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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아름다운 공원과 축구 응원하는 펍은 런던의 숨겨진 진주

기사승인 2018.12.06  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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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핥기 아닌 속핥기 해외여행 도전기②] 석양 아름다운 프로림스 힐 공원서 감동... 스포츠 펍에서 영국인들의 진짜 삶 느껴 / 하세준 기자

2017년 10월 9일부터 시작한 영국 한 달 살기는 이전 여행들에 비해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나는 이 넉넉한 시간을 통해 심적인 여유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 조건에 가장 부합한 곳은 영국의 공원들이었다. 런던에 여행을 오면 런던아이나 빅벤과 같은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시간에 쫓겨 공원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본 런던의 공원들은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빼 놓을 수 없는 풍경을 선물해 준다.

런던에는 아름다운 호수와 많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세인트 제임스 공원’이 있다. 오래된 왕립 공원 중 하나로 공원 중앙에 세인트 제임스 호라는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런던의 공원 하면 나는 단연 이곳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공원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산책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공원은 그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공원이었다.

호수와 큰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세인트 제임스 공원. 런던아이 바로 옆, 도시 한 중간에 위치해 있다고 믿기 힘들 만큼 평온하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세인트 제임스 공원은 동물을 보기 쉬운 곳으로 유명하다. 런던 도심 한 복판에 있지만 큰 호수와 나무들이 잘 관리되어 있어서인지 청솔모, 펠리컨, 오리, 백조 등 다양한 동물이 돌아다닌다. 피크닉 나온 아이들이 새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려고 하는 모습이 흔히 보였다. 한 할아버지는 봉투에 새 모이를 챙겨와 나눠줬다. 지켜보며 사진을 찍던 나에게도 한 번 줘 보겠냐고 권유했지만, 조금 두려운 마음에 나는 웃으며 정중히 거절했다. 공원 전체를 산책하는 내내 부모와 피크닉 온 아이들이나 주인과 산책 중인 강아지들을 보면서, 나는 “도시 속 평온함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서 먹이를 주고 있는 한 청년과 자연스럽게 목을 내밀고 그 먹이를 낚아채고 있는 오리(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세인트 제임스 공원이 어느 시간이든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라면 펍에서 만난 현지인 친구가 우연히 소개해준 ‘프림로즈 힐’은 생소한 느낌의 공원이었다. 그 친구는 “거기서 해질녘 노을을 꼭 봐야해!”라며 산책도 좋지만 해질녘 노을 풍경이 좋은 공원임을 강조했다. 나는 이전에 프림로즈 힐 공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고 해질녘에 꼭 가야하는 공원이란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저녁 해질 무렵 도착한 프림로즈 힐의 노을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런던 전역의 모습이 노을과 겹쳐져 볼 수 있는 프림로즈 힐 공원. 해질녘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들고 나와 자리를 잡고 황홀한 노을 풍경을 감상한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석양은 도시외곽에 있는 산이나 서쪽 바다에 가서 봐야만 아름답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도시 속 공원에서 보는 석양은 런던을 붉게 수놓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자연이 주는 붉고 노란 조명이 런던의 각 건물 하나하나를 연극 속 세트처럼 비추는 것 같았다. 처음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 하나를 보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모였나 하고 의아해 했는데, 직접 눈으로 노을 풍경을 접하니 런던의 저녁이 이렇게 낭만적이고 서정적인지 감동이 사라지지 않았다. 천년 고도 경주에도 보기 힘든 시적인 풍경이 이곳 영국의 천년 고도 런던에 있었다. 해가 지고난 후 어두컴컴한 길을 내려오면서도 프로림즈 힐의 노을 풍경은 내 기억 속에 최고로 남았다.

한 달 동안 런던 안의 여러 공원을 돌아보면서 공원 각자의 다른 매력에 푹 빠져서 나는 한 달이라는 여행 기간에 감사함을 느꼈다. 공원만큼 천천히 시간 여유가 있어야 볼 수 있는 런던의 매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영국의 ‘펍(pub)’이다. 내 상식 속의 펍은 영국 사람들이 맥주 한 잔 하는 술집 정도였다. 그라나 한 달간 런던에 머물면서 내가 들락거린 펍은 단순한 영국인들의 술집이 아니었다.

