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애 낳은 기계가 아니다...그래서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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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애 낳은 기계가 아니다...그래서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다"
  • 부산시 진구 신정민
  • 승인 2018.12.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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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진구 신정민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 이는 단순히 홍보가 아닌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 수준으로 은밀히 진행될 필요가 있음.” 이는 작년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재작년에는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공개되고 나서 여자가 애 낳는 기계냐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불씨가 채 꺼지기도 전에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황당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보고서가 공적인 장소에서 읽히고 있다.

여성이 저출산의 원인이 아니다. 그래서 저출산이란 용어도 저출생으로 바뀌어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우리 사회는 결혼과 관련한 많은 문제들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우리가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저출산’이라는 단어는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고 여성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표현이다. 아이가 적게 태어난다는 뜻인 ‘저출생’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또 사회생활을 하다가 아이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은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SBS 스페셜, 엄마의 전쟁>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92학번 남녀 50명을 대상으로 졸업 후 20년 동안의 이력을 추적해 조사했다. 남자 졸업생들은 한국전력, 삼성전자, 외교통상부 등에서 일하고 있었고, 여자 졸업생들은 전업주부, 시간제 알바 등을 하고 있었다. 명문대라는 고려대학교를 나와도 여성은 경력이 단절되는데, 그 외의 학벌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과연 이런 우리 사회 모습을 보고도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할지 의문이다.

뉴스에서 저출생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나는 가끔 소름이 돋는다. 일반적인 사회라면 남녀 성비가 105:100이다. 여자가 100명이라면 남자는 105명이라는 소리다. 그렇지만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남아선호사상과 태아의 성감별기술 발달로 인해 많은 여아들이 낙태됐고, 이때의 성비는 110:100 이상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른 결혼적령기 남녀성비를 보면, 2030년에는 128.7:100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여자라는 이유로 출생 전에 이미 다 죽여 놓고 결혼하자니 할 사람이 없어 하향선택결혼을 유도하고, 애를 낳으라고 하는 정책을 보면,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취업할 때는 여자라서 탈락하고, 입사하고도 유리천장에 막혀 있다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다. 집에서는 맘충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독박육아, 독박가사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생각은 없고 그저 은밀하게 결혼을 시키고 애만 낳으면 끝인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정부의 정책들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저런 정책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인지, 경악밖에 할 수 없다. 여성은 걸어 다니는 자궁이 아니다. 애만 낳는 기계도 아니다. 저출생과 관련한 모든 것이 여성의 탓도 아니다. 정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만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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