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유튜브에 영상 올렸으니까 봐줘!" 초등학교에 부는 '키즈 크리에이터'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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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유튜브에 영상 올렸으니까 봐줘!" 초등학교에 부는 '키즈 크리에이터' 붐
  • 취재기자 박주영
  • 승인 2018.11.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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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리뷰로 수십만 구독자 거느린 어린이 스타 등장...'엄마 몰카' 등 부작용도 심각 / 박주영 기자
자신의 채널에 올릴 영상을 찍고있는 마이린TV의 최린 군. 최 군은 삼각대에 핸드폰을 끼워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까지 자신이 해낸다(사진: 마이린TV 제공)

왕서현(9, 부산시 해운대구) 양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유튜브를 보기 전에 숙제부터 한다. 숙제를 끝내면 1시간의 자유 시간을 가진다. 서현 양은 유튜브에 올라온 메이크업 채널을 시청한다. 서현 양은 나중에 메이크 업 유튜버가 되고 싶어한다. 유튜브를 통해 여러 화장품을 사용해 매일 다른 메이크업을 선보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 서현 양은 “우리 반에 직접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친구도 있어요. 쉬는 시간에도 전날 유튜브를 본 얘기나 유튜버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요”라고 말했다.

서현 양의 말처럼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은 너도 나도 키즈 크리에이터를 꿈꾼다. “어제 올라온 영상 봤어?”, “나 영상 올렸으니까 구독해 줘!”라며 자신의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쉬는 시간에는 서로 올린 영상을 봐주기도 하고, 관심 있는 유튜버 영상에 대한 얘기로 교실이 떠들썩하다.

최근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게시하는 ‘유튜버’와 인터넷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을 일컫는 BJ(Broadcasting Jockey)가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초등학생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하는 ‘키즈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무비메이커와 같은 초등학생들도 다루기 쉬운 편집앱을 이용해 영상을 편집한 다음 직접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슬라임(끈적끈적한 액체 장난감), 또는 구체관절인형(관절 부위를 둥글게 만들어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장난감)과 같은 장난감 리뷰 영상이다. 구체관절인형은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이 넘어 초등학생들이 구매하기엔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개봉기를 올리는 유튜버들은 유튜브 활동으로 올린 수익으로 비싼 인형을 시청자들 대신 구매해 개봉하고 리뷰하는 영상을 올린다. 여기서 다시 수익이 생기면 다시 다른 높은 가격대의 장난감을 시청자 대신 구매하여 영상을 올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검색창에 ‘슬라임’을 검색하면 나타나는 결과 화면. 수백 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슬라임 영상이 올라와 슬라임이 얼마나 인기 있는 유튜브 영상인지를 보여준다(사진: 유튜브 캡처).

슬라임은 점액질 형태의 장난감으로 말랑말랑하고 탱탱한 감촉 덕분에, 이를 만지고 놀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슬라임은 워낙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슬라임을 구매하는 데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여러 명의 유튜버들이 다양한 종류의 슬라임을 각자 구입해서 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그 영상을 보고 자신이 좋아 하는 슬라임을 골라 한 두 종류 구매해서 가지고 놀 수도 있다. 

이런 인기 때문에 유튜브 검색창에 ‘슬라임’을 검색하면 수백 가지의 슬라임 영상이 나타난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정일형 교수는 “TV는 정해진 편성표에 따라 만화가 송출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루 종일 그 시간을 기다려야한다. 그러나 유튜브는 자신이 관심 분야를 검색 즉시 나타나는 관련 영상을 이어 볼 수 있어서 유튜브에 많은 초등학생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한 초보 키즈 크리에이터 백준우(8)군은 ‘왕초보 요요배우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자신이 요요를 다루는 모습을 촬영하여 영상을 만든 것이다. 조회 수는 겨우 81회지만, 준우 군은 자신이 올린 영상을 수시로 볼 만큼 자신의 영상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준우 군의 어머니 왕민숙(49, 부산시 동래구) 씨는 “아직 서툰 영상 제작 솜씨지만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는 자체로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영상을 찍어 스스로 편집하고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로도 좋은 교육이 될 거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마이린TV 앞에서 유튜브 최고 어린이 스타 최린 군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 마이린TV 제공).

