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 사고는 27년 된 녹슨 배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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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 사고는 27년 된 녹슨 배관 탓"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12.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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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 쏟아져 1명 사망, 41명 부상....20년 이상 열 수송관 32% 지적에 정부 "긴급 점검" / 신예진 기자

지난 4일 펄펄 끓는 물이 도로 위로 뿜어져 나와 1명이 사망하고 41명이 화상을 입은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 수송관 파열 사고의 원인은 낡은 관로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5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일산동부경찰서는 이날 "과학수사대의 1차 현장감식 결과 27년된 노후 관로의 한 부분이 압력을 못 버티고 파열됐다"며 "향후 관련 기관과 함께 합동감식 등 보다 정밀한 사고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열된 열 수송관은 1991년 매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온수관의 내구 연한은 50년이지만 27년 넘게 뜨거운 물을 수송하는데 사용됐던 탓에 균열이 생긴 뒤 내부의 엄청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녹슨 배관 등 관리 부실이 사고 원인으로 결론 내려진다면 난방공사는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낡은 배관에 대해 긴급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국내 설치된 20년 이상 된 열 수송관은 전체의 32%다. 10년 미만 열 수송관은 37%에 불과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20년 이상된 배관은 열 관련 탐색이 가능한 공법이 적용되지 않는 제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밀 진단을 통해 적합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백석역 인근 노후된 온수관이 폭발해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화상을 입은 가운데 5일 오전 주민들이 사고 현장을 지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이원석 기자, 더 팩트 제공).

‘지반침하’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백석동 근처서 지반 침하가 수차례 발생했다는 전력이 드러났다 지난 2월에는 와이시티 업무시설 신축 공사장 인근 인도에서 지반이 침하돼 도로가 균열이 갔다. 고양시가 복구 작업을 했지만 이후 같은 장소에서 지반 침하가 다시 발생했다. 또 백석역 바로 옆 고양종합터미널 공사장, 백석동의 한 상가, 백석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지반 침하로 추측되는 문제가 잇달았다고 한다.

백석동은 일제강점기 총독부가 한강변에 둑을 쌓고 개활지로 활용했다. 원래는 한강바닥이었던 것. 고양시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문제의 지반은 수억 년 동안 퇴적작용을 거쳐 온 강바닥으로 백석동 지역의 경우 흙에 모래가 섞여 유수되는 성향이 특히 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지반 침하와 이번 사고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싱크홀은 공사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온수관 파열은 노후된 부분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고는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께 일산 동구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 열 수송관이 터져 발생했다. 지하에 매설된 온수관이 파열돼 110도에 달하는 뜨거운 물이 솟구친 것. 펄펄 끓는 물이 찬 공기를 만나 엄청난 규모의 수증기가 생성됐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고양시는 이번 사고로 5일 오전 기준 1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다수 피해 시민들은 현장을 지나다 뜨거운 물이 튀어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시민 손모(69) 씨는 뜨거운 물이 차오르는 차 안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에 “사고 초기 배관에서 80도 이상 고온의 물이 쏟아진 뒤 근처에 있던 상가로 유입돼 시민들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 인근 거주 주민들은 난방이 중단돼 겨울 추위를 맨몸으로 맞았다.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사고 인근 아파트 인근 아파트 4개단지 2861세대 및 건물 17곳에 약 10시간 동안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긴급 복구팀은 이날 오후 10시 15분에 온수 유출을 막고 다음날인 5일 오전 7시 55분에 복구를 마쳤다. 현재 지역난방 열공급이 재개되고 있다.

한편 지역난방공사는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열수송관 누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상심에 빠져 계신 유가족, 부상을 입으신 분들과 추위 속에 지역난방 열공급을 받지 못하신 주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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