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 울렸던 ‘화해·치유재단’ 해산 절차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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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울렸던 ‘화해·치유재단’ 해산 절차 돌입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11.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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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서 받은 10억 엔 돌려줄 방침"...아베 일본총리 "국가간 합의 지켜져야" 유감 표명 / 신예진 기자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했다. 재단이 설립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여성가족부는 21일 "국민 의견을 수렴해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재단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과 그간의 검토 결과를 반영해 재단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아래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재단의 해산을 추진하게 됐다”며 “여성가족부는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ㆍ존엄 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재단 해산 절차에는 6개월~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에 따르면, 법인 해산 시 민법에서 정한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민법상 법인 해산 절차는 해산 결의 및 청산인 선임, 해산 등기·청산인 선임 등기, 해산신고, 현존사무 종결, 채권 추심 및 채무 변제, 잔여재산 인도, 청산종결 등기 및 신고 등으로 진행된다.

여가부의 공식 발표와 별개로 재단의 기능은 진작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말 민간 이사진이 전원 사퇴했기 때문. 출범 당시 이사진은 11명이었지만 8명으로 줄었고, 현재 당연직 이사 2명만 남아 있다.

정부가 21일 일본 위안부 피해자를 치유하기 위해 설립한 화해&#8226;치유재단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조형물(사진: 시빅뉴스 DB).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지난 2016년 7월 28일 설립됐다. 재단은 여가부의 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으로,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이 바탕이 됐다. 정부는 재단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를 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자에게 돌아간 치유금은 총 44억 원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뒤집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전면 재검토키로 한 것. 이에 따라, 지난 1월 9일 정부는 화해· 치유재단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은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후 여가부는 정부의 결정에 맞춰 외교부와 함께 화해·치유재단 처리 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관계 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왔다.

여가부는 앞으로 재단 잔여기금 처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재단 잔여 기금은 57억 8000만 원이다. 여가부와 함께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10억 엔 처리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에 10억 엔 일본 반환을 목적으로 103억 원을 양성평등기금에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재단 해산은 10억 엔 처리와 상관 없이 진행된다. 다만 재단 해산을 반대하는 일본이 출연금을 되돌려 받을지 미지수다.

여가부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앞으로 재단 잔여기금과 우리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 원의 처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일본 측과 남은 출연금 문제를 협의하겠지만, 재단 해산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는 “이제 남은 것은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이라며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암 투병으로 입원한 김 할머니는 이날 수요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윤 이사장이 김 할머니의 목소리를 휴대폰에 녹음해 집회에서 공개했다.

김 할머니는 "대통령을 믿었던 것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 할매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니 다행이다“며 기뻐하면서도 ”화해·치유재단이 ‘와르르 와르르’ 무너져야 안심하지 내일, 모레, 계속 미룰까 봐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측은 정부의 재단 해산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NHK 등 일본 외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3년 전 맺은 한일 협정은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며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책임있는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또 이수훈 주일 대사를 일본 외무성으로 불러 재단 해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아키바 다케오 이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재단 해산이) 한일 합의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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