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번지는 ‘젊은 꼰대’ 증후군, "아버지뻘 어른보다 한술 더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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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번지는 ‘젊은 꼰대’ 증후군, "아버지뻘 어른보다 한술 더 떠"
  • 취재기자 김강산
  • 승인 2018.11.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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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게 인사 잘 않는다고 정신교육·'다나까'체 사용 강요...후배들 "군대보다 더 하다" 절레절레 / 김강산 기자

올해 3월, 자유로운 캠퍼스라이프를 꿈꾸며 대학에 입학한 이모 씨는 큰 실망을 했다. 이미 한참 전에 사라졌다고 들었던 부조리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화장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규제하는가 하면, 선배에게 인사를 똑바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입생 전체가 모여 정신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 씨는 “고등학생 시절, 대학생의 자유로운 학교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그 기대가 무참히 깨졌다. 오히려 대학교가 더 엄격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알바천국이 지난 3월 전국 20대 대학생 회원 10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군기문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설문응답자의 57.6%가 대학교 입학 후 선배에게 ‘똥군기’를 비롯한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씨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대학 내의 갑질 문화에 피해를 겪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이와 같은 갑질문화를 자행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바로 ‘젊은 꼰대’다. 기존에 답답하고 고지식한 기성세대를 뜻하던 꼰대라는 단어가 이제 20대의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알바천국에서 실시한 선배의 갑질 설문조사 결과(사진: 알바천국 캡처).

대학에서 행해지는 젊은 꼰대의 행태는 다양하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복장이나 인사 규정, 선배와 대화할 때는 ‘다나까체’ 사용, 선배와 밥 먹을 때 먼저 수저 들지 말 것 등. 마치 군대 생활 같은 규칙들을 강요한다. 피해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올 해 3월 대학에 입학한 J 씨는 “사회생활을 하며 예의를 지킬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작 1, 2년 대학에 일찍 들어왔다는 이유로 한참 웃어른께 하는 정도의 예의를 후배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을 하는 젊은 꼰대들의 입장은 어떨까? 부산의 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K 씨는 “대학을 졸업하면 당장 사회에 내던져지게 된다. 선배로서 사회생활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S 씨도 비슷한 의견을 말했다. S 씨는 “요즘 신입생들은 예의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수평적인 문화에만 적응되어 합당한 지적에도 과민반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화는 학교를 넘어서 회사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부장, 과장 등 높은 직급에 있고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보다 직접적으로 신입사원과의 업무에 연관된 젊은 층인 주임, 대리와의 불화를 토로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부산의 한 IT 기업에 근무하는 이 씨는 “회사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바로 위의 선배다. 한 번은 회사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러 갔는데 화장실이 급해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다녀오고 보니 수저가 전부 차려져 있었는데, 선배가 내가 수저 차리라고 자리를 피한 거냐며 핀잔을 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젊은 꼰대가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존세대에서 내려오던 ‘사회 문화’를 꼽았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지켜온 서열문화, 소위 꼰대문화를 젊은 세대가 별다른 대안 없이 자연스럽게 답습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나도 혹시 꼰대는 아닌지 의심해 보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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