 김 씨는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라 항상 다른 가게를 방문할 때 조심스럽게 직원을 대한다. 그날도 오히려 내가 친절할 정도로 직원을 대했는데, 직원의 서비스가 좋지 않아서 조금 불편했다. 진상손님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일부 불친절한 알바생들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보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 개선을 요망했다. 관계자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직원이 될 수 있고, 고객이 될 수도 있다. 감정노동법이 시행되어 노동자들을 보호한다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직원이든 손님이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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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육쌈냉면 2019-03-06 22:40:44
저는 수원 육ㅁ냉면에서 제가 분명히 예의있게 존댓말로 말했는데 안경쓴 남자 알바생이 말을 띄껍게 않지마세요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옆테이블에 앉을려고 하니까 보지도 않고 않지마세요 라고 계속 말하니까 너무 열받는거에요 보니까 그렇게 바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안돼요.안돼요. 제가 말할려고 하면 말을 끊으면서 안돼요 라고 말하는게 너무 화가 났지만 제가 그자리에서 화내면 똑같은 사람 될까봐 웃으면서 수고하세요 하고 나왔네요 진상손님도 있겠지만 진상알바생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인구가 많으니 별 ㄸㄹ이가 많네요 진상 손님이나 진상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