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간제 교사의 교권 침해 하소연..."학생 비하 발언했다"는 학부모의 끝없는 항의에 속수무책 / 장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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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간제 교사의 교권 침해 하소연..."학생 비하 발언했다"는 학부모의 끝없는 항의에 속수무책 / 장윤진
  • 장윤진
  • 승인 2018.11.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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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진

시빅뉴스 11월 6일자 ‘어른들이 모르는 비행 청소년의 세계’ 코너는 ‘학부모의 갑질로 교권이 멍든다’란 글이 나갔다. 여기서는 일부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사례로서 교사들이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언행을 놓고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와 당국 신고 등으로 교사들이 고통을 당한 얘기들을 소개했다.

이 글이 나가자, 어느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A 씨가 시빅뉴스에 메일을 보내왔다. A 씨는 자신이 B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겪고 있는 전후 사정을 소상히 밝히면서, 자신은 아직도 학부모들이 언제 학교로 들이 닥칠지 몰라서 트라우마를 앓고 있으며,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한 교사의 일방적 주장이기에 시빅뉴스는 몇 가지 의문을 A 씨에게 문의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건 내용을 정리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B 학생의 학부모 의견은 본지가 청취할 방법이 없어서 반영하지 못했다. A 씨와 B 학생은 둘 다 여성이다.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항의가 도를 넘어 교권침해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시빅뉴스에 도착한 이메일 한 통

올 5월초에 어느 고등학교의 고3 학생 B의 어머니가 교사 A 씨에게 찾아와 “왜 우리 애한테 그런 말을 했냐”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학부모는 교사 A 씨가 자녀에게 학기 초 수업 중에 “네가 밑바닥을 깔아줘야 다른 애들이 1등급을 하는 것 아니냐”며 “그 말을 들은 후 몇 달째 아이가 힘들어 해서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학교에 왔다”고 말했다. 학생 어머니는 아이가 3월초 어느 날 식사 도중 “00 과목 선생님이 ‘밑바닥을 깔아라’ 등의 말을 해서 그 선생님이 싫다”는 요지로 말하면서 심적으로 괴로워했으며, 그후 한 번 더 그런 얘기를 해서 5월 초에 학교를 찾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A 교사는 B 학생이 매우 조용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매우 성실하고 착한 아이라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눈 적은 없는 사이였다. 그 날 A 씨는 B의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를 같이 만나 서로 상황을 이야기했고, 학생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께서 반 학생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주시고, 만약 선생님(A 씨)이 말실수를 하셨다면 저(학부모)에게 사과하시고, 우리(B의 학부모)가 오해한 것이면 우리가 사과하겠다”고 매너 있게 대화한 후 귀가했다.

B의 어머니가 다녀간 이후, A 교사는 기억을 되살려 도대체 본인이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무슨 말을 했을까, 무슨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줬을까를 곰곰 되돌아 봤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A 씨는 본인이 가르치는 과목이 수능 선택 과목인 관계로 “학생들 중 열심히 하지 않거나 아예 포기한 학생들도 있어서 시험 문제를 아예 읽지도 않더라. 수업 시간에만 공부해도 시험은 잘 볼 수 있다”는 정도의 요지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A 교사는 어머니가 다녀간 이후 B 학생과 면담을 가졌다. A 씨는 B에게 “선생님의 무슨 말에 상처를 받았는지” 물어 봤으나, B는 미소만 지었을 뿐 부담스러워서 그런지 대답을 못했다. 그래서 A 교사는 B에게 “선생님이 너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자세히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했든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니 미안하다”는 등의 말을 했고, B 학생은 눈물을 흘렸으며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갔다.

계속되는 항의, 고발, 위협

1주일 후, B의 어머니가 학교에 다시 찾아와서 교장실에서 교장, 학년부장, A 교사, 그리고 B의 어머니가 한자리에서 모였다. 이 자리에서 B 양 어머니는 점잖았던 첫 방문 때와는 달리 언성을 높이면서 “지난 주 내가 학교 다녀 간 이후 우리 아이가 나와 울면서 통화했다. A 교사가 우리 아이가 속한 조원들에게 ‘너희가 밑바닥을 깔아라’라는 학생 비하 발언을 했다”며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했다.

학폭위에서는 학생들의 진술서와 A 교사의 진술서를 종합한 후 학교 폭력이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B와 같은 조원이었던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단 한 명의 학생만이 A 교사가 “전체적으로 문제를 쉽게 내도 너희들이 틀리더라...등급은 나와야 하니까 3문제는 어렵게 낼게...문제 안 읽고 찍는 애들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B 학생은 그런 일이 있는 후에도 A 교사 수업 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교사와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후 7월 방학 직전에, 학생부장은 학부모, B 학생, A 교사의 미팅을 주선하고 서로 사과의 대화 시간을 갖도록 주선했으나, 어머니만 그 자리에 와서 “졸업할 때까지 아이에게 말도 걸지 말고 가까이 가지도 말라”고 하면서 “졸업식 날 아이 아버지가 학교를 뒤엎으러 올 것이며, 인권위, 청와대에 민원 내고, 아이가 졸업하면 즉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이후 부모는 인권위에 신고했으나 기각됐고, 그 뒤 청와대 신문고에 다시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10월 경 교육청 장학사가 A 교사에게 알려주었다. 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학부모가 주장하는 A 교사의 학생 비하 발언은 사실이라고 해도 특정 학생을 지칭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게 사실인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학생들이 없는 상태에서 학부모가 민원만 계속 넣고 있는 희귀한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A 교사는 졸업식 날 해당 부모가 와서 학교를 뒤집어 놓을 거라는 생각, 졸업식 후 민사 소송을 제기할 거라는 생각, 그리고 본인은 이런 일을 일방적으로 당할 거라는 생각만 들었고, 기간제 교사란 신분 때문에 불안감이 더 엄습해서 현재는 정신건강의학과 지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A 교사는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생각이 짧을 수도 있고 말실수를 할 수도 있다. 특히 교사의 의도와 다르게 학생들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말실수가 있더라도 정말 학생이 밉고 싫어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만약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서로 대화로 사과하고 오해를 풀면, 교사와 학생은 서로 사랑과 신뢰가 더 굳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메일을 끝맺었다.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항의 건수 증가세

최근 각급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항의 사태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들이 모두 학부모의 갑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교육현장의 문제가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 시빅뉴스는 추가로 교권 침해와 관련해서 여러 사례를 수집 중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 작업과 사례가 정리되는 대로 기사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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