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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갑질, 개헌에 대한 엉뚱한 생각

기사승인 2018.11.25  21: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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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리스트 강석진

칼럼리스트 강석진

요즘 이런 자리, 저런 모임에 가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정치 화제가 술안줏감인 거야 예나 제나 마찬가지지만 최근 들어서는 집값, 청년 실업, 최저 임금 문제로 화제의 폭이 넓어지는데다가 주장이 조금 더 ‘진영’으로 나뉘고 대화가 거칠어지는 느낌이다.

며칠 전 거미줄에 매달려도 될 것 같은 가벼운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린 날, 결혼식이 두어 건 있어 눈 녹은 진창길을 여기저기 다녔다. 피로연 테이블을 다니며 목소리 큰 이쪽저쪽 주장을 듣고 술 몇 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나른한 몸을 뉘이니 낮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1.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너무 올랐다. 강남 집값이 강북으로, 경기도 성남 분당, 판교 신도시로 영향을 미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집값이 치솟았다.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서울시는 반대한다. 그린벨트를 푸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주장과 국가적 필요가 있다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기실 내게 강남 집값을 잡을 비책이 하나 있는데 누구에게 말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학군제를 고쳐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이른바 강남 8학군을 공동학군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누구든 지원할 수 있게 열어 주는 것이다.

고등학교 평준화를 처음 실시할 때 명문 고등학교가 몰려 있던 서울 중심지역을 공동학군으로 했던 적이 있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강남·서초를 공동학군으로 하면 굳이 그곳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워야 할 이유가 적어지고 따라서 집값에 끼어 있는 학군 프리미엄은 내려갈 것이다. 그만큼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도 학군 프리미엄이 집값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죄다 공동학군으로 개방해 준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면서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을 포기하고 있는 판이다. 절망에 몸부림치는 청춘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면 학군 변경은 흰 눈보다 더 가벼운 일이 아닐까?

#2. 대한항공 그룹의 이명희 여사(회장 부인)와 두 딸, 양진호, TV조선 방정오 대표의 초등학생 딸들의 갑질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기업을 일으키거나 물려받은 자들이 사원이나 종업원들을 ‘머슴’ 다루듯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만 이들은 봉건 영주쯤 되는 듯 행동하고 있고, 기득권은 신분이 되어 가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크고 작은 기업에서 오너와 그 가족이 망동(妄動)을 부리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고 한다.

어찌할까나.

자동차에서 아이디어를 빌면 어떨까. 자동차 사고를 억제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기 위해 널리 보급돼 있는 블랙박스를 사원 등이 장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너나 오너 가족, 성정 사나운 상사와 함께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블랙박스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헤드 블랙박스도 좋고 웃옷 단추 구멍에 장착해도 좋다. 생중계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문제가 되는 경우 피해자가 바로 SNS에 올려 사이버 대중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오너나 그 가족들이 조심하지 않을까? 오너나 그 가족, 직장 상사들도 블랙박스를 차고 다니면 더 좋겠다.

#3. 정치인들이 공약을 안 지키는 게 하나둘이 아니지만 그것 안 하면 나라가 곧 무너지기라도 할 듯 너도나도 약속을 했던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어젠다가 눈 녹듯 사라졌다. 권력 집중의 폐해를 막고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됐고, 그러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정치 개혁의 눈동자 같은 이슈가 정치인들의 식언으로 끝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여야 지도부, 나아가 국회의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선거에서 책임을 묻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때가 되면 정치인들 모두를 응징할 수가 없을 터. 게다가 그들은 또 약속할 테니까 응징의 효과가 크게 없을 것 같다.

대신 이런 방법을 시민들이 강요해 보자. 정치인들이 중요 공약을 실천하지 않을 때 국민 1인에게 매일 1원씩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책임을 지우자. 따라서 대통령, 여야 지도부, 국회의원들 각자가 매일 5000만 국민에게 위약금 5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까지 대략 300여 명이 매일 5000만 원씩 내면 하루에 150억 원이 모인다. 이 돈은 소년소녀가장, 병원비가 없거나 모자라 쩔쩔 매는 가난한 희귀병 질환자, 결식 아동 등을 돕는데 쓰자. 이 겨울이 마음 따뜻한 계절이 될 것이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 이뤄질 때까지 매일 5000만 원씩 내라고 하면 정치인들은 내일이라도 몽땅 다 고칠지 모른다.

음냐음냐. 생각이 여기에 이르렀을 때 “낮잠 그만 자고 청소나 해요” 하고 단잠을 깨우는 소리가 천둥처럼 귓전을 때린다. 아 그렇구나. 꿈이었구나. 엉뚱한 생각이 꽃잎처럼 흩뿌려진 꿈길을 헤매었구나. 기득권을 쥔 자들이 응할 리 없는 꿈. 허망하지만 잠은 달콤했다.

칼럼리스트 강석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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