런던 중심에 위치한 펍. 블랙 프린스 펍은 영화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이 생긴 펍의 모델이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내가 펍을 방문했을 때 처음 일어난 일은 내 머릿속의 술집이라는 펍의 고정관념이 깨졌다는 것이었다. 영화 <킹스맨> 중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을 남긴 장면이 있다. 나는 그 장면에 나오는 펍, ‘블랙 프린스’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오후 5시쯤 블랙 프린스에 도착해서 바 테이블에 앉으니, 종업원이 맥주가 적혀 있는 메뉴판을 내게 주었다. 맥주를 고르던 중, 무심결에 “배고프다”고 했더니, 종업원이 “여기에 식사 메뉴가 있다”며 몇 가지 음식이 적힌 메뉴판을 다시 보여주었다. 

한국과 달리 영국에는 안주문화가 없어서 영국의 펍은 술집이면서 곧 레스토랑이기도 했다. 내가 음식을 고르며 “펍에서 음식을 팔아서 신기하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펍 주인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저녁 6시 전에는 대부분의 펍이 레스토랑 역할을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펍은 내가 알고 있던 오로지 술과 안주을 파는 술집이 아니라 식사까지 제공하는 레스토랑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후 유럽의 다른 나라를 여행했더니 역시 오로지 술만 파는 술집은 거의 없었다. 술집은 다 레스토랑이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술만 파는 술집은 어찌 보면 한국만의 독특한 술문화인 것 같았다.

런던 펍에서 주로 일요일에만 주문할 수 있는 선데이 로스트. 구운 고기와 감자, 당근, 브로콜리 등으로 이루어진 영국 요리다. 펍에서는 이런 식사류를 주문할 수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런던의 펍은 대화의 장이었다. 나는 축구를 좋아해서 매주 축구 경기가 있는 주말이 되면 스포츠 펍에 들르곤 했다. 스포츠 펍이란 다수의 텔레비전을 놓아두고 맥주와 함께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펍이다. 나는 런던 연고의 토트넘 선수인 손흥민 선수를 응원했는데, 펍에 있던 영국 사람들은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영국은 한 도시에도 여러 축구팀이 있고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여러 팀의 팬들은 서로 상대 팀 팬들과 펍에서 거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내가 갔던 펍의 손님들 중에는 토트넘 팬들도 있었지만 런던의 다른 연고 팀인 아스널이나 첼시 팬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노인부터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팀의 팬들이 모이는 스포츠 펍. 각 자 팀을 격정적으로 응원한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펍에 모인 영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이인 것 같은데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친한 것처럼 같이 어울려 대화하고 술을 마셨다. 여행자인 나만 혼자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들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어떤 할아버지는 “어느 팀을 좋아하냐”부터 손흥민 선수, 그리고 과거에 토트넘에서 뛰었던 이영표 선수 이야기까지 했다. 할아버지는 “축구와 맥주를 좋아하면 누구나 환영”이라며 “그런데 맥주는 너무 많이 마시면 나처럼 배 나온다”며 농담까지 하면서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환호하는 순간, 단순한 술집인 줄 알았던 펍은 같은 취미와 관심사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사교 장소로 변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일어나 승리를 축하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함께 호응하고 패배한 팀의 팬들은 씁쓸함을 띄웠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세계 커뮤니케이션 역사책에는 17세기 런던에는 커피하우스가 있어서 영국의 남자들이 거기 모여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눴다고 적혀 있다.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곧 뉴스의 중심지였다. 한 달을 머물며 런던에 살아보니 현대 런던의 뉴스 중심지는 공원과 펍이었다. 그냥 지나치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런던 시민들의 삶 속 깊은 뉴스는 공원과 펍에 가야 들을 수 있었다.

취재기자 하세준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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