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밟고 있지만 밟고 싶구나"...SNS 시인 이환천의 재치와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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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 밟고 있지만 밟고 싶구나"...SNS 시인 이환천의 재치와 해학
  • 취재기자 최유진
  • 승인 2018.12.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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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재미로 시작한 시가 책이 되고, 현재는 인기 방송 작가로 승승장구 / 최유진 기자

"쳐먹지 말던가/ 말하지 말던가/ 이러나 저러나/ 니입이 문제다" 이 시의 제목은 <다이어트>다. 

읽자마자 무릎이 절로 쳐지는 이 시는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사람들 마음의 정곡을 찌르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픈 것이 청춘이라고, 청춘은 좀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강요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너희들이 아무리 구박해도 우리는 여전히 남을 웃기고 행복하다”라고 외치는 이환천(33) 씨가 있다. 그는 어릴 적 못생긴 얼굴 덕에 주위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웃겨야겠다고 결심한 뒤 줄곧 웃기기 위해 힘을 썼다. 그러다가 그는 소위 ‘SNS 시인’이 됐다.

SNS 시인에서 방송작가까지 승승장구하는 이환천 씨(사진: 이환천 씨 제공).

이환천 작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시인으로 활동한다. 2014년 5월부터 페이스북에서 ‘이환천의 문학살롱’이라는 타이틀로 페이지를 개설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시를 올렸다. 이후 인스타그램에도 다양한 시를 올려 많은 독자들이 애독하는 시인이 됐다.

이환천 작가는 부산 출신으로 2006년 경성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운동으로 밥벌어먹고 살 정도로 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졸업 후에는 전공이었던 유도를 그만뒀다. 그리고 처음에는 재미로 페이스북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를 읽은 사람들이 점차 그의 페이스북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를 읽으면서 웃고 공감하는 것을 “같이 즐긴다”고 표현했다. “제 글을 좋아해주시면 너무 좋죠. 그 맛에 계속 글을 써요. 제가 관종인가 봐요.”

이환천 씨의 시 <직장인>은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한다(사진: 이환천 씨 제공).

누구보다 놀기 좋아하는 그는 일상 순간에서 뽑아낸 소재들을 그림과 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SNS에 연재된 시 일부와 미공개 시를 포함,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카툰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는 책 <이환천의 문학살롱>, <사장 부장 다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도 출판했다.

이환천 작가는 1만 8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SNS 시인 중에 그 만의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관심을 사로잡은 비법은 무엇일까. “주로 경험하거나 공감할만한 포인트를 소재로 삼아 글을 쓰는데, 제 글을 읽어 주는 분이 재밌어 했으면 좋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다 보니 재밌는 글이 나오지 않나 생각해요.”

책 <사장 부장 다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에 소개된 시 <체중계>. 체중계를 소재로 재밌게 다이어트 중인 사람의 심정을 표현했다(사진: 이환천 씨 제공).

그의 바람처럼 <체중계>, <직장인> 등 이환천의 많은 시들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그의 시를 본 김환정(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어떻게 저런 기발한 생각을 하는지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며 “특히 <체중계>라는 시는 다이어트를 할 때 내 심정을 너무 잘 대변해 주어서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이환천 시인은 박근혜, 최순실을 포켓몬으로 비유하며 그들의 구속을 바라는 심정을 <광화문GO!>라는 시로 표현했다(사진: 이환천 씨 제공).

이환천 작가가 우리에게 준 공감 시는 일상생활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한때 유명했던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go’와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국정농단 사건을 엮어 <광화문GO!>라는 시를 지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을 포켓몬으로 비유해 재치있게 표현해냈다.

이환천 씨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촛불이 켜지면 대한민국 국정을 농단한 사람들은 꺼져야 한다는 마음을 <촛불>이란 시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사진: 이환천 씨 제공).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박 전 대통령의 퇴진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당시 이환천 시인의 <촛불>은 실제 촛불의 특성을 이용해 사이다 같은 시를 써 국민들의 마음을 시로 대변했다.

이환천 씨는 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시 <문제>는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사진: 이환천 씨 제공).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 시는 이환천 시인의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박 전 대통령에게 시원하게 일침을 놓았다. 이런 그의 시들을 본 네티즌들은 “천재다 천재!”, “명답이다”라며 감탄했다.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더욱 공감가고 재밌는 글을 쓸까”라고 모든 시인들이 고민한다. 이환천 시인 역시 무언가 쓰고 싶은데 소재가 잘 나오지 않을 때 가장 힘들어 한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힘들어 지는 것 같아요“라고 그 심정을 밝혔다.

이환천 작가는 방송 <인생술집>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첫 방송 날 SNS에 시와 함께 이 프로를 홍보하는 사진을 올렸다(사진: 이환천 씨 제공).

이환천 작가는 항상 웃겨야한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의 웃겨야겠다는 강박은 오히려 그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제공했다. 2016년에 <이환천의 문학살롱> 책 소개영상을 본 tvN<SNL7> 제작진으로부터 방송작가로 활동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방송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그 후로 tvN<인생술집>, XtvN<헐퀴> 등 그의 재치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환천 작가는 방송 일을 하면서 더 큰 도전의식을 가지게 됐다. 그는 작가로서 글을 더 잘 쓰고 싶고, 더 재밌는 생각으로 웃기는 시를 많이 써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 그는 “앞으로 머리가 더 팽글팽글 잘 돌아 지금 하는 활동을 더 가열차게 지치지 않고 하고 싶어요”라며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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