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인생샷 명소로 뜨는 부산 장림포구, 아직은 미완의 '부네치아'
상태바
전국적 인생샷 명소로 뜨는 부산 장림포구, 아직은 미완의 '부네치아'
  • 취재기자 김채민
  • 승인 2018.11.11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통 불편하고 업소는 드문드문...사하구, "다리도 놓고 수요에 맞춰 시설 보완 예정" / 김영주 기자

“공장밖에 없는데 여긴 왜 간대요?” 부산 지하철 장림역에서 택시를 타고 장림포구로 가자고 목적지를 말하자 택시 기사가 한 말이다. 도심지를 지나 회색의 공장단지 초입으로 들어가면 회색빛 건물밖에 보이지 않아 ‘이곳이 장림포구 맞나?’ 싶은 의문도 든다. 조금 더 들어가면 바다의 짠 내가 풍겨오고 걱정을 잊게 만드는 알록달록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이 최근 서부산의 새로운 관광명소, 전국적 인생사진의 명소로 떠오른 '부네치아(부산과 베네치아의 합성어)', 장림포구다.

장림포구 일대 지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림포구는 바닷물이 육지로 쑥 들어와 포구가 'U‘자형으로 생겼다. U자 양쪽이 모두 장림포구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장림포구는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위치한 포구다. 작은 어촌이 있는 곳으로 구한말부터 김 생산지로 유명했다. 이랬던 장림포구는 1970년 이후 근처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점점 회색빛이 됐다. 죽어가던 이곳은 2012년 사하구청의 ‘장림포구 명소화 사업’을 통해 새 삶을 얻었다. 사하구청은 어수선하고 빛을 잃었던 포구를 재정비하고 창고를 만들어 알록달록하게 칠했다. 이 뿐만 아니라 창고 위에 유럽풍 건물을 지어 먹거리, 공방이 입점할 맛술촌을 만들었다. 그 밖에도 놀이시설의 놀이촌, 조형물이 있는 문화촌이 생겨났다.

SNS와 블로그에 부산의 새로운 인생샷(인생 최고의 사진이란 뜻) 명소로 떠오르며 장림포구에 관광객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장림포구는 바다로부터 U자 형태로 바다가 육지로 푹 들어간 형상이다.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유럽풍 창고가 U자의 한쪽 길에 줄지어 세워졌고, 이를 배경으로 U자의 다른 쪽 길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게 인생샷이 된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장림포구를 가면 만날 수 있는 장림포구 전경. 고기잡이배가 일렬로 정박해 있고 뒤에는 알록달록한 유럽풍 창고가 보인다. 창고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으려면 U자 형 반대 편으로 가서 다른 반대편의 이 창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장림포구 사업 전의 모습. 현재 정비된 장림포구보다 U자 형 바다 폭이 좁고 양쪽 그림 같은 창고도 없다(사진: 사하구청 제공).

사업 이후 장림포구의 실질적 이용자인 장림어촌계 조합원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어망과 밧줄 등 조업물품들은 배와 포구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조업품을 도둑맞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사하구청은 이를 해결할 창고를 만들었다. 창고 때문에 조업물품의 보관이 쉬워졌고 도둑맞을 염려도 줄었다. 어수선했던 포구가 깔끔하게 정리됐다. 장림어촌계 관계자는 “사업 전에는 조업 후 물건을 차에 실으려면 길가로 가지고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현재는 창고 앞에도 길이 생겨 물건을 창고에서 빼서 배로 바로 실을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장림포구 문화촌에 있는 예술 조형물. 이곳의 예술 조형물은 3개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그렇다면 관광객의 반응은 어떨까. 어민들과는 반대로 이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첫째로 아직은 사진 찍는 것 이외의 즐길 것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인터넷을 통해 인생샷을 찍으러 온 관광객들은 알록달록한 창고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가기 일쑤다. 현재 맛술촌은 텅 비어있고 놀이촌은 작은 미끄럼틀, 철봉, 그네 하나 정도로 형식적일 뿐이다. 문화촌도 시계탑과 예술 조형물 3개가 있을 뿐, 문화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즐길거리가 없다. 사진을 찍는 것 이외의 다른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하구청은 9월 중순 맛술촌에 입점할 사업체 선정을 끝냈고 11월 중순 6개의 어묵 판매점을 포함한 13개의 업체가 입점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족과 같이 시댁인 부산을 찾은 신가영(26, 충북 증평) 씨는 “기대 이하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이 과했던 것 같다. 사진 찍기 이외에 할 게 없다. 주변에도 아무것도 없어서 별로다. 쓰레기도 굴러다닌다. 아직은 너무 휑해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관광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가장 큰 요소인 교통편도 문제다. 현재 부산역에서 장림포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약 1시간, 자동차로는 약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 부산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신평역이나 장림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들어와야 한다. 장림포구로 가는 마을버스는 2대뿐이다. 이마저도 배차 간격이 약 15분으로 길다. 관광객들은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내비게이션에도 ‘장림포구’의 위치가 나오지 않아 근처 공장건물을 검색해서 치고 가야 한다. 지리를 외우고 있는 택시 기사들도 위치를 잘 몰라 손님들에게 주소를 불러 달라고 하거나 근처 건물 이름을 묻는다. 여자친구와 장림포구를 찾은 인천의 고상진 씨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왔는데 교통편이 불편했다. 우리는 차를 렌트해서 쉽게 왔지만 차가 없는 분들은 굉장히 불편하고 힘들게 와야 할 것 같다. 주차도 어디에 해야 할지 몰라 아무데나 했다”고 말했다.

장림포구에 만들어져 중간다리 역할을 할 ‘레인보우 브릿지’의 조감도. 다리가 준공되면 관광객은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위해 600~700m를 돌아서 갈 필요가 없어진다. 밤에는 조명이 켜져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게 된다(사진: 사하구청 제공).

길이 650m, 폭 100m의 장림포구를 연결해줄 중간 다리가 없는 것도 문제다. 앞에서 설명했듯, 장림포구는 바다가 육지로 쑥 들어온 U자 형태다. U자형 길의 길이가 650m이고 두 길의 폭이 100m나 된다. 포구의 한 쪽 U자 길에서 다른 쪽 U자 길로 넘어가려면 U자 형 포구를 반바퀴 돌아야 한다.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600~700m를 돌아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관광객들은 매우 불편하게 느꼈다. 김나영(30, 부산시 사상구) 씨는 “건너편으로 넘어가고 싶어도 중간에 다리가 없어서 왔던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 이게 짧은 거리도 아니어서 힘들었다. 빨리 다리가 만들어져서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 건너편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하구는 11월 17일 예산 50억 원을 들여 U자형 장림포구 양쪽을 연결할 장림항 보행교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인보우 브릿지’로 이름 붙은 이 다리는 아치 주탑 사장교 형식의 교량이다. 길이 89m, 폭 4.4~7.4m의 보행교다. 사하구청은 “다리가 건설되면 관광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미관이 좋아져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림포구 명소화 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인터넷상에서 부네치아라고 불리며 홍보되고 있는 게 아직은 과장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서부산을 알리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아직은 관광객 유입이 많지 않다. 현재로는 이들을 감당 가능할 정도의 시설물들이 있을 뿐이다.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확답은 못 하지만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 편의 시설물을 늘리며 수요에 맞출 예정이다. 예산에 맞추어 조금씩 보강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