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는 교복치마가 아닌 교복바지 입을 자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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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는 교복치마가 아닌 교복바지 입을 자유 있다!"
  • 경남 양산시 한민지
  • 승인 2018.11.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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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경남 양산시 한민지

충청남도 초·중·고등 학교에 13억을 들인 책상 앞가리게 판이 설치됐다. 이는 치마 입은 여학생이 남학생 또는 남자 선생님의 시선을 의식해 불안정한 자세로 앉아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척추 관련 질병을 예방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학생들은 학교에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눈을 뜨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 학교에서 종일 불편한 옷을 입고 생활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치마를 입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매일 이용해야 하는 계단을 올라갈 때 신경이 쓰인다. 학교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책상에 앉아있을 때조차 늘 신경 써야 한다. 신경 쓰이는 치마를 가리기 위해서 학생들은 담요나 겉옷을 무릎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무릎에 무엇을 덮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여학생 교복치마는 일상적 활동에 매우 불편하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교육청이 근본적인 이유를 덮어둔 채 앞가리게 판을 설치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건강과 편안함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가. 왜 여학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치마를 입어야 하는가? 집단유대감을 강화하고 단정함을 추구하는 이유라면 교복 바지를 입어도 상관없지 않은가. 신체를 의식하게 만들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치마는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체육복을 입고 등교했다. 담임선생님께 치마의 불편함을 말씀드리고 받은 확인증을 매일매일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확인증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선생님도 있었다. 왜 교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육복을 입고 다니냐는 것이었다. 매서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체육복을 입고 다닌 이유는 치마보다 너무 편하기 때문이었다. 움직임에 제약이 없으니 친구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앉아서 수업을 받는 일도 훨씬 수월했다.

왜 편한 복장을 한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걸까. 행동을 제약하는 불편한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 학생다움이라면 세상 모든 학생은 학생답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학생다움을 이유로 행동을 제약하는 불편한 옷을 입게 하는 것은 학생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겉모습만 획일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여학생에게는 교복치마가 아닌 교복바지를 입을 자유가 있다.

교육청이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다면 앞가리게 판을 설치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편안한 복장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다. 애초부터 편안한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한다면 학생들의 건강과 인권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로 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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