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31번' 문제가 바로 한국 교육의 잔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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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31번' 문제가 바로 한국 교육의 잔인성
  • 경북 구미시 박지혜
  • 승인 2018.12.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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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경북 구미시 박지혜

얼마 전,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그 중 국어영역 31번 문제에서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되어 모든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화제가 됐던 31번 문제는“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있다. 그 구와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의 중심 0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고 되어 있었다. 바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실재 입증 과정을 적용해 푸는 문제였다. 이 문제가 국어영역인지 과학 물리 영역인지 수험생들은 1교시부터 제대로 혼돈을 겪었다.

가장 어려운 난이도 문제의 여파로 인해 국어영역의 1등급 컷은 지난해보다 10점 가량이 떨어지고 대학 입시 컷에서도 점수를 낮추겠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 영향으로 고3을 준비하는 고2, 고1 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 하루 1회의 시험으로 인생를 걸러야 하는 수능은 매우 잔인한 제도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나는 이번 수능 국어 31번 문제로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3이었던 나는 늘 교육 과정이 언제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었다. 요즘은 수능을 치는 정시보다 학생부종합전형, 즉 수시로 대학을 입학하는 비중이 10명 중 8명꼴로 크게 증가했다. 나도 수시로 대학을 들어왔지만, 고등학교 때 매달 모의고사를 치면서 이번 국어 31번 문제와 같이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되면 ‘과연 학교에서 배운 공교육이 수능에서 실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이번 수능 국어 31번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상위권 학생들끼리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면 격차가 뚜렷해져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이번 국어 시험의 난이도는 변별력을 갖추기보단 기본 배경 지식이 없으면 풀 수 없는 수준의 난이도였다. 또, 수능의 첫 단추를 꿰는 1교시, 시간 분배가 가장 중요한 국어영역에서 결정적인 시간 조율을 하지 못해 학생들은 그동안 해왔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언제부터 수능이 이렇게 학생들에게 심적 부담감을 주고 잠을 못 이루게 만든 것일까. 지금까지 12년 동안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이 수능 하나로 내 인생이 좌우된다고 생각해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수험생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공교육 현실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교육과정은 수능, 수시를 번갈아가면서 계속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결국 수시든 정시든 우리나라 교육은 사교육을 부추긴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리고 의존하기보다 학교 수업, EBS 인터넷 강의만으로도 스스로 충분히 학습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루빨리 개편되어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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