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책은 수능 끝나고 읽어라"...고3이 교과서 아닌 책 읽으면 혼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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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수능 끝나고 읽어라"...고3이 교과서 아닌 책 읽으면 혼나는 나라
  • 울산시 울주군 정혜정
  • 승인 2018.12.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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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울산시 울주군 정혜정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능을 위한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 약 12년 동안 수능만을 바라보고 달려온다. 하지만 12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실생활이나 대학 강의에서는 쓰이지 않는 지식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대학생들이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 ‘네가 생각한 대학과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대학생들이라면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의 설렘이 기억날 것이다. 그리고 갑작스레 높아진 수준의 수업을 들었을 때의 당황스러움 또한 생생히 기억날 것이다. 과를 불문하고 학기 초반에는 적성이 맞지 않거나 본인이 생각한 수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능을 한 번 더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있다. 하물며 졸업을 두고 전과를 하는 학생들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 또한 주입식 교육을 강행하는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폐해가 아닐까?

나는 수능을 두 번 치렀고, 그 때문에 두 대학교를 다녀보았다. 첫 번째 학과는 화학공학과였고, 현재는 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이다. 두 과는 상반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등학생 때 이과로 진학하면서 수학과 화학은 나에게 정말 자신 있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전공 책을 펼쳤을 때 처음 보는 문자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었고, 그 때의 충격은 나를 한 번 더 수능을 보도록 만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12년 교육과정 동안 뼈를 갈며 공부한 지식이 대학 첫수업부터 무용지물이었다.

고등학생들에게 이러한 좌절감을 심어주는 교육 방식을 계속 강요한다면, 훗날에는 수능완성이나 수능특강만 풀 줄 아는 ‘헛똑똑이’들만 있을 것이다. 수험생들도 지긋지긋한 문제들에서 벗어나 소설책 또는 진학하고 싶은 학과 상식을 서술한 책을 읽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등교사들은 ‘수시 합격하면 읽어라’, ‘수능 끝나면 읽어라’라며 책을 보는 행동마저 눈치를 보도록 만든다.

고등학생이 교과서 아닌 책을 읽으면 교사들은 그럴 시간 있으면 수능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한다. 우리 교육은 어딘가 크게 잘못 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피부로 직접 느껴보니 대학 진학 전 교재의 내용이나 용어를 익히는 것과 안 익히는 것은 차이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는 것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에 대학 설명회를 와도 본인들의 취업률 따위만 설명하는 것이 다반사고, 수험생들이 거기에 혹해서 원하지 않는 학과를 지원하게 되는 일도 많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선 수능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보단 진정한 미래를 위해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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