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빚은 찻잔에 정원 같은 분위기...'인생 카페' 순례하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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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빚은 찻잔에 정원 같은 분위기...'인생 카페' 순례하는 젊은이들
  • 취재기자 정성엽
  • 승인 2018.11.1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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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에베즈·모니뜨, 대구 '성당못 빌' 등 독특한 인테리어, 차별화된 분위기, 티웨어로 승부 / 정성엽 기자

“찰칵, 찰칵!” 입구에 발을 들이자마자 셀카는 물론 인테리어를 찍는 사람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카페 여기저기서 들린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평범한 인테리어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프랜차이즈점 보다 분위기, 인테리어, 디자인 등이 예쁜 ‘인생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이 유행이다.

인생카페의 앞에 붙은 단어 ‘인생’은 젊은 층들이 요새 자주 쓰는 신조어. 인생술집, 인생명언, 인생틴트, 인생사진 등 인생이란 단어가 붙은 말들이 많아졌다. 본인 마음에 들고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무언가가 있을 때 앞에 인생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카페나 술집 앞에 붙는 인생은 본인의 이름을 걸고 추천할 만할 정도로 예쁜 디자인과 분위기가 있는 술집이나 카페를 뜻한다. 직장인 정소영(23, 경남 창원시)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남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나 음식에 인생을 붙인다. ‘인생돈가스’라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남천동에 위치한 카페 ‘에베즈’는 고급스런 분위기의 인생카페로 유명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유럽의 조용한 고택의 티타임에 초대받은 느낌이 든다. 귀족적인 감각의 인테리어, 서랍장, 샹들리에, 조명 등 모든 소품들이 고급스럽다. 또한 카페 바로 옆 정원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에베즈 대표 한연숙 씨는 “3명의 인테리어 전문가가 함께 직접 디자인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럽을 자주 여행했는데 그 중 프랑스가 가장 인상 깊어 현지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했다.

SNS에서 부산의 인생카페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에베즈 카페(사진: 취재기자 정성엽).

카페 에베즈는 일반 카페와 달리 홍차 전문점이다. 많은 나라에선 물 다음으로 홍차를 많이 마신다. 홍차는 차를 우려내고 음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홍차를 자주 마시지 않는 것은 차를 마실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바쁘게 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씨는 “손님들에게 바쁜 사회에서 홍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에베즈에서 제공되는 티웨어는 명품 도자기다.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 프랑스의 하빌랜드, 헝가리의 헤렌드로 장인이 그린 그림과 고급스러운 색조의 티웨어가 차와 함께 제공된다. 대학생 김준한(21, 대구시 달서구) 씨는 “평소 티웨어에 관심이 많아 홍차 카페를 자주 다니곤 하는데 쉽게 접할 수 없는 명품 티웨어에 차를 마실 수 있어 가끔 대구에서 여기까지 온다”고 말했다.

에베즈는 아이들이 들어올 수 없는 노키즈존이다. 고가의 명품 티웨어를 사용하는 만큼 아이들의 부주의로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부 박연주(34, 부산시 영도구) 씨는 “아이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조용한 가게 분위기와 고가의 찻잔을 파손할 우려도 있어서 데려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에베즈 카페는 카운터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성엽).

부산에서 인생카페로 유명한 곳은 또 있다. 예쁜 뜨개 소품과 귀여운 식빵 디저트로 눈길을 끄는 ‘모니뜨’도 인생카페로 꼽힌다. 모니뜨는 부산 망미동에 위치한 빈티지 카페로 ‘맛과 눈을 사로잡는 카페’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흰색으로 페인트칠해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뜨개 소품들과 하얀 인테리어로 깔끔한 분위기가 반긴다. 

뜨개 소품 인테리어 뿐 아니라 식빵 위에 방울토마토와 크림을 올려 사과 모양을 만들거나 딸기 잼을 올려 수박 모양을 만드는 등 귀여운 디저트도 볼거리다. 대학생 최민영(21, 대전시 유성구) 씨는 “전국 곳곳의 예쁜 카페를 찾아가 보는 게 취미인데, 부산에 들렀다가 큰 맘 먹고 모니뜨 카페를 찾아 갔다. 뜨게 소품으로 인테리어가 돼있는 카페는 처음이고 깔끔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흰 색의 벽면에 아기자기한 의자와 화분들로 카페 모니뜨는 입구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사진: 인스타그램 ddubingu 제공)

대구에도 인생카페가 있다. 숲에 들어온 느낌이 드는 카페 ‘성당못 빌’도 대구의 인생카페로 유명하다. 대구시 남구에 위치한 성당못 빌은 3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입구부터 3층까지 카페 전체가 작은 정원에 들어온 느낌을 주고, 숲 한가운데 들어온 아늑함을 선사한다. 가게 입구부터 화장실을 포함해 한 군데도 빠짐없이 초록색의 풀로 가득하다. 이민기(24, 대구 남구) 씨는 “카페라면 노래도 틀고 시끌벅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정상인데, 이곳은 풀과 식물들로 채워져서 그런지 정원에 들어온 것처럼 조용하다. 분위기도 차분해서 좋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카페 전체가 포토존이라고 부르는 대구시 남구의 카페 성당못 빌 입구(사진: 취재기자 정성엽).

'성당못 빌'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인기를 얻었다. SNS에서 ‘성당못 빌’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은 1700개가 넘는다. 숲과 정원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SNS에서는 ‘그곳에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인생사진’이라고 불린다. 직장인 김현지(25, 대구시 남구) 씨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 왔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집 같은 느낌이 들어서 포근했고, 식물이 많아 사진 찍기에 최고의 카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커피전문점 수는 5만 개가 넘는다. 그런데도 커피 전문점, 또는 카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살아 남으려면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카페 에베즈, 모니뜨, 성당못 빌처럼 색다른 컨셉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인생카페에 도전하는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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