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작가 김성종의 추리소설 산실, '추리문학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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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눈동자' 작가 김성종의 추리소설 산실, '추리문학관'을 가다
  • 취재기자 이아명
  • 승인 2018.11.2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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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엔 추리소설 가득....달맞이길 명소였지만 추리소설 인기 줄자 방문객 금감 / 이아명 기자

1991년 M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인 <여명의 눈동자>는 배우 채시라와 최재성이 출연하여 당시 경이적인 58.1%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드라마 평균 시청률 8위에 올랐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건국초기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최초로 제주 4·3항쟁과 위안부를 다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대가 김성종 씨가 바로 이 드라마의 원작소설 작가다. 김 작가는 <여명의 눈동자>뿐만 아니라 또 다른 작품인 <제 5열>도 TV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다. 김 작가는 1969년 처음 등단해 한국의 역사와 관련해 수많은 추리소설을 써왔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 작가는 1992년 사재를 털어 추리문학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 문학관을 설립했다. 바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위치한 ‘추리문학관’이다.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위치한 추리문학관 입구.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묘사된 추리문학관 입구 앞 조각이 특이하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추리문학관은 국내 유일한 사립 추리 전문 도서관이다. 장서는 총 4만 7600권으로 그 중에 추리소설은 1만 7000권 정도다. 추리문학관만의 차별 점은 우리나라 제1호 문학관이라는 것. 또한 작가의 이름을 건 다른 문학관과 다르게 추리라는 하나의 장르를 내세운 문학관이라는 것. 추리문학관이 있는 달맞이길 버스 정류장 이름도 ‘추리 문학관’이다. 그만큼 추리문학관은 달맞이길의 대표적 문화시설이다.

추리문학관 1층의 북 카페. 벽면에 추리소설이 가득하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추리문학관에서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1~3층. 4, 5층은 김성종 작가의 개인 공간이다. 1층은 추리소설의 대명사에서 따온 ‘셜록홈즈의 집’이라는 이름의 북 카페다. 북 카페에서 입장료를 내면 음료수를 마시고 벽면 책장에서 책을 자유롭게 꺼내서 읽을 수 있다. 셜록홈즈의 집 북카페는 유명한 추리소설 주인공 이름이 붙은 만큼 벽마다 추리소설 책이 가득하다. 또한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 등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의 초상화가 곳곳에 걸려 있다. 사서 김외은 씨는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종종 방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1층 북카페 입구에 걸려 있는 ‘셜록홈즈의 집’ 현판(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2층은 넓은 홀과 작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책을 읽거나 강연·세미나 등 각종 문화행사를 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벽면에는 각종 김성종 작가 관련 전시물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입구에서 보이는 작은 방이 있는데, 여기서 가수 ‘아이유’와 배우 ‘유인나’가 광고를 찍기도 했다. 2층에도 추리소설이 많이 꽂혀 있어서 꺼내어 읽을 수 있다. 김성종 작가의 책 코너도 있는데, 유명 작품인 <여명의 눈동자> 책도 전시되어 있다. 김 작가가 소장했던 물건들도 전시되어 있으며, 볼펜으로 가득 적혀있는 작품 <최후의 증인> 초고가 적힌 수첩도 눈에 띈다. 전시물 중에는 김 작가가 원고를 들고 다녔던 가방, 여러 소설이 연재됐던 잡지나 신문도 있다.

김성종 작가의 추리소설 <최후의 증인> 초고. 볼펜으로 글씨가 가득 적힌 육필 원고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가수 ‘아이유’와 배우 ‘유인나’가 광고를 찍었던 공간. 추리문학관 2층 입구에 있다(사진: 유튜브 캡처).

2층에서 진행되는 문화 행사 중에는 추리문학관을 대표하는 ‘구청문화학교’, ‘추리문학의 밤’이 있다. 구청문화학교는 신춘문예를 원하는 사람들이 부산의 소설가들에게 지도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추리문학의 밤은 매년 추리문학관에서 열리는 행사다. 추리문학과 관련된 얘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이 행사는 올해도 11월 말이나 12월 초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3층은 열람실로서 책상과 의자가 나열되어 있다. 열람실의 안쪽에는 추리문학 책과 다른 책들이 꽂혀 있다. 3층은 일반인들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공간이다.

최초의 문학관이라는 점에서 추리문학관은 그 가치가 크다. <여명의 운동자> <제5열> 등 김성종 작가의 선 굵은 추리소설들이 신문에 연재되고 TV에서 드라마로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1990년대의 추리문학관은 제법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추리문학관을 찾아오는 사람은 보기 드물고, 초·중·고등 학교 문학 기행 프로그램 등 단체로 추리문학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단체관람이 없는 날엔 방문객이 몇 명 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추리문학관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는 현상은 우리나라 추리문학의 현주소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추리문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한국 최초 추리소설 작가인 김내성(1909~1957) 씨가 일제강점기 때 추리소설의 서막을 열었고, 김성종 작가가 그 맥을 이어 오늘까지 이끌고 있지만, 현재 국내 추리소설의 인지도는 미미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등 외국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은 현재 베스트셀러로 오를 정도로 인기가 많고, 셜록홈즈의 작품은 아직도 영화로 젊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추리소설이 인기도서 반열에 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추리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는 김성종 작가는 시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추리문학관에 추리문학 장서수를 더 마련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리문학관은 도서구입이나 문화행사 프로그램 운영에 구청의 지원비를 받고 있다. 사립문학관으로서 입장료로만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사서 김외은 씨는 말했다. 김외은 씨는 “문화적 상징성이 있는 문학관이 존속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리문학관은 매일 아침 9시부터 18시까지 운영 중이며 입장료는 음료제공 포함 성인기준 5000원이다. 단체관람도 할 수 있으며, 관련 소식은 홈페이지(http://www.007spyhous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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