최린(12) 군은 현재 유튜브에서 ‘마이린 TV’를 운영하고 있는 키즈 크리에이터다. ‘마이린TV’는 'LYNN'이라는 최린 군의 이름과 'MY'라는 영문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시청자들이 마이린 TV를 ‘나의 린’으로 관심 가지고 사랑해주길 바라는 의미다. 그의 채널 구독자 수는 11월 기준 70만 명에 육박한다. 마이린TV의 주된 콘텐츠는 슬라임이다. 영상의 내용은 다양한 종류의 슬라임을 소개하고 직접 다뤄보고 리뷰하는 것이다. 가장 인기있는 슬라임 영상의 조회수는 291만 회에 육박한다.

2014년 겨울, 마인크래프트 게임 영상을 보던 최린 군은 처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의 꿈을 응원한 아버지는 최 군을 크리에이터 교육프로그램에 데려다 주었다. 최 군은 2015년 3월에 구글 코리아에서 주최한 ‘유튜브 키즈 데이’라는 행사에 참석해 교육 실습의 일환으로 자기 이름을 건 유튜브 채널을 처음 개설하게 됐다. 최 군은 “그 행사의 후원사였던 영실업에서 행사 참석 선물로 장난감을 제공해줘서, 선물 받은 장난감 리뷰 영상을 올린 것이 첫 영상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최린 군은 학교생활과 키즈 크리에이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마이린TV는 하루에 하나씩 영상을 올리고 있다. 주중에는 학교와 학원 공부 등으로 영상을 촬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 군은 주말에 몰아서 일주일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한다. 마이린TV에서 ‘마이맘’이라 불리는 그의 어머니 이주영(43) 씨는 “린이가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길 바랐어요. 그런데 정말 린이가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얻고 있고 사회 적응력도 향상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이린TV의 주요 구독자는 최 군 또래인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다. 최근엔 최 군의 친구들 중에서 많은 아이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유튜버를 꿈꾸는 초등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최 군에게 ‘어떤 영상을 올릴까?’하는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 군은 “본인이 좋아하면서도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발견하여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이 유튜브 채널을 너무 쉽게 열고, 쉽게 닫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연구해서 재미있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검색창에 ‘엄마몰카’를 검색한 모습. 자신의 얼굴이 다 나오고, 엄마의 신체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영상이 올라와있다(사진: 유튜브 캡처).

이처럼 키즈 크리에이터 붐이 일면서 아이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꿈을 이루는 것에 긍정적적인 전망도 있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초등학생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 ‘엄마몰카’, ‘엄마직캠’을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엄마의 샤워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은 조회 수가 17만 건이 넘는다. ‘엄마몰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는 짧은 바지 차림의 엄마의 뒷모습이 나온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만 회로 영상 초반에는 촬영한 초등학생의 모습도 나온다. 이러한 영상은 심각한 사생활 노출 문제는 물론, 어린이들의 무분별한 몰카 촬영이 문제로 떠오른다.

현재 유튜브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튜브를 제재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 본사가 해외에 위치해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는 인터넷방송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통합방송법 제정안을 논의 중에 있다. 2017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유튜브에 부적절한 콘텐츠가 올라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에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어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엄마 몰카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부모가 자식의 처벌을 원할 경우 법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처벌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키즈 크리에이터 붐이 일고 있는 만큼 아이들이 입을 수 있는 영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의 보도에 의하면, 이세용 한국심리교육연구소장은 “10대는 자신의 자아나 사고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단계인 만큼, 자극적인 영상을 보는 것은 추후 아이들의 사고형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무분별한 영상 노출의 시대에 보다 적극적인 검열·